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의 시간을 살아
늦었다. 꽃은 해의 시간을 살고 나는 달의 시간을 살아 서로 겹지는 때를 오래 마주하지 못한다. 일년에 한번 그 때를 맞춰 은근한 향기에 눈맞출 수 있음에 고마움을 전한다.


당신이 가신 그날 이후 빈 마을 지키는 것은 마을 앞 민주엽나무와 뒷등 애기동백의 향기다. 떠나신 그날 처럼 눈은 내리지 않고 봄기운 마냥 따스함이 머문다.


달의 시간을 살다 늦은 이의 마음을 아는듯 남은 한송이 꽃에 향기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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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나무'
고향집 남새밭 언덕에 몇그루 나무가 있다. 모란과 매실, 감나무 그리고 치자나무다. 오래 묵어 부실한 꽃과 열매를 보여주는 다른 나무와는 달리 치자나무 만큼은 튼실한 열매를 맺었다.


순결한 백색의 꽃의 모양과 진한 꽃향기가 모두 좋다. 치자에 대한 기억은 꽃이나 열매가 아닌 제사 상에 올리는 전을 부치는 것에 닿아 있다. 곱게 색을 입혀 보기에도 좋게 하려는 마음에 사용한 것이리라. 이처럼 늦은 가을에 빨갛게 익는 열매는 색을 내는 염료로 쓰이는 대표적인 우리 전통 염료이다. 꽃잎으로 술을 담그기도 했다고 한다.


치자나무의 꽃의 모양, 색, 향기가 공통적으로 품고 있는 이미지는 꽃말인 '순결', '행복', '청결' 등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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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미중전쟁 1~2 세트 - 전2권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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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창작물은 지난 역사의 경험과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거나 또는 의식적으로 개입하면서 상호작용을 통해 현재와 다가올 미래에 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표출하면서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를 반영하고 그것을 토대로 이끌어가는 훌륭한 매개가 된다. 굳이 현실이나 참여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문학의 본래적 속성이 이로보터 출발하고 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황태자비 납치사건, 고구려, 싸드 등의 작품으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 김진명의 경우 의식적으로 개입하며 영향을 주고자 하는 작가 중 한명으로 보인다. 작가가 작품의 주요한 관심사로 다루는 수많은 이야기들의 흐름이 이를 잘 나태내고 있다고 보인다.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한민족의 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이지 않은 채 계속 이어져오고 있으며, 모두가 힘겨워하는 어려운 시기에 그들을 격려하고 일으켜세우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작가의 의도가 고스란히 반영된 문장이다. 문학작품이 현실의 반영을 어떤 모습으로 담아내는지의 김진명만의 일정한 흐름을 가진 모습에서 그 단면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작가의 신작 ‘미중전쟁’도 그런 맥락에서 보는 한층 더 깊이 있게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전쟁’은 미국과 중국이 실리를 추구하는 힘의 역학관계를 북한의 핵보유라는 우리의 현실과 가장 밀접한 문제로 풀어간다. 먼 과거의 이야기나 아직 다가오지 않은 불확실한 이야기의 흐름이 아닌 지금 당장 실시간으로 뉴스에 올라오는 국내외 정치정세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그만큼 현실감으로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의 트럼프,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을 비롯하여 한국의 문재인과 북한의 김정은까지 현실적 개연성을 그대로 반연된 한편의 007 영화를 보는 듯싶다. 다만, 빠른 이야기의 전개 가져오는 긴장된 호흡은 흥미로우나 내용의 디테일한 부분에서 건너뛰기 자주 등장하여 섬세함이 떨어지는 측면이 아쉽다.


하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둘러싼 국내외 정치정세에 대한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하고, 그를 통해 자신이 살아가는 일상의 가치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치 있게 다가온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이해관계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당면한 우리의 문제에 주체적인 시각을 갖자는 의미는 반드시 필요한 시각이다. 작가 김진명의 작품이 독자층을 확보하는 한 축이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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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꿈 속을 걸었다.
창문도 없는 방에 갇힌 듯한 답답함을 견디는 유일한 방법이 걷는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부산한 마음과는 달리 몸은 제자리 걸음뿐이다. 그러다 문득 급하게 서둘러 저물녘 그 강을 찾았다.

강을 가로지르는 낮은 다리 한복판에 섰다. 머리에 스치는대로 정희성의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를 읊조린다.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우리가 저와 같아서/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그럴듯한 이유를 찾기보다는 봄날같은 겨울 하루를 건너다 불쑥 이곳에 서 있다는 것에 주목할 뿐이다. 어둠이 내리고 그 어둠 속으로도 미처 감추지 못한 붉은 속내와 마주한다. 얼굴을 스치는 강바람에 스스로를 다독거릴 수 있음에 안도한다.

저물녘, 허리를 적시며 강으로 강으로 걷는 꿈을 꾸며 다리를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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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미래덩굴'
잘 익었다. 추억 속 그 열매다. 새 잎이 나는 늦은 봄부터 붉은 열매가 익은 늦가을까지 여러가지 놀잇감을 제공해주었다. 열매는 초록에서 붉게 익어가는 동안 쏠쏠한 간식거리였으며 잎은 한여름 더위 속에서도 뛰어 놀았던 아이들의 멋진 모자가 되기도 했다.


초여름 피는 황록색의 꽃보다 붉은 열매에 주목한다. 붉은 색의 동그란 열매가 다닥다닥 열렸다. 다 익으면 속이 헐렁해지며 별다른 맛도 없어 실속이 없지만 보기만으로 이쁘기만 하다.


청미래덩굴의 잎으로 떡을 싸서 찌면 서로 달라붙지 않고, 오랫동안 쉬지 않으며, 잎의 향기가 배어 독특한 맛이 난다고 한다. 망개떡은 청미래덩굴의 잎으로 싼 떡을 말한다.


경상도에서는 망개나무, 전라도에서는 맹감나무, 혹은 명감나무라 불리는 청미래덩굴은 어린시절 놀던 그 추억처럼 '장난'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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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12-19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사진을 보다가... 어? 이게 망개나문데? 하다가 글을 읽으니...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