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먹구름을 넘는 아침햇살이 파아란 하늘로 스민다. 해를 마주보는 서쪽 하늘엔 반으로 품을 줄여 고개숙인 달이 멀쩡하게 웃는다. 한차례 반가운 가을비 내려 깊고 마른 가을 품에 촉촉함을 전해줘도 좋을텐데 잔뜩 폼만 잡고 올 생각이 없어 보이는 비는 오늘도 급하게 온다는 소식만 전하고 말지도 모르겠다.


텅 비워내고 다시 채워갈 들판의 가을 끝이 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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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크래커 2017-11-13 2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늘이 세상을 포근히 감싸안은듯 느낌이 좋습니다.

무진無盡 2017-11-13 22:26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뚱딴지'
길가에 두고서 오며가며 보다가 꽃 다 지는 것을 보고서야 차를 멈춘다. 익히 알아 친근함이 이유리지만 언제나 그곳에 있기에 마음 한구석으로 밀쳐놓았다고 해야 맞는 말이다. 출근길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급한 마음으로 담았다.


해바라기를 닮은 듯한 노랑색 꽃이 늦여름부터 시작하여 늦가을까지 핀다. 꽃보다는 뿌리에 주목하는 식물이다.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처음에는 덩이줄기를 식용으로 하기위해 심었으나 지금은 약용, 사료작물로 심기도 한다.


뚱딴지라는 이름은 꽃이 주는 이미지와는 달리 길쭉한 것에서 울퉁불퉁한 것까지 모양이 매우 다양하고 크기와 무게도 다양해 '뚱딴지'라고 불렀다고 한다. 뚱딴지라는 낱말의 뜻을 생각하면 그럴듯 하다.


'돼지감자'라고도 불리는 것은 사료용으로 쓰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알뿌리가 주는 다양한 쓰임새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미덕', '음덕'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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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크래커 2017-11-13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쁘네요. 출근길 지각 안하셨나요? 덕분에 퇴근길 제 눈이 호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무진無盡 2017-11-14 19:36   좋아요 0 | URL
지각은 안했답니다. 익숙한 일이라서요~ ^^

치즈크래커 2017-11-14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행입니다. 편안한 시간 되십시오~

무진無盡 2017-11-15 19:3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사람 건너기'
-윤성택 글, 김남지 사진, 가쎄


윤성택 시인의 산문집 '마음을 건네다'의 문장과 문장 사이를 건너기가 무척이나 버거웠다. 그 이유를 확인도 하고 스스로에게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그의 다른 책을 찾았다.


"이 새벽에
깨어 있는 것을 위하여
여행이 길을 멈추고
사랑이 나를 지난다"


어쩌면 다시, 더 깊은 늪에 빠질 것만 같은 이 불안함은 뭘까. 가을앓이가 시원찮다 싶더니 여기서 덜미를 잡힐줄은 몰랐다. 시인 윤성택의 시집을 건너뛰고 다시 그의 산문집을 골랐다. 정제된 시적 언어 보다는 다소 풀어진 마음자리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위험을 자초한 일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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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위에 새긴 생각
정민 엮음 / 열림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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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각에 담긴 문장의 행간을 읽다

옛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글과 현대인 사이를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필요하다사용하는 문자가 달라지면서 글에 담긴 뜻을 헤아리기에는 쉽사리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이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하게 해내는 분이 정민안대회강명관심경호 등 여러 명이 있다그 중에서도 한시 미학 산책우리 선시 삼백수다산의 재발견비슷한 것은 가짜다미쳐야 미친다일침조심와당의 표정 등으로 일찍이 매우 깊은 인상을 남긴 분이 정민 선생이다.

 

'돌 위에 새긴 생각'은 명나라 말엽 장호張灝가 엮은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의 내용을 정민 교수가 간추려 소개하며 그에 짧은 풀이를 덧붙여 엮은 책이다장호의 학산당인보는 옛글에서 좋은 글귀를 간추려 당대의 대표적 전각가들에게 새기게 해 엮은 책이다. "전각은 서예와 조각회화와 구성을 포괄하는 종합예술이다돌 하나하나의 구성과 포치도 그렇지만그 행간에 옛사람의 숨결이 뜨겁게 담겨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민 교수가 학산당인보를 주목한 이유 중 하나다.

 

이 학산당인보에 관심을 가진 이가 조선시대를 살았던 청장관 이덕무로 그가 필사한 책 서문을 초정 박제가가 지었다이 모두가 다 시대를 초월하여 관심 범위 안에 있는 사람들이라 점도 또 다른 이유가 된다. ‘학산당인보’ 풀이글에 붙인 서문에 박제가는 글은 짧지만 의미는 길고널리 채집했어도 담긴 뜻은 엄정하다.”며 뒤집어 말한 것은 사람을 격동시키기 쉽고곧장 말한 것은 사람에게 깊이 파고든다글은 짧지만 의미는 길고널리 채집했어도 담긴 뜻은 엄정하다.”라며 전각으로 옮겨진 글의 가치를 언급하고 있다.

 

夕佳軒 저녁이 아름다운 집 사람은 저녁이 아름다워야 한다젊은 날의 명성을 뒤로하고 늙어 추한 그 모습은 보는 이를 민망하게 한다.”

 

위의 예와 같이 전각과 문장 그리고 풀이가 하나의 다른 문장을 구성하듯 페이지마다 담긴 뜻이 흥미롭다지극히 짧은 문장 속에는 일상을 살아가는 지혜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자리선비의 삶과 도를 향한 마음학문하는 자세 등 옛글에 담긴 깊은 속내를 끄집어 내 현실의 삶과 연결 짓는 정민 선생의 풀이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과 적절한 매개를 제시하고 있어 옛글과 현대인을 연결해 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하게 한다.

 

지금 막막하고 앞이 캄캄하면 안 보이는 앞으로 더 나갈 게 아니라 뒤를 돌아보는 것이 맞다거기에 답이 있고 미래가 있으니까옛날이 답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하지만 묵직한 말씀의 힘은 시간을 뛰어넘는다.인간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으므로 그때 유효한 말은 지금도 위력적이다.”

 

옛글에 주목하는 정민 선생의 이야기는 의미 있게 다가온다특히, “인간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으므로 그때 유효한 말은 지금도 위력적이다는 문장은 오랜 의문을 풀어가는 실마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여전히 내개 숙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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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문산 서어나무'
큰지붕으로 오르는 길에 일부러 찾았다. 그사이 무성하던 잎을 다 떨구어내면서 나무의 품 속에 감춰뒀던 하늘을 보여준다. 그렇게 다 떨구어 보내고나서야 한겨울 눈보라를 견딜 수 있다는 것일까. 남쪽으로 향해 서서 찬바람 막아줄 산등성이를 등졌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앞으로도 두어번은 더 나무의 품에 들고자 한다. 다부진 근육질의 속내를 보여주며 북풍한설에 눈을 이고도 당당하게 서 있을 모습이 궁금하다. 긴 시간 숨고르기를 하는 동안에도 나무는 안으로 단단함을 쌓아갈 것이다. 서둘러 겨울맞이를 마친 나무의 숨결이 평온하고 고르다. 속내가 단단하지 못하고서는 견디기 힘든 시간을 건너는 나무의 지혜이리라.

한겨울 그 나무의 품에 들어 온기를 나누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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