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 하반기 정기공연


창극, 만복사 사랑가
(원작 김시습의 만복사저포기)


2017. 9. 8(금) 오후 7:30
              9(토) 오후 3:00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


*저승과 이승의 삶을 이어주는 중심에 사랑이 있다. 남녀 간의 사랑도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도 모두 삶과 죽음이 갈라놓은 단절을 잇고자 하는 마음의 간절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라고 본다. 금오신화에 등장하는 만복사저포기의 중심 내용 역시 사랑의 단절을 안타까워한 마음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무대의 목표가 아닐까. 국립민속국악원의 '만복사 사랑가'는 그런 의미에서 훌륭한 무대였다. 흔한 소재인 사랑을 테마로 이승과 저승, 삶과 죽음, 소통의 부재와 단절을 강요한 시대적 아픔까지를 담아 억울한 죽음이 가져온 치유할 수 없었던 인간성의 파괴를 껴안아 다독이는 무대는 공감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특히, 창극의 감정선을 이끌어간 반주의 어우러짐은 여느 무대에서 경험하지 못한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으로 극에 몰두할 수 있도록 전해준 연주였다. 또한 연화 어머니의 절창은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까먹을 정도로 이번 창극의 백미로 꼽아도 좋을 만큼 돋보이는 무대가 되었다. 만복사 사랑가가 담고자했던 사랑의 궁극적 지향점이 어딘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었다.


이는 다소 지루한 이야기의 전개나 스크린이나 마이크 활용 등에서 보여는 무대활용의 사소한 실수를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다시, 어쩌면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무대의 목표라면 이번 국립민속국악원의 '만복사 사랑가'는 주목받아 마땅한 공연으로 내 기억속에 오래 머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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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귀를 서성이던 아침 안개가 산을 넘어가자 비가 내렸다. 눈으로 오던 비는 아득하더니 소리로 오는 비는 질척거린다. 벌어진 옷깃을 살짝 엿볼수 있을 정도로 산을 넘어 불어오는 바람결에 실린 비에 상쾌함이 한가득이다.

빗소리가 가슴으로 파고들어 허락도 없이 가만히 똬리를 튼다. 더디오는 가을에 고삐를 달고 채찍을 휘두르는 비치고는 얌전하기 그지없다. 이 가을 맞이하는 내 마음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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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밑씻개'
무엇이든 만들어지는 당시의 시대를 반영하지 않는 것은 없다. 며느리배꼽,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밥풀 처럼 식물 이름에 며느리가 들어가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남자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고부간의 갈등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그늘진 숲 가장자리에 연분홍 색으로 곱게도 핀다. 꽃의 끝 부분은 적색으로 줄기나 가지 꼭대기에 달린다. 줄기에 억쎈 가시를 달았다고는 상상이 안될 정도니 꽃을 더 가까이 보고싶어 다가서면 어김없이 긁히게 된다.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은 화장지가 귀하던 시절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미워하여 부드러운 풀잎 대신 가시가 나 있는 이 풀로 뒤를 닦도록 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부 간의 갈등으로 생긴 시대상이 반영되어 이름을 붙여진 것이라고 본다.


'가시덩굴여뀌'라고도 하고, 북한에서는 '사광이아재비'라고도 부른다. 날카로운 가시를 품고 있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공존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함을 미리 알려주는 듯하다. '시샘', '질투'라는 꽃말이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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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아니온듯 숨죽여 내린비를 품은 안개가 미쳐 산을 넘지 못했다. 빗방울을 머리에 인 꽃들은 허리를 숙이고 무게를 덜어줄 바람을 기다리는 마음에도 빈틈은 있어 아침이 느긋하다. 손바닥만한 뜰을 거니는 동안 바짓가랑이를 적신 빗방울을 간밤의 불편한 속을 비우듯 털어낸다.


담장 위 유홍초는 으름덩굴을 딛고 하늘향해 꿈을 키워간다. 그 유홍초의 꿈을 겨우 눈으로만 따라가는 마음으로도 충분하다.


여전히 마을 어귀를 서성이는 안개의 품 속 포근함으로 가을날의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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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리'
늘 이름을 까먹는 식물들이 있다. 비슷비슷하여 구분하여 기억하지 못한다는 핑개라도 댈만한데도 자꾸 미안해지니 어쩔도리 없이 보고 또 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 중에서 이런 모습들을 한 산형과 꽃들이 애를 먹이는 종류 중 하나다.


서로 다른 크기의 흰색의 꽃이 가지 끝에 자잘한 모여 피었다. 바깥쪽의 꽃잎이 안쪽 꽃잎보다 큰 것이 이를 구분하는 특징 중 하나다. 흥미로운 것은 처음에는 뭉쳐 있던 꽃이 피면서 꽃잎이 부메랑을 닮은 멋진 모습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뿌리는 약재로 쓰고 어린순은 식용하는데, 곰취 향과 비슷하면서도 아주 맛이 있어서 나물밥으로도 해 먹는다고 한다. 채소 작물로 재배도 한다는데 나에겐 낯선 이야기다.


개독활이라고도 한다. '구세주'라는 꽃말은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 딱히 그 이유가 연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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