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머리'
어느해 여름날 강진 병영성을 둘러보고 하멜기념관 앞 화단에서 특이한 이름의 꽃을 만났다. 맑은 청색과 특이한 모습이 주는 호감으로 기억되는 꽃을 섬진강가에서 다시 만났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머리모양으로 부풀어 올랐다. 한껏 입을 벌리고 보여주는 텅 빈 속엔 무엇인지 모를 궁금함이 가득하다. 하얀색의 아랫입술엔 잘찾아오라는듯 유도선까지 마련해 두었다.


용머리라는 이름은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듯한 모습이 연상된다고 해서 얻었다고 한다. 보는 시선에 따라 다양한 모습이 연상되는 것은 다른꽃과 다르지 않다.


들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꿀풀과 비슷한데 꽃의 크기가 확실히 더 크다. 늦은 봄에 피는 숲에서 피는 벌깨덩굴과도 닮았다. 꽃이 흰색으로 피는 것은 흰용머리라고 한다.


무더운 여름 뭉개구름 떠 있는 파아란 하늘의 색과도 닮았다.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는 '승천'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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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예술로 걷다'
-강필, 지식서재

여행이란 '어떤 길을 갈지는 스스로 선택하고 그 길을 가는 과정에서 새로움을 경험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시각에 동의 한다. 그곳이 국내든 해외든 동일하다. 

저자는 스페인을 '예술과 인문'이라는 키워드로 스페인 사람들의 삶과 문화, 역사를 경험한 과정의 결과물을 책으로 엮었다.

한반도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유럽 사람이 스페인 출신의 신부 세스페데스였다고 한다. 또한 20세기 초 스페인 사람 블라스코 이바네스는 "조선 기행문"을 펴냈다. 그들이 동양의 낯선 나라 조선을 바라본 것과는 사뭇 다른 조건에서 스페인을 바라보는 것이지만 내겐 그들의 낯선 눈일 수밖에 없는 스페인이다.

'가우디와 돈키호테를 만나는인문여행'이라늗 저자의 눈에 담긴 스페인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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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동이 트는 새벽, 그믐으로 향해 저물어 가는 달이 보고 싶어 토방을 내려섰다. 낮게 드리운 구름이 가득한 하늘엔 달을 대신해 여명이 붉디붉다.

건너편 낮은 산을 감싸고 오르는 안개의 느린 마음이 그보다 멀리 보이는 백아산 정상을 다 덮진 못했다. 낮게만 자리잡은 하늘의 구름과 산의 모양따라 골짜기를 흘러가는 안개의 리듬이 곱다.

하루의 시작이 이렇게 붉어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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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여름날 그 폭염아래 민낯으로 살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한없이 붉게 타오른다. 살갓이 벗겨지는 것 쯤이야 개의치 않고 스치는 바람에도 간지러워할 만큼 민감하다. 연인을 향한 불타는 마음이 이렇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불꽃을 피워 올린다. 그 정이 넘쳐 주름진 잎에 고였다.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도종환 시인의 시 '백일홍'이다. 붉은 꽃이 백일 동안 핀다 하여 백일홍이라 하는데 시인이 표현한 것처럼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많은 꽃이 가지 끝에 모여 핀다. 색깔은 홍색이 보통이지만 백색·홍자색인 꽃도 있다.


배롱나무는 중국 남부가 고향이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말 선비들의 문집인 '보한집'이나 '파한집'에 꽃 이름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고려 말 이전에 들어온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선비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나무다.


소쇄원, 식영정 등 조선 문인들의 정자가 밀집해 있는 곳의 광주호로 흘러드는 개울을 배롱나무 개울이라는 뜻의 자미탄紫薇灘이라 불렀는데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또한 근처 명옥헌 뜰에는 이때 쯤이면 하늘이 온통 붉은빛으로 물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배롱나무로는 천연기념물 제168호로 저정된 부산 양정동의 '부산진 배롱나무'로 수령 800년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내 뜰에도 다른 나무보다 많은 숫자의 배롱나무가 있다. 모두 꽃보다 고운 마음을 가진 이들의 정성이 깃든 나무들이다. 그 배롱나무도 붉은 꽃이 만발하다.


여름 햇볕에 달궈질대로 달궈진 마음을 주름진 꽃잎에 담아 벗을 그리워하는 마음인듯 '헤어진 벗에게 보내는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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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마루에 안개가 서리더니 바람도 어쩌지 못하고 흔적을 남겼다. 풀 줄기에 난 가녀린 털을 부여잡고 크고작은 물방울로 맺힌 '안개의 쉼'이다.

바람따라 이곳저곳 떠돌다 산마루에 그것도 가녀린 풀에 난 털에 의지한 기구함이란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되는 바가 없지는 않다. 하나, 땡볕의 뜨거운 여름날 산마루를 향해 비지땀을 흘리며 가쁜숨 몰아쉬며 더딘 걸음을 꾸역꾸역 옮기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높고 낮은 구분없이 수고로움으로 애쓰며 오른 산 정상에서 먼 눈길 닿는 곳 바라보는 '쉼' 그것이면 좋은 것을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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