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온기의 시간이다
눈 올까. 겨울날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기대하는 것은 눈이다. 윗 지방은 눈이 제법 많이 왔는지 눈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곳은 이래저래 귀한 눈이다.


옷깃을 열만한 따스한 볕도 없고 찬바람 쌩하게 부는 매서운 겨울날씨도 아니라서 맹한 기운이 도는 오후를 건너고 있다. 그 틈에 눈에 들어온 참취의 꽃지고 열매 맺어 씨앗을 품었던 씨방이 꽃처럼 이쁘다. 가득 했을 씨앗은 대부분 날아가고 딱 두개만 남았다. 그나마 한개는 새로운 생명을 꿈꾸며 먼 여행을 떠나는 참이다.


겨울은 이처럼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꿈을 향한 온기로 가득한 시간을 건너고 있다. 그대의 웅크린 가슴 이와 다르지 않음을 안다. 겨울은 온기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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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나무'
꽃으로도 그 꽃이 지고난 후 열매로도 기억되는 나무다. 국립광주박물관 입구, 무등산 가는 길, 병풍산 초입 등 가로수로 가꿔진 나무의 무리이거나 내가 사는 곳 인근 길가나 마을 앞에 홀로선 나무이거나 거르지 않고 꽃 필 때와 열매 맺은 이후 꼭 찾게되는 나무다.


키큰나무에 녹황색 꽃이 피면 나무의 높이만큼 조바심이 인다. 작은키의 사람이 그 꽃과 눈맞춤하려면 운좋게 처진가지 끝에 달린 꽃을 만나거나 나무를 타고 올라야 한다. 이런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행하게 만드는 나무다. 꽃과 열매뿐 아니라 봄부터 여름까지 초록의 잎도 가을이면 노란 단풍도 잎의 모양도 모두가 좋다.


'튤립 꽃이 달린다'라는 뜻에서 튤립나무라고 부른다. 우리말 이름은 백합나무다. 옛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가공하기 쉽고 물에도 잘 뜨는 이 나무를 통나무배를 만들었다고 해서 '카누 우드Canoe Wood'라고도 한다.


등치도 키도 큰 나무가 품도 넉넉하다. 사계절 그 품으로 뭇생명들을 불러들이지만 언제나 생색내지 않는다. '조용'이라는 꽃말은 그 마음을 기억하고자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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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여전히 인색하여 왔다는 시늉만 내고는 밤을 건너 제 왔던 곳으로 가버렸다. 남긴 흔적으로 겨우 금방 사라질 발자국을 남긴다. 앞집 할머니는 일찍 마실길을 나섰다.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지만 직선은 아니다. 앞 바퀴의 중심선을 따라가는 뒷바퀴가 서로를 의지한다.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며 같은 한 방향으로만 간다. 곡선이 갖는 이 여유로움과 부드러움이 멀리갈 수 있는 이유며 그 곁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힘이다.


차마 쓸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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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감주나무'
자주 다니는 길목 어디에 무슨 나무가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 흔하지 않지만 바라봐주는 이들이 별로없어도 때를 놓치지 않고 새 싹을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다. 그 틈틈이 눈맞춤하는 나무가 이 모감주나무다.


마른 하늘에 세모꼴 주머니를 달고서 나풀거린다. 단단하고 까만 씨앗을 담고 있는 껍질이 더 말라야 씨를 보낼 수 있어서 바짝 말라가면서도 의연하다. 초여름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꽃도 일부러 찾아보지만 늦가을부터 한겨울나는 이 열매도 보기에 좋다.


그 작고 단단한 까만 열매로 스님들이 손에서 놓치 않은 염주를 만든다고 한다. 모감주나무 열매로 만든 염주는 큰스님들이나 지닐 수 있을 만큼 귀하다고 하는데 그 작은열매에 구멍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혹 무환자나무 열매와 혼동한 것은 아닐까.


나무의 꽃 피는 때와 열매 맺어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기억한다. '자유로운 마음', '기다림'이라는 꽃말이 있다. 어떤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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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뜻을 새기듯
무진無盡, 마음에 드는 전각 하나를 얻었다. 새겨서 써야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돌에 뜻을 새기듯 정성을 들인 이의 마음과 이를 받아든 마음이 하나로 만나는 일에 의미를 둔다.


무진無盡, 아호雅號로 즐겨 사용한다. 지금은 소용되는 일이 거의 없는 때라지만 혼자서 즐기는 마음이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만나는 옛사람과 다르지 않다.


깊이 새겨야 하는 마음에 그 뜻이 닿아 새롭게 다짐할 기회를 얻은 것이 소중하다. 돌에 뜻을 새기듯 마음을 둘 곳에 붉은 각인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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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12-28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근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