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가구
남경숙 지음 / 한양대학교출판부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전통 가구를 이해하는 다른 방법

나무를 만지면서 시작된 놀이가 이제 관심의 폭을 넓혀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바탕으로 그 생활에 필요했던 가구에까지 이르렀다전통적인 생활방식에 대한 접근 방법이 다르기에 살피는 것 역시 다른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다생활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활에 필요했던 가구에 주목하는 것이다.

 

나무를 만지는 것에 관련된 공부를 해본 경험이 없어 막연하기에 관련된 책을 찾아보는 것이 그나마 궁금증을 해결해가는 방법이라 여겨 이것저것 찾아보았지만 적당한 책을 찾지 못하였다그나마 발간되었던 책도 발행연도가 오래되어 절판된 책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이는 전통 목가구가 현 시점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대변해 주는 단편적인 예가 아닌가 싶어 마음 한구석 안쓰러움이 있다.

 

어렵게 찾은 책 중에 하나가 한양대학교 출판부에서 발간한 '한국 전통 가구'라는 책이다이 책은 2004년 문화관광부 한국 문화콘텐츠 진흥원에서 실시한 우리 문화원형의 디지털콘텐츠화 사업 부문에서 연구한 결과로 나온 자료를 취합하여 만들어진 책이다. "조선시대 가구 관련 책자와 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문화적 맥락에서 한국가구의 정체성을 확보해 주고 가구산업측면에서도 단절된 전통가구의 우수성을 재조명하기 위해전통가구 문화전통가구 양식전통가구 문양 및 금구장식전통가구 제작공정전통가구 구조 상세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전통 가구가 중심이되 그 가구의 배경이 되는 전반적인 생활양식을 살펴 그 가구가 적재적소에 필요한 제 기능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배경이나 제작기법과 활용성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살펴 보다 깊이 있게 가구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특히전통가구의 종류가구의 상세구조와 문양과 장식전통가구 제작 공정은 가구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로 보여 적절한 자료로 보인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전통가구에 대한 관심은 골동품이라는 시각과 더불어 옛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일부에서 찾은 것으로 그 수요가 극히 한정된 것이 현실이다이러한 현실에서 매니아 층에서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으로나 전통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도 그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이런 반응을 기반으로 본다고 해도 이 책에서 제시한 한국 전통 가구의 전반적인 정보는 다양한 측면에서 활용이 가능한 내용이다.현대 감각에 맞게 다시 발간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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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들어 눈여겨보는 것이 나무다. 그 숲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오래된 나무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기운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보다 큰 이유다.


전라북도 순창의 회문산 서어나무다. 회백색의 수피가 아름다운 서어나무는 그 품의 두께에서 수령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제법 거리를 두고 나무와 마주섰다. 한참을 상하좌우에 주변까지 눈으로 살펴 살아온 시간을 어렴풋이나마 짐작이라도 해볼요량이지만 가당치도 않은 듯하여 조심스럽게 나무 곁으로 다가선다. 다소 차가운 느낌을 전해주는 굴곡이 심한 수피를 손으로 만져본다. 굴곡을 따라 쥐어보기도 하고 손바닥을 펴 쓰다듬기도하면서 나무가 전하는 온도를 공유한다. 마음에 품듯 두손을 활짝 펴고 안아보며 겹으로 쌓인 시간의 기운을 느껴보고자 하지만 역부족이다. 한동안 멈추었던 길을 다시 오르며 뒤돌아본 나무는 그자리 그대로다. 하지만, 팔을 벌려 서로에게로 닿으며 알듯모를듯 전해진 온도는 내게 남았다.


나무가 시간을 겹으로 쌓아온 그것처럼 이제 나는 내 시간 속으로 나무를 그렇게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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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여뀌'
어쩌 이리도 붉을 수가 있을까. 드러내놓고 붉지도 못하는 것이 은근함으로 깊이 파고든다. 화끈하게 자신을 싸질러버리는 꽃보다 이렇게 있는듯없는듯 다가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은 존재의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긴 줄기를 쑤욱 내밀었다. 그 줄기에 여유로우면서도 드물지 않게 아주 작은 꽃을 달고 붉게 핀다. 반그늘이고 습기가 많은 풀숲에서 흔하게 자라서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꽃이 이삭처럼 달린 여뀌라고 해서 이삭여뀌다. 잡초로 여기지만 눈여겨봐주지 않지만 예로부터 식용, 약용 등으로 그 쓰임세는 실로 다양했다고 한다. 붉고 이쁘게 피는 꽃만 보기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여뀌의 종류로는 여뀌, 개여뀌, 꽃여뀌, 산여뀌, 물여뀌, 바보여뀌, 장대여뀌, 가시여뀌, 털여뀌 등 30여 종류가 있다고 한다. 여전히 구분하기 쉽지 않지만 유심히 살피면 각각의 특성으로 인해 제법 재미있는 놀이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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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산 기슭만 보여도 가슴이 뛰기 시작하고 머뭇머뭇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 꽃이 피어날 몸짓을 감지한 까닭이다. 멀리서 꽃소식 들려오기도 전에 몸은 이미 꽃몸살을 앓기 시작한 것이다.


한겨울 눈이 내리면서부터 시작된 매화꽃 향기를 떠올리며 남쪽으로 난 창을 열고 물끄러미 바라보듯, 한여름 끝자락 이슬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땅으로만 내려앉을 때가되면 꽃몽우리 맺혀 부풀어 오를 것을 이미 알고 이제나 필까 저제나 필까 꽃소식 기다리다 고개가 다 틀어질지경에 이른다. 다 꽃을 마음에 둔 이들이 꽃과 눈맞춤하기 위한 통과의례다.


이때 쯤이면 아무도 찾지않을 산기슭에 홀로 꽃 수를 놓고서도 스스로를 비춰볼 물그림자를 찾지 못해 하염없어 해지는 서쪽 하늘만 바라볼 고귀한 꽃이 눈 앞에 어른거리만 한다.


"아침 꽃은 어리석어 보이고, 한낮의 꽃은 고뇌하는 듯하고, 저녁 꽃은 화창하게 보인다. 비에 젖은 꽃은 파리해 보이고, 바람을 맞이한 꽃은 고개를 숙인 듯하고, 안개에 젖은 꽃은 꿈꾸는 듯하고, 이내 낀 꽃은 원망하는 듯하고, 이슬을 머금은 꽃은 뻐기는 듯하다. 달빛을 받은 꽃은 요염하고, 돌 위의 꽃은 고고하고, 물가의 꽃은 한가롭고, 길가의 꽃은 어여쁘고, 담장 밖으로 나온 꽃은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수풀 속에 숨은 꽃은 가까이 하기가 어렵다."


*조선시대를 살았던 이옥李鈺의 글이다. 꽃을 가슴에 품고 꽃몸살을 앓아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다. 대상이 무엇이든 그 대상에게 몰입해본 이의 마음자리에 꽃이 피었다.


물매화 꽃몽우리가 맺혔다. 북쪽에서 들려온 꽃 피었다는 소식에 자꾸 먼 산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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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천에 뜬 새벽달은 안개 속으로 숨어들어 눈맞춤을 외면하고, 물 위에는 물이 되고싶은 안개만 가득하다. 겨우 물과 물 아닌 것의 경계만을 보여주는 저수지의 표면은 꿈틀대며 허공에 손을 내밀고 있다. 내밀면 닿을듯 지척인 산그림자가 아득하다.

보고자 찾아온 물안개는 오리무중이다. 피어오르기 위해선 아침 햇살이 필요한데 아직은 안개에 갇힌 해는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이제나저제나 조바심 내는 마음을 두고가는 더딘 발걸음은 혹시나 하며 자꾸만 뒤돌아 본다.

까실까실한 햇볕을 기대해도 좋을 가을날의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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