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맑고 깨끗하다. 겨울 풍경의 백미 중 하나다. 가을 이후 비도 눈도 귀한 시절을 건넌다. 눈은 입김에도 녹아버릴만큼 조금 내린 들판에 서서 산을 넘는 해를 가슴 가득 품는다. 긴 밤을 건너온 달이 해를 맞이하며 하루를 연다.


명징한 하루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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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동백'
희고 고운 꽃잎과 샛노란 수술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마음껏 치장한 모습이다. 코보다 눈이 먼저라서 은은한 향기는 오히려 뒷전이다. 꽃 모양을 먼저 보고 천천히 향기에 취한다.


늦가을 피는 꽃은 흰색으로 잎겨드랑이와 가지 끝에 1개씩 달린다. 원예품종에는 붉은색 또는 붉은 무늬가 있거나 겹꽃이 있다. 산다화라고도 부르는 애기동백은 동백나무와 비슷하지만 어린 가지와 잎의 뒷면 맥 씨방에 털이 있는 것이 다르다. 일본의 중부 지방 이남에서 자라며,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올해는 한달이나 늦게 만났다. 아비를 가슴에 묻던 날 눈발 날리던 뒷등 교회 앞마당에서 만났다. 구골나무와 더불어 추운겨울 별따라 가신 아비를 떠올리게 하는 꽃이다. '겸손', '이상적 사랑'이 꽃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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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대한 예의다. 잘 뭉쳐지지 않은 눈을 만지는 손이 유난히 시리다. 감각이 둔해질 무렵에서야 겨우 만든 꼬마 눈사람에 광대나물 잎으로 모자를 씌웠다. 올 겨울을 함께할 마음 속 내 그리움이다.


눈이 왔으니 의식을 치룬다. 

비로소 첫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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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素'
겨울 첫날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서예가 박덕준님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안으로만 파고드는 소리로 가만히 읊조린다.


소素=맑다. 희다. 깨끗하다. 
근본, 바탕, 본래 등의 뜻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근본 자리가 항백恒白이다.


겨울의 첫날이 가슴 시리도록 푸른하늘이다. 손끝이 저린 차가움으로 하루를 열더니 이내 풀어져 봄날의 따스함과 가을날의 푸르름을 그대로 품었다. 맑고 푸르러 더욱 깊어진 자리에 명징明澄함이 있다. 소素, 항백恒白을 떠올리는 겨울 첫날이 더없이 여여如如하다.


소素, 겨울 한복판으로 걸어가는 첫자리에 글자 하나를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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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나를 말린다
며칠동안 볕을 볼 수 없었다고 타박했더니 가을 그 마지막 날 그것도 늦은 오후의 볕이 참으로 좋다. 사철나무 열매가 속내를 드러내는 양달을 서성인다. 아직 산을 넘지 않은 볕의 기운을 가만히 품어보기 위함이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내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을"


*박노해의 시 '가을볕'의 일부다. 애써서 가을과 이별하기에 좋은 날이라 위안 삼으며 속으로만 중얼거린다. 겨울을 맞이하는 의식을 치루듯이ᆢ.


볕과 볕이 만나면 밝아지는 것이 순리다. 그 볕에 의지하여 사는 뭇 생명들은 그 만남으로 인해 두터워지고 깊어지는 진한 온기로 일상을 가꾸어 간다. 삶에 사람의 인연으로 겹이져야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겨울이 춥지 않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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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1 19: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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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2 19: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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