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士閉心
中士閉口
下士閉門


으뜸가는 선비는 마음을 닫고
중간 가는 선비는 입을 닫고
못난 선비는 문을 닫는다.


내가 닫는 것은 무엇인가? 대문인가 입인가 마음인가?
마음의 문을 닫아거니
하던 말 하고 하던 대로 살아도 남들이 내 마음을 알지 못한다.
나는 가만 웃을 뿐이다.


*명나라 때 사람 장호張灝의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의 내용을 담은 정민의 '돌 위에 새긴 생각'에 나오는 전각과 그에 관한 풀이다.


내게 묻는다. 대문, 입, 마음 중 무엇을 닫았는가? 마음의 문을 닫으니 세상에 그것보다 편할게 없더니 요사이 스스로 무너지는 것인지 말이 많아진다. 입도 닫지 못하고 문도 닫을 수 없는 사람이면서 세상에 제 혼자서 선비인양 유세를 떤다. 가만히 번지던 미소도 사라진 얼굴에 온갖 시름 다 가진 양 구겨진 표정뿐이다.


닫는 다는 것은 세상과 나 사이에 벽을 세워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 아니다. 고립이 아닌 공존으로 나아가는 길 위에 자신을 둘러싼 외부적 요인으로부터 의연하게 스스로의 삶을 꾸려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시, 내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닫았는가?
가만히 웃어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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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리망초'
자잘한 꽃을 달고서 낮게도 피었다. 여름부터 늦은 가을까지도 피지만 눈여겨 봐주는 이 별로없다. 그러면 어떠랴 꽃피어 제 사명을 다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임을 알기에 때맞춰 피고지면 그만이다.


곱디고운 엷은 홍자색으로 단장하여 하늘보고 피었다. 산기슭이나 밭둑에서 자라며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다. 환하게도 웃지만 작디작아 미쳐 눈에 들어오지도 못한다.


이름도 괴상하게 지었다. 쥐꼬리는 아주 작다는 뜻으로, 열매가 꼭 쥐꼬리처럼 생겼고 보잘것 없는 풀이라고 해서 망초를 붙여 쥐꼬리망초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가련미의 극치'라는 꽃말이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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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의 삶
최준영 지음 / 푸른영토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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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능동성에 주목한다

동사動詞는 '사람이나 사물의 동작이나 작용을 나타내는 품사'를 말한다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단연코 '동작이나 작용'의 의미와 역할일 것이다평소 관심 있는 분야로 낱말이 가지는 힘의 능동성에 주목하여 생각을 펼쳐가는 내용의 깊이나 넓이를 가늠하기를 즐긴다이런 방법으로 생각의 전환을 모색하다보면 일상생활에서 사람과 사건을 대하는 시각이 달라지는 것을 실감한다.

 

저는 동사입니다동사의 삶을 살았지요동사의 삶은 멈추지 않는 삶이에요실패하고 좌절해도넘어지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삶이고요동사의 삶은 알아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지 않아요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삶이고요동사의 삶은 안주하는 삶이 아니에요도전하는 삶이죠동사의 삶은 척박한 현실을 비관하지 않아요현실을 바꾸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삶이거든요.”

 

관심사가 여기에 있다 보니 거리의 인문학자로 출발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최준영의 동사의 삶이라는 제목의 책에 이끌리게 된다저자가 걸어온 삶을 잘 대변하는 이 이야기에 공감하는 바가 많다특히저자 최준영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수식어로 인문학이라고 할 때 동사로 살아왔다는 그의 이야기는 저자와 이 책을 이해하는데 제법 크게 작용을 할 것으로도 보인다저자가 대중과 만나는 주요한 통로로는 인문학 강사로 강의과정에서 만나는 것과 소셜네트워크인 페에스북에 글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이 책에 엮인 글 역시 페이스북에 공개되어 대중과 소통했던 글의 모음이다.

 

동사의 삶에는 페이스북에서 공감을 받았던 글을배우다’, ‘살다’, ‘쓰다’, ‘느끼다라는 네 가지 동사의 영역으로 분류하고 엮었다여기에 담겨진 대부분의 글은 저자가 일상을 살아가며 느낀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정치사회분야의 중심 뉴스거리로 등장하는 문제를 비롯하여 책읽기글쓰기개인의 일상에서 얻은 에피소드를 비롯하여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기를 만날 수 있다.

 

"기다림은 세상을 보는 눈을 찾는 일이다." 한 권의 책을 닫으며 문장 하나를 기억한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요즘 들어 쉽지 않은 일이기에 더욱 주목해 본다어쩌면 동사가 가지는 힘의 원천에 이 세상을 보는 눈을 찾는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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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급하게 저물고 있다.
위쪽엔 눈이 온다고 반기는 분위기로 일색이지만 남쪽엔 볕 좋은 마알간 하늘에 흰구름 몇개 떠간다. 남으로 향해 벽을 등지고 볕바리기 하기에 딱 좋은 늦가을 오후다.

관방제림 한 쪽에 대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둥지가 놓여있다. 여름날이야 푸조나무 그늘에 들어 있으니 굳이 볕을 피한다는 명분도 필요없을테고, 더욱이 찬바람 부는 늦가을엔 볕드는 남쪽을 등지고 북으로 향하는 둥지는 더욱 쓸모가 없어 보인다.

세상에 무엇하나 쓸모없이 태어난 것이 하나라도 있을까마는 저 뎅그런이 놓인 둥지에 들고픈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늦가을 낙엽진 관방제림을 반백의 머리를 날리며 홀로 걷는 객의 마음도 다독이지 못하니 그 쓸모를 더욱 의심케하기에는 충분하다.

지나온 길 돌아가 슬그머니 둥지 속을 엿보는 심사는 또 뭘까. 무르익은 가을이 급하게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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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잎'
된서리 내리고 풀들이 기운을 잃어 매말라가는 때에도 피어나 눈길을 사로 잡는다. 주로 봄이 피는 꽃들 중에 이렇게 철 모르고 눈이 오고 난 후에도 이처럼 풀밭이나 논둑, 논둑을 어슬렁거리는 발길을 멈추게 하는 식물이 제법 있다.


활짝 펼친 꽃잎이 밋밋했는지 노랑 점을 찍었다. 여기에 나 있다는 신호를 확실하게 보내야하는 모양이다. 통꽃이면서 꽃부리가 위 아래로 넓게 벌어지고 아랫쪽은 앞쪽을 향해 넓게 펼쳐진다.


주름잎이라는 이름은 잎에 주름살이 지는 특색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비슷한 종류로 '누운주름잎', '선주름잎'이 있는데 구분이 쉽지 않다.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 '희망'. '생명력' 등의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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