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사는 생명이 뭍에 살았었던 생명에 깃들어 뭍으로 올랐다. 어디서 무엇으로 존재하든 바라보는 마음에 의해 삶과 죽음이 갈리는 것이기에 이제 영생을 얻은 것이리라.


섬진강을 코 앞에 두고 자동차길과 기찻길의 사이에 끼어 둥지를 틀었다. 물길, 차동차길, 기찻길과 함께 나란히 길 위에 선 것이다. 이 모든 길이 땅을 딛고 사는 운명인지라 길 위의 인생이라고 할 사람이 제 자리를 잡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혼이 자유로운 이의 마음이 바람 길 위에 있으니 비로소 모든 길은 이곳 '푸른낙타'로 이어지겠다.


'푸른낙타'를 벗삼아 지구별을 여행하는 이가 벽조목霹棗木으로 만들었다. 요사妖邪한 기운을 물리친다 하니 '푸른낙타'가 없는 나는 이제 영생을 얻는 물고기와 벗을 삼고자 한다.


물길을 벗어나 뭍길에 오른 물고기 한마리가 벗으로 내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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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노랑이, 서양벌노랑이'
새로난 국도변 유난히 노오란 꽃이 눈을 사로잡는다. 혹시나 하고 한적한 갓길에 차를 멈추고 조심스런 첫대면을 한다. 사진으로 눈에 익혀둔 이미지라 낯설지 않게 이름을 부를 수 있다.


샛노랗게 핀 꽃이 콩과식물들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햇볕을 반갑게 맞이하듯 더 찬란하게 빛난다. 거의 똑같은 모양으로 피는 '서양벌노랑이'가 있는데 '벌노랑이'와 구분이 쉽지 않다. 모여피는 꽃의 갯수로 구분한다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벌노랑이라는 이름은 노랑이에서는 꽃의 색깔을 벌은 꽃이 벌을 닮았다는 것에서 유래된듯 하다. 벌의 뒷모습이 언듯 닮아 보이기도 하지만 나비를 더 쉽게 연상하게 된다.


푸른 풀 사이에서 유난히 돋보이며 주목받는 벌노랑이는 노랑돌콩이라고도 한다. '다시 만날 때까지'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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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높아진 하늘에 마알간 볕이 가득하다. 가을 햇살의 속살거림으로 봄부터 긴 여름을 건너온 수고로움이 영글어갈 것이고 끝내 못다한 아쉬움은 다가올 시간에 기대어 다음을 기약할 것이다.


가을로 가는 숲의 개운함이 이 햇살 덕분임을 아는 것은 떨어지는 도토리를 기다리는 다람쥐만은 아니다. 속으로만 붉어져왔던 단풍나무의 하늘거리는 잎이 먼저 알고서 마지막 몸부림을 하고 있다. 그 붉디붉은 속내가 단장을 마무리하는 날 가을은 그 빛으로 무르익는다.


밤마다 한층 더 깊어지며 늘 새로운 아침을 맞게하는 하루하루가 참으로 고마운 시절을 산다. 덥고 춥고의 경계가 이웃하여 어느쪽으로도 넘치지 않고 낮과 밤이 서로를 부둥켜안아도 그리 부끄럽지도 낯설지 않다.


지나온 발자국 위에 마알간 볕이 쌓여 뒤돌아보지 않고도 나아갈 길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이 때 비추는 너그러운 햇살 때문이다. 그 볕으로 인해 무엇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시간, 가을 속으로 한발을 내밀었다.


지금이 딱 좋은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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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산을 내려온 안개가 아침을 맞아 파아란 하늘의 그 넉넉한 품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차이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세상 이제부터 익숙해질 아침 풍경이다.

목이 잘린 나무는 경이롭게 새 싹을 키웠다. 높은 하늘을 닮은 꿈을 키웠던 나무는 이제는 뭉툭한 잘린 모습으로 새로운 꿈을 꾸는 중이다. 나무의 새로운 꿈처럼 '어제 같은 오늘과 오늘 같은 내일'을 이어가고자 새로운 계절에 꿈을 꾼다. 

오늘, 비로소 가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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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경림'
-이경자, 사람이야기

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신경림 시인의 시 '갈대'다. 계절도 내 삶의 시간도 가을의 문턱 즈음에서 '산다는 것'에 주목하는 때에 오롯이 '시인 신경림'을 만나는 의식을 치루듯 찾아 본 시가 이 '갈대'라는 작품이다.

'농무'로 기억되는 신경림 시인은 그 시를 알지도 못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서로를 연결지을 수 있는 것은 순전히 학교교육의 혜택(?)이다.

이 책은 작가 이경자의 눈으로 본 시인 신경림에 대한 이야기다. 둘다 잘 알지 못하니 이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글을 통해 주목하는 대상과 글쓴이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리라.

빠르게 첫장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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