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국'
색감과 질감이 남다르다. 태생이 바다 바람을 벗하고 살아서 그런 것일까. 바다를 품었음직한 파란색의 과하지 않음이 묵직한 질감에서 오는지도 모른다. 두툼하고 풍서한 꽃잎과 잎은 포근함으로 전한다.


정작 바다에 가서는 보지도 못하고 내 뜰에 핀 꽃을 통해 바다에 두고 온 아쉬움을 위로 한다. 떠나온 곳 바다를 향한 간절함이 깊고 짙어서일까? 아니면 바닷물이 그리워 바다보다 더 파랗게 물이들었나 보다.


'해변국'이라고도 한다. 잎은 아침 나절에 꼿꼿하고 한낮에 생기를 잃다가 해가 지면 활기를 되찾는다. 깊어가는 가을 차가워져가는 바람따라 바닷가를 찾아가는 것은 오로지 너를 보기 위함이다.


척박한 땅에서 모진 바닷바람을 견디며 꽃을 피울 날을 기다린 바로 너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듯 '기다림'이란 꽃말을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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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에 닿는 볕이 부드럽다. 넉넉함으로 곡식과 열매를 여물게하는 그 볕의 한없이 넓고 깊은 품에 살포시 기대어 본다. 좋다 싫다 구별하지 않은 볕의 너그러움이 그대로 스며들어 가슴에 온기를 전한다.


소나무 몸통의 터진 껍질 사이로 볕이 들었다. 다소 시간의 짬이 나는 오후면 가끔 소나무 그늘에 들어 갈라진 껍질을 만져본다. 까칠한 소나무 껍질은 소나무의 시간이지만 내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로 삼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소나무는 속을 부풀리며 스스로를 둘러싼 껍질을 버린다. 몸통에 난 골이 깊어지는 만큼 소나무는 성장하는 것이다.


소나무와는 달리 내 마음을 키워내는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겨우 늘어나는 흰머리와 눈가의 주름살로 대신하지만 그것으로는 다 알 수 없어 대신할 무엇을 찾는다. 까칠한 소나무 껍질을 만지며 어쩌면 그것과 다르지 않을 내 시간의 흔적을 짐작해 보는 것이다.


여름의 볕은 피하게 하고 겨울의 볕은 탐하게 하지만 가을날 오후의 볕은 조건없이 곁을 허락하는 여유를 가졌다. 크지 않은 소나무에 잠깐 들어앉은 여유로운 볕으로 가을날의 넉넉함을 누린다.


품을 키워가는 낮달과 함께 까실까실한 볕이 참 좋은 가을날의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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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목서'
바람을 거슬러 향기를 전하는 힘을 가졌다. 과하다 싶은 향기가 달콤한 유혹을 서슴치 않는다. 멀리서 이미 향기에 취한 마음에 못을 박아 확인까지 한다. 주황색이 주는 색감의 황홀함이 극치를 이룬다.


잎겨드랑이에 자잘한 꽃들이 줄줄이 뭉쳐 달린다. 꽃이 피는 나무가 없는 계절인 가을에 피어 아주 진한 향기로 주목을 받는 나무다. 꽃향기로 듬성듬성 둥지를 튼 시골마을을 이어주는가 하면 계곡에 자리 잡은 절집을 향기로 가득 채워주기도 한다.


"넓고 아득한 대지에/비릿한 냄새가 코를 스치네/바로 앞의 묘한 향기는/누구라서 그 신비를 발견하리/목서 향기는 숨길 수가 없네······"


'완당집' 제7권 '잡저'에 실려 있는 목서에 관한 글이다. '점필재집', '해동역사' 등에도 실려 있다하니 옛사람들도 이 향기를 무척이나 좋아했나 보다. 나 역시 이 가을이면 의식을 치르듯 유독 관심을 가지고 편애하는 풀과 나무가 있다. 단아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물매화와 아찔한 향기의 목서가 그것이다. 이 둘과 눈맞춤해야 비로소 가을인 것이다.


흔히 하얀색의 꽃을 피우는 것을 은목서라하는데 이는 목서의 다른 이름이다. 목서에서 파생되어 주황색 꽃이 피는 것을 금목서라 한다. 남의 뜰의 금목서는 피었는데 내 뜰의 목서는 꿈쩍을 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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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박자박 빗소리에 차분하게 하루를 연다. 서둘러 나선 출근길 한 곳에 서서 동쪽하늘을 본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하루를 시작하는 통로가 이 길이다.


"봄비에 꽃봉우리 벙글대는 소리보다
단풍잎 물들어가는 소리가 가슴에 못질하듯 
파고들어 더좋다"


*정종배의 시 '가을비 소리에 철들다'의 일부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해지는 날씨가 가을의 깊은 품으로 유혹한다.


옅은 빗소리가 귓전을 맴도는 것이 더 은근하게 가을의 품 속으로 성큼 다가선다. 그 속도가 나쁘지 않다. "이제야 철들어 가는 소리 아닌지/달항아리 내 사랑아" 가을비를 대하는 이들의 마음이 이와 다르지 않다.


가을비에 철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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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10-02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풍성하고 여유로운 한가위 명절 되시길...^^
 

'자귀풀'
가냘픈 잎사귀를 달고서 나비모양의 황색으로 꽃을 피웠다. 성근바람에도 쉽게 흔들리면서도 활짝 펼치지만 무엇이라도 닿기만 하면 잎은 살포시 오므라든다. 태양을 좋아해 직사광선을 따라 하루종일 해바라기를 하면서도 그 속내를 보이는게 그리 부끄러운 걸까.


눈둑을 걷다보면 간혹 만나게 된다. 물질경이, 자귀풀, 피, 벗풀, 수염가래꽃, 물옥잠, 물달개비, 사마귀풀 등 논둑에는 제법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살고 있다. 눈여겨보지 못했던 지난 시간의 무심함에 세삼스럽게 놀란다.


'자귀풀'이라는 이름은 흐린 날이나 밤에는 자귀나무처럼 잎이 마주 포개져 접히기 때문에 자귀나무 닮은 풀이라는 의미로 붙여졌다고 한다. 잎이 달린 줄기를 말려서 차를 끓여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차풀'이라고 하는 것과 흡사하게 생겼지만 꽃과 잎의 모양, 키 등으로 구분한다.


닿으면 움츠러드는 것에서 유래한 듯 '감각의 예민', '예민한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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