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의 삶'
-최준영, 푸른영토

"긴 시간 책과 함께 살았습니다. 새로운 도전에 달뜨던 시절에도, 실의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때에도 변치 않는 습관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책읽기와 글쓰기는 저의 살아있음의 유일한 증거였지요. 책을 읽으면 반드시 그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저자 최준영의 삶 속에 책이 차지하는 가치를 대변하는 말로 이해한다. 거리의 인문학자로 출발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최준영의 신간이다.

동사動詞는 '사람이나 사물의 동작이나 작용을 나타내는 품사'를 말한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단연코 '동작이나 작용'의 의미와 역할일 것이다. 평소 관심있는 분야이기에 흥미롭게 첫장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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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日殘花昨日開


오늘 시든 꽃
어제 피어난 것.


어제 핀 꽃이 오늘 진창에 떨어진다.
한나절 뽐내자고 그 오랜 시간을 기다렸을까?
인간의 부귀공명이 저 꽃과 같다.


*명나라 때 사람 장호張灝의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의 내용을 담은 정민의 '돌 위에 새긴 생각'에 나오는 전각과 그에 관한 풀이다.


*백일 붉은 꽃 없다고 한다. 근화일조몽槿花一朝夢이라고도 한다. 모두 인간의 덧없는 영화를 빗대어 하는 말이다. 꽃이 아무리 화려하더라도 이내 지고 말듯 사람의 부귀영화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오늘 시드는 꽃일지도 모를 현실적 탐욕에 끄달려 삶의 소중한 것을 놓치고도 스스로 어떤 처지에 있는지를 모르는 현실을 산다. 또한, 알 수 없는 내일에 담보 잡혀 오늘을 헛되이 보내버리기도 한다.


수고로움으로 갈고 닦아 내 속에 쌓아 놓은 것이 차고 넘쳐 저절로 드러나는 빛남이 아니라면 그 무엇도 내세울 만한 것도 아니며 내 것이라 욕심낼 일도 아니다. 허망하게 지는 꽃은 향기라도 남지만 탐욕만을 부리다 무너지는 것에는 악취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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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바늘'
미끈한 몸통 끝에 갈고리를 달았다. 그것도 네개로 갈라진 갈고리에 한번 붙으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안전장치까지 갖추었다. 생존의 본능이 발휘된 것이리라.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즈음 노랗게 피는 꽃이 지고난 후 봉우리같은 열매가 익어가면서 활짝 펼쳐진다. 움직이는 대상에 더 쉽게 달라붙기 위한 자구책일 것이다.


눈둑이나 수풀 속을 걷다보면 언제 옷에 달라붙었는지 몰라 도깨비처럼 달라붙었다고 해서 도깨비바늘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옷에 붙은 열매를 털어내다보면 잘 떨어지지 않아 괜시리 화를 내기도 한다. 꽃말은 '흥분'이라는 것을 쉽게 납득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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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7-12-04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음이 절로나는 풀이 여기선 꽃으로 다가옵니다.
 
황혼은 어디서 그렇게 아름다운 상처를 얻어 오는가
김보일 지음 / 빨간소금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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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한 일상의 감동이 더 크고 깊은 울린다

매일 기다려지는 글이 있다페이스북에 날마다 그림과 함께 올라오는 한편의 글에서 전해지는 울림은 은근하면서도 오랜 여운을 남긴다그 여운을 간직하고자 일부러 찾아가 읽는 것으로부터 출발한 관심이 이 책에 주목하게 되었다여기에는 짧은 글과 독특한 그림이 어우러져 전하는 감동을 책장을 넘기며 천천히 음미하고 싶은 마음도 곁들여 있다.

 

"독서는 세상으로부터 끊임없이 벗어나려는 내 일탈의 욕구에 가장 적합한 놀이였다체계도 없고거창한 자기 이념도 없이 오직 책읽기의 쾌감을 좇는 나는 독서의 쾌락주의자였던 셈이다."

 

유독 친근하게 읽히는 저자의 고백은 나 역시 일상에서 책을 손에 놓지 않고 산다는 나름대로의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이처럼 남다른 남독가濫讀家로 알려진 저자는 매달 30권의 책을 사고 해마다 300권의 책을 미련 없이 버린다고 한다저자가 펼치는 이야기 근간은 이렇게 수없이 읽었던 책이었을 것이라 짐작된다작은 책 속에 짧은 이야기를 크고 깊은 이야기로 읽을 수 있는 배경은 여기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120여 편의 짧은 이야기의 대부분은 일상에서 느끼는 순간순간의 자잘한 깨달음과 감동을 솔직하면서 담담하게 그려가고 있다그 속에는 웃음과 슬픔을 동반하는 소통의 순간들이 담겨 있으며누구나 비슷한 듯 보이는 일상을 살지만 아무나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 관찰과 사유의 결과가 소박하게 그려져 있다짧은 이야기이기에 단숨에 읽을 수 있지만 다시 돌아가 천천히 읽으며 곱씹어 보게 된다잔잔한 감동을 전하는 글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다.

 

글로 그리고 그림으로 쓴”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산문집에 감초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그림으로 쓴 글이다지극히 단순하지만 형상화된 60여 편의 이미지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담은 저자의 의도와 읽어가는 독자의 소통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매개하는 훌륭한 그림은 그림만의 독자적인 이야기를 이끌어가기도 한다.

 

깨달음도 재미고감동도 재미아무런 의무감 없이 오직 재미로만 읽는 독서를 최고로 생각하고무엇을 쓸까보다는 무엇을 읽을까를 먼저 고민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늘 상 책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나를 보며 사람들은 묻는다무엇 때문에 눈 빠지도록 책을 읽느냐는 것이다난감할 때가 많이 웃고 말지만 그 바탕엔 의무감 없는 재미가 있음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페이스북에서 지인들에게 뵐 선생으로 통하는 저자의 잔잔한 미소가 피어나게 하는 가슴 따스한 이야기기를 통해 일상에서 느끼는 삶의 지혜를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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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4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진無盡 2017-11-24 21:34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잔잔한 감동이 이어지는 산문집입니다.

2017-11-25 0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5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5 2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5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4 1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4 2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 등 바라보기
늦은 가을날, 오후 4시 30분을 넘어선 햇살을 등진다. 낯선 그림자가 제 길이를 주체하지 못하고 멀뚱하게 서 있다. 당황한 속내를 진정시키느라 붙잡힌 걸음이 불러온 어색한 순간이다.

스스로에게 등을 보여주는 일이 이토록 어색한 것일까. 제 것임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는 익숙한 것이 제 자신에게는 지극히 낯설다는 예기치 못한 감정이 당혹감으로 다가온다. 문득, 눈맞춤하는 거울 속 이방인을 만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가끔은 스스로에게도 등을 내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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