'노루오줌'
짙은 녹색으로 물든 계곡과 그 언저리에 연분홍 꽃대를 곧추 세우고 스스로를 뽑낸다. 오직 나만 보라는 듯하지만 주변과 어우러짐으로 더 빛난다.


꽃방망이를 연상케하는 봉우리를 가만히 만져보고픈 마음을 애써 누른다. 노루를 가까이 접하지 못했기에 냄새를 구분하는 코 보다는 색과 모양을 보는 눈이 먼저다.


'노루오줌'은 전국의 산지의 골짜기나 습지에서 자라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한여름에 피는 꽃은 홍자색으로 줄기 끝에 모여 많이 달려 피는데 짧은 털이 있다. 그늘에서는 흰색으로 변한다.


'노루오줌'이라는 이름은 뿌리에서 노루오줌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유래를 알고보면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을 여기서도 확인한다.


비슷한 종류로 '숙은노루오줌'이 있는데 노루오줌이 꽃차례가 곧추서고 갈색 털이 있으며 꽃은 홍자색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구분이 쉽지 않다.


큰노루오줌이라고도 부르는 노루오줌은 모양과는 달리 요상한 이름을 얻어서인지 '쑥스러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반영反映
문득 고인 물웅덩이에 시선이 고정된다. 물 위를 걷는 생명의 잔영도 함께여서 하늘을 향한 키다리나무의 떨림을 대신하는 것으로 읽힌다.

대상에게 영향을 미쳐 드러나게 하는 것이 반영이다. 늘 그 자리 그렇게 있다는 것을 잊었다. 어쩌다 틈을 보여주는 것으로 겨우 알아차리곤 이내 잊고 산다. 마치 그것이 삶의 본래 모습인양.

땅이 하늘을 향한 나무를 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범꼬리'
불쑥 솟았다. 높은 산 풀숲에서 다른 풀들이 범접하지 못하도록 가느다란 꽃대를 쑤욱 올려 그 끝자락에 뭉쳐서 꽃을 피웠다. 상당해 보이는 꽃의 무게를 감당할 꽃대는 바람결에 부드럽게 흔들리며 스스로를 지킨다.


초여름에 연한 홍색 또는 백색의 꽃이 핀다. 작은 꽃이 뭉쳐피어 그 존재를 확실하게 드러낸다. 범꼬리라는 이름은 원기둥처럼 생긴 꽃이삭의 모양이 범의 꼬리와 흡사하다는 데서 얻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범꼬리 종류로는 산에서 만나는 것은 대부분 그냥 범꼬리다. 가늘고 키 작은 가는범꼬리와 눈범꼬리, 깊은 숲에는 잎의 뒷면에 흰 털이 많아 은백색이 되는 흰범꼬리, 씨범꼬리와 호범꼬리 등도 아주 귀한 범꼬리들이라고 한다.


긴 꽃대에 꽃봉우리도 길쭉한 모습에서 연유된듯 '키다리'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난장 - 그의 죽음뒤로 음악이 흘렀다

-홍성담, 에세이스트

1980년 중반 대학시절 걸개그림으로 이름을 익힌 홍성담이다. 광주 오월 민중항쟁 연작판화 '새벽', 환경생태 연작그림 '나무물고기', 동아시아의 국가주의에 관한 연작그림 '야스쿠니의 미망', 제주도의 신화 연작그림 '신들의 섬', 국가폭력에 관한 연작그림 '유신의 초상', 세월호 연작그림 '들숨 날숨'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난장'은 소설小說이 아니라 반역의 아들 홍성담의 시대를 향해 포효하는 큰썰大說이다. 일찍이 미술을 통해 동아시아의 미학적 아키타이프를 전취했던 작가가 오늘은 문장과 글을 들고 나타나 이 시대의 비극을 샤먼리얼리즘의 주술적이고 마술적인 양식으로 해체하고 치유한다."

"놀되 그냥 놀지 말고, 죽은 자와 산 자, 생물과 무생물, 꿈과 현실, 과거와 미래, 추와 미, 사랑과 증오를 모두 한자리에 불러내 우리함께 제대로 한판 놀자는 것"

홍성담 특유의 시각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맛을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악산 건네다보며 용주사 부처님을 감싸고 있는 그 바위에 올랐다. 제법 오랜만에 앉아 보는 바위다. 하루가 저물어 가는 시간 는개와 함께 잠시 누리는 호사다. 우산도 없는데도 떨어지는 빗방울이 걱정되지 않으니 올라 앉은 자리가 좋은가 보다.

'저물녘의 노래'

저물녘에 우리는 가장 다정해진다.
저물녘에 나뭇잎들은 가장 따뜻해지고
저물녘에 물 위의 집들은 가장 따뜻한 불을 켜기 시작한다.
저물녘을 걷고 있는 이들이여
저물녘에는 그대의 어머니가 그대를 기다리리라.
저물녘에 그대는 가장 따뜻한 편지 한 장을 들고
저물녘에 그대는 그 편지를 물의 우체국에서 부치리라.
저물녘에는 그림자도 접고
가장 따뜻한 물의 이불을 펴리라.
모든 밤을 끌고
어머니 곁에서

*강은교의 시 '저물녘의 노래' 전문이다.

굵어지는 빗방울이지만 느긋하게 자리를 뜬다. 어떤 여름날의 하루를 건너는 저물녘이 여여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17-07-18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8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9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9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