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의 순간을 예고 한다. 뜰의 가장자리에 심어둔 꽃이 막바지 여름을 예찬이라도 하듯이 꽃을 피우는 상사화가 꽃대를 올렸다. 하룻밤 사이에 불쑥 솟아오른 꽃대엔 이미 꽃을 품어 부풀어 오른 꽃망울이 가득하다.

안개 자욱한 산 아랫마을엔 습기 가득한 공기가 턱까지 차올랐다. 느려터진 걸음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가는 것도 아닌 몹쓸 속도로 갈듯말듯 망설이고만 있다. 맑아 마른 풀 같아 보인다는 어제의 가을맞이가 무색하다. 말복도 한참이나 남은 아직 여름의 한 복판임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다.

문득, 돌아보면 일년을 기다려 피어날 화사한 꽃이 만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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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것도 아니고 안오는 것도 아닌 비와 동행하며 느즈막히 일어나 동네 산책을 했다. 걷기에 참 좋은 날이다.


동네를 골목길을 돌아 대나무밭을 통과하고 언덕에 올라 마을이 내려다보다 저수지 옆길에서 산으로난 길을 걸었다. 비 탓인지 논과 밭엔 아무도 없고 간밤에 내린 비는 스스로에게 딱 필요한 만큼씩만 가져갈 것같은 식물들에게도 좋고 시원한 기온이 걷기 나서는 내게도 좋다.


뜰 사잇길에 난 풀까지 뽑고 나니 남은 휴일이 여유롭다.


박주가리

흰망태버섯

애기나팔꽃

녹두


좀고추나물

계요등

사위질빵

며느리밑씻개

아까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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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立秋라 그런걸까. 습기를 덜어낸 땡볕에선 잘 말라가는 풀 냄새가 난다. 뽀송뽀송하면서도 부서지진 않을 적당한 까실거림이 이 느낌과 비슷할까. 간혹 부는 바람이 전하는 가을의 냄새가 스치듯 잠시 머물렀다 간다.

잔뜩 습기를 품었지만 같은 느낌을 받았던 산행에서 만난 나무다. 남덕유산 정상 못미처 가파른 오르막 길에서 잠시 나무에 기대어 그 나무가 품은 습기로 지친 몸을 다독였다. 거제수나무, 자작나무과이니 자작나무의 특성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기에 남쪽에서는 보기 어려운 자작나무를 대신해 손으로 쓰다듬고 안아보기도 하면서 깊은 인사를 나눴다. 산을 넘어온 바람이 전하는 시원함이 혹 그 나무가 전하는 안부는 아닌가 싶어 앨범을 찾아보고 그 날의 만남을 떠올린다. 다시 찾을날 있어 그 나무아래 쉴 수 있길 바래본다.

어떤 나무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에 온기가 스며듬이 있어 은근히 이를 즐겁게 누린다. 지금 이순간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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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여름꽃
지리산 노고단 인근의 여름꽃은 익숙한 기다림으로 만난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때를 놓치지 않고 피어난 꽃과의 만남이 주는 순간의 눈맞춤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원추리, 병조희풀, 송이풀, 둥근이질풀, 흰이질풀, 꽃며느리밥풀, 산오이풀, 오이풀, 긴산꼬리풀, 짚신나물, 도라지모시대, 층층잔대, 동자꽃, 돌양지, 곰취, 참취, 바디나물, 뻐꾹나리, 술패랭이, 톱풀, 기린초, 마타리, 좀고추나물, 여로, 지리산터리풀, 함박꽃, 물봉선, 노랑물봉선, 미처 이름 불러주지 못한 꽃까지ᆢ.


마음에 다소 여유가 있었다. 꽃을 보고싶은 욕심이 과해지면 억지를 부리게 되는데 언제부턴가 그게 탐탁치않아서 서두르지 않기로 한 까닭이다. 마음에 조급함이 있어 꽃을 보고자 했던 첫마음에서 멀어져간 스스로를 돌아보고자 한다.


꽃과 숲, 그 사이를 거닐며 오롯이 자신과 함께한 시간이 좋다.


병조희풀

도라지모시대

층층잔대

둥근이질풀

돌양지꽃

곰취

산오이풀

산긴꼬리풀

지리터리풀

송이풀


흰이질풀

술패랭이

톱풀

함박꽃나무

뻐꾹나리

노랑물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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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17-08-12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이름의 정확한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이름 자체는 꽃처럼 이쁘네요!

무진無盡 2017-08-13 21:29   좋아요 0 | URL
꽃이름 같지 않은 엉뚱한 이를들도 많더라구요~
 

담장 안에 심고 자라기를 기다리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계절이 한번 순환하는 동안 담장 높이로 키를 키우더니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계절이 두번 바뀌자 속내를 보이는 것이 어찌나 이쁘던지 식물을 심고 가꾸는 일이주는 신비로움을 만끽했다. 다시 계절이 세번째 바뀐 올 여름엔 더디오나 싶었는데 어김없이 담장 너머로 주황색 불을 밝혔다.

대문 모퉁이에 화분을 놓거나 담장위에 꽃을 심고 담을 넘을 수 있는 식물을 가꾸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들고나는 모든이들에게 꽃이 전하는 마음을 나누고 싶다.

능소화는 기어이 담장을 넘었다. 비로소 꽃으로 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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