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하늘과 그 사이를 떠도는 구름이 땅 위에 갇혔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고인물도 이렇게 큰 세상인걸 다시금 확인한다. 작렬하는 태양아래 금새 말라버릴 웅덩이지만 지금 모습 그대로 또 한 세상이다.

온세상 다 품을 듯 그 넓이와 깊이를 모르다가도 닫히면 바늘 꽂을 틈도 없는 사람의 마음인데 그 실체도 없는 마음에 끄달리며 산다. 내 마음씀이 저 좁아터진 웅덩이의 그것과 얼마나 다를까. 맑아서 더 강한 볕 아래를 지나다 멈춘 걸음이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파문을 일이킨 주인공은 사라지고 여운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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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뜰을 마련하고 옆집에서 나눠준 구근을 뜰 가장자리에 심었다. 다음해부터 피기 시작한 꽃은 해마다 그 숫자를 늘려간다. 오랜 기다림 끝에 솟아난 꽃대는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핀다. 오랜 기다림이 그만큼 간절했으리라. 그제 꽃대를 올렸던 상사화가 오늘 피었다.


아직 한 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를
기다려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어긋나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오랜 세월
침묵속에서
나는 당신께 말하는 법을 배웠고
어둠 속에서
위로 없이도 신뢰하는 법을
익혀 왔습니다


죽어서라도 꼭 
당신을 만나야지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오늘은 어제보다
더욱 믿으니까요


*이해인 시인의 시 '상사화'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상사화에 기대어 풀어내는 사람의 마음을 지극하게도 담았다. 이해인의 그 마음이 상사화를 보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초봄에 돋아난 잎은 초여름이면 말라 죽고, 그 뒤에 꽃줄기가 쑥 올라와 연분홍빛 꽃이 핀다. 이로인해 잎과 꽃이 한번도 만나지 못하는 것이다.


상사화 종류로는 상사화, 진노랑상사화. 붉노랑상사화, 백양꽃, 위도상사화, 제주상사화가 있고 흔하게 상사화라고 부르는 꽃무릇(석산) 등이 있다. 주로 색의 차이로 구분하지만 꽃무릇의 경우는 꽃 모양이 전혀 다르다.


견우와 직녀는 칠월칠석 날 일년에 한번은 만난다지만 상사화의 잎과 꽃은 평생 만나지 못한다. 하여 이별초離別草라고도 부르는 상사화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란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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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갓길에 차를 세운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해지는 서쪽을 향한 눈맞춤이다. 무엇이고 눈에 들어와 잠시 머물게 되는 순간이 오면 이렇게 속도를 멈춘다. 오래된 버릇이라 자연스럽다. 그 버릇으로 인해 참으로 귀한 순간들과 많이도 눈맞춤 했다.

다음에 하지, 또 기회가 있겠지 하는 알수 없는 내일을 담보로 오늘의 귀한 때를 놓치는 일이 빈번한 일상에서 이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긴 하루를 위로하는 짧은 눈맞춤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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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취'
궂은 날씨에도 높은 산에 오르며 눈은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언듯 스치는 익숙치 않은 다른색에도 지나치는 법이 없이 살피다보면 이름을 알고 모르고는 상관없이 의외의 식물을 만나게 된다. 남덕유산 높은 철사다리 밑에서 막 피어나는 곰취를 만났다.


높은 산에서 자난다는 특성으로 쉽게 만나지 못하지만 나물로 인기있어 이름은 친숙하다. 곰취라는 이름은 곰이 좋아하는 나물이라는 뜻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노란색의 꽃은 꽃대 끝에 모여달린다. 꽃보다는 잎에 주목했다. 곰취의 뿌리잎은 땅속줄기에서 뭉쳐나고 심장 모양이며 길이가 85cm에 달하는 큰 것도 있다고 한다.


어린잎을 봄철에 날것으로 또는 데쳐서 나물로 먹으며 말려서 묵나물로 만들기도 하는데 향기와 맛이 좋다. 이렇게 다양한 식재료로 사용했던 것에서 유래한 것인지 '여인의 슬기'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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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하루다. 여름이니 덥다지만 한계에 다다른 건가. 올 여름은 무지막지하게 덥다. 오전과 오후 번갈아가며 쏟아낸 땀으로 기진맥진 허기진다.

이슬비와 함께 올랐던 산의 정상에 이르러 보석처럼 빛나는 물방울에 발걸음을 붙잡혔다. 힘겹게 올랐던 그 피곤함이 사그라드는 시간이다. 여리디여린 것이 그보다 더 여린 대상을 만나 서로가 서로를 더욱 더 빛나게 한다. 쉽지 않은 일이기에 더 귀한 모습으로 본다. 하루를 길게 보낸 시간 앞에 지친 마음을 다독여주는 것으로 이만한 것이 없다.

힘들여 오르고 나서 마주하는 지극히 짧은 순간의 환희가 주는 맛을 잊지못해 다시 찾는다. 이것으로 긴 하루가 주는 묵직함이 덜어내는 틈으로 삼는다.

참바위취에 보는이의 마음이 알알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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