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줄가리'
꽃이라고 하면 쉽게 활짝 피어있는 상태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꽃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만개한 꽃이 주는 특유의 느낌을 통해 전해지는 공감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꽃 한송이는 수많은 상황에 맞물리는 다양한 노력에 의해 피어난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둘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장석주는 시 '대추 한 알'에서 수많은 상황에 맞물리는 다양한 노력에 주목했다. 결과에 집착한 나머지 잊었거나 때론 외면한 과정의 중요성에 대한 깨달음을 여기서도 만난다.


나팔꽃이 환하게 꽃을 피워다가 진다. 조금씩 움츠려드는 모습이 꽃만큼 아름답다. 누구나 꽃을 보지만 누구도 보지 못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듯 매 순간 꽃 아닌 때가 없음을 다시 확인한다.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 것을 보며 딱히 대줄가리와 여줄가리를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일에 딸린,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을 뜻하는 말이 '여줄가리'다. 이 여줄가리에 반대되는 말로 '어떤 사실의 중요한 골자'를 일컫는 '대줄가리'가 있다. 대줄가리에 주목하다보면 여줄가리의 수고로움을 잊고 말았던 지난 시간들이 가슴에 머문다.


지는 자리가 따로 없음을 몸으로 말하고 싶은걸까. 나팔꽃의 다문입이 강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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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09-14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마음에 특별하게 쏘옥 들어오는군요...^^

무진無盡 2017-09-14 22:53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산층층이'
크고 화려하며 향기까지 좋은 꽃을 좋아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런 꽃은 눈에도 잘 보이기에 누구나가 다 주목한다. 이런 꽃은 쉽게 보고 그만큼 쉽게 멀어지기도 한다. 이제는 작고 소박하여 드러내놓지는 않지만 은근한 매력으로 다가와 오랫동안 머무는 꽃이 더 좋다.


초록의 풀숲에 고만고만 크기의 풀들과 어우러져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다. 줄기를 둘러서 피는 작고 여린 꽃들이 층층이 달렸다. 꽃은 입술 모양이며, 윗입술 끝이 오목하게 들어가고, 아랫입술은 넓고 입술 안쪽에 붉다.


산층층이는 층층이꽃의 한 종류다. 층층이라는 이름은 꽃이 층층을 이루며 핀다는 의미다. 두 종은 전체적으로 비슷하게 생겼지만 꽃 색깔이 달라서 층층이꽃은 분홍색, 산층층이 꽃은 흰색으로 꽃의 색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개층꽃, 산층층꽃이라고도 한다. 한 여름에 끝자락에 피어 가을을 부르는 꽃이라는 의미일까. '가을의 여인'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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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만든 그릇'
-니시카와 타카아키 그림, 송혜진 역, 한스미디어 

나무와 노는 시간이 좋다. 나무를 만지고 깎고 다듬는 동안 자연스럽게 몰입하는 스스로가 대견하다는 생각도 한다. 점점 관심이 늘어나 나무로 하는 무엇을 찾기 시작하고 있다. 그 방향을 어렴풋이 짐작만 한다. 그방향에 참고하고자 목공예에 관한 책을 찾았다.

'나무로 만든 그릇'은 편한 쓰임새와 아름다운 형태의 그릇 300점 그리고 31명의 목공예가 이야기다. 

"손에 잡았을 때의 느낌이 정말 좋다. 뜨거운 국물을 담아도 그릇을 잡고 있는 손에는 열기가 전해지지 않는다. 입에 닿는 촉감도 좋다. 끌 자국이 남아 있는 나무 그릇의 분위기가 편안함을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무의 정갈함이 음식에 배고, 은은한 정취가 음식과 잘 어우러져 어떤 요리든 담을 수 있다."

'나무로 만든 그릇'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31명의 목공예가들의 주된 작품과 나무그릇의 쓰임새, 나무의 종류, 나무 그릇 만드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실용적이면서도 나무 그릇이 품고있는 아름다움을 가득 담고 있다.

나무를 만지는 동안 느끼는 감동이 책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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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내려온 안개가 마을을 삼키듯 기세가 등등하다. 얼굴에 닿는 안개의 무게가 무겁고 둔탁하다. 빨래를 비틀어 짜듯 한움쿰 손에 쥐고 비틀면 한바가지는 금세 넘칠만큼 물기를 흠뻑 머금고 있는 안개를 반기는 것은 채마밭 배추모종과 이를 바라보는 여전히 이방인인 나뿐이다.

새벽에 잠깨면
잠시 그대의 창문을 열어보라.
혹시 그때까지 안개의 자취가 남아 있다면
당신을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이 지금
안개가 되어 그대의 창문가에
서성거리고 있겠거니 생각하라.

떠나가는 사람의 뒷모습이여,
머리풀고 흐느끼는 내 영혼의 새여,
당신을 나의 이름으로 
지명수배한다.

*이정하의 시 '새벽안개'다. 칠망七望의 달 때문에 밤을 뒤척인 것은 어쩌면 새벽안개를 맞이하기 위한 예비의식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적당한 거리에 틈을 메꾸는 안개는 벽을 세워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 아니다. 닫힌듯 열린 공간에 서로를 향한 마음 더욱 간절함이 이렇다는 것을 그대가 문득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이 서성이는 것이다.

시나브로 안겨오는 안개의 세상으로 아침이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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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풀'
가을 숲길을 걷다보면 풀 속에 줄기가 우뚝 솟아 올라 대롱대롱 앙증맞은 꽃방망이를 하나씩 달고 있어 슬쩍 쓰다듬어 본다. 그렇게 인사 나누기를 수없이 반복하고서야 비로소 담았다.


밋밋한 줄기를 높이도 올렸다. 그 끝에 맺힌 봉우리에서 하나씩 터지듯 피는 꽃이 붉어서 더 애틋한 마음이다. 바라보는 이의 마음이 그렇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꽃은 진한 붉은색이며 드물게 흰색도 핀다. 하나의 긴 꽃대 주위로 꽃자루가 없는 것들이 많이 달린다.


잎을 뜯어 비비면서 냄새를 맡으면 오이 냄새가 난다고 해서 오이풀이라고 한다. 수박냄새가 난다고 하여 수박풀로도 불린다. 지우초, 수박풀, 외순나물, 지우라고도 오이풀은 '존경', '당신을 사랑 합니다'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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