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문선'
-정민,안대회,이홍식,이종묵,장유승 편역 외 1명, 민음사 

욕심나는 책이다. 오래전에 나온 태학사 발행 산문선을 즐겨 찾다가 새롭게 발간된 한국 산문선을 발견했다. 산문이 가지는 매력에 푹 빠져 관련 책을 모으고 있다.

1. 우렛소리 
2. 오래된 개울 
3. 위험한 백성 
4. 맺은자가 풀어라 
5. 보지 못한 폭포 
6. 말 없음에 대하여 
7. 코끼리 보고서 
8. 책과 자연 
9. 신선들의 도서관

갈등 중이다. 9권 짜리 세트를 한꺼번에 들여와 처마에 달린 곶감 빼먹듯 야금야금 읽어도 좋겠고, 한달에 한권씩 새로운 기분으로 만나도 좋겠다. 어떤식으로 만나던 반가울 책이기에 올 한해 많은 시간을 선인들의 산문 속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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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기대하게 만드는 저물녘의 시간을 건너는 해가 붉다. 긴 하루를 수고로움으로 건너온 해는 무엇이 부족하여 저토록 붉은 여운을 남기면서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둘러 산을 넘는 것일까. 눈 한번 깜박이고 나니 이미 해는 보이지 않는다.


하루를 수고로움으로 건너온 모든 이들의 허한 마음을 다독이기라도 하려는듯 붉은 마음을 내놓고 사라진 해의 그림자를 오랫동안 바라본다.


눈은 올까. 많은 눈을 예고한 시간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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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덩굴'
푸른 잎이 단풍들어 떨어질 무렵까지 토담벽에 기대어 살면서 꽃이 피는지 열매가 맺는지도 모른다. 홀로서는 설 수 없어 기대어 살지만 애써 드러내지 않으니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잎이 무성해지는 어느날 담쟁이덩굴의 사이에는 웅성거림이 있다. 벌들이 모여 꿀을 따는 소리다 그것이다. 기대어 살 수밖에 없지만 다른 생명을 품고 나눌줄도 아는 것이다. 생명의 본래 마음자리가 그렇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 이해한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도종환의 시 '담쟁이'의 일부다. 담쟁이덩굴을 이해하는 시인의 마음에 공감한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가 주는 잔잔한 감동과도 맥을 함께하고 있다.


담쟁이덩굴이라는 이름은 담장에 잘 붙어서 자란다고 하여 '담장의 덩굴'이라고 부르다가 '담쟁이덩굴'이 되었다. 한자 이름은 돌담에 이어 자란다는 뜻으로 '낙석洛石'이라고 하여 같은 뜻이다.


토담에 이어진 건물벽을 감싸던 담쟁이덩굴을 실수로 자르고 말았다. 그흔적이 그대로 남아 화석처럼 말라간다. 자연스럽게 잎이 떨어지는 때를 기다려 다른 담쟁이덩굴의 모습을 보려고 한다.


대상에 기대어 사는 모습에서 서로에 대한 마음을 엿보고자 한 것일까. '우정'이라는 꽃말이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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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좋은 시간이다. 겨울날 오후를 건너는 시간이 봄날 기운과도 닮아 있다. 바람도 잔잔하고 구름도 산을 넘어가 버렸으니 파아란 하늘의 볕이 온전히 내려 앉았다.


벗겨지는 소나무 껍질 사이에 겨울볕이 머문다. 붉은 빛으로 온기를 전하는 소나무의 겨울날의 오후가 따스하다. 눈맞춤의 순간은 지극히 짧지만 가슴에 들어온 온기는 춥고 긴 겨울을 건너는 힘이다.


온기는 어디에도 어느 순간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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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1-02 2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항상 전원의 여유가 느껴지는 무진님의 글을 새해에도 기대해 봅니다^^

무진無盡 2018-01-03 18:1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행복한 일상이 이어지시길 바랍니다.

21세기컴맹 2018-01-03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 복 여기 전부 놓고 싶습니다 👍

무진無盡 2018-01-03 18:20   좋아요 0 | URL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나날이 복된 날 이어가세요~^^
 

'동백'
간절함이 극에 달한 순간 뚝! 모가지를 떨구고도 못다한 마음이 땅에서 다시 꽃으로 피어난다. 푸르디 푸른 잎 사이로 수줍은듯 고개를 내밀지만 붉은 속내를 숨기지도 않는다.


'북망산천 꽃'

뾰족한 칼날 같은 글만 써보니
어여쁜 꽃 같은 글 안 뽑아지네.


겨울 바람 차기만 하고
봄 소식 꽁꽁 숨어버리고
동백꽃 모가지채 떨어지누나


숭숭 구멍 뚫린 것처럼
저기 저 높은 산마루 휑하니
저기다 마음꽃 심어나 볼까?


마음산에 마음밭 일구고
마음꽃 듬뿍 심어 노면 
언젠가 화려히 내 피었다 하겠지.
마음 따뜻해지지 하겠지.


나라는 삭풍처럼 검으스레하고
대다수 국민들 겨울 나라에 살며
휑한 마음으로 마음에만 꽃 피워야 하네.


*김대영의 시다. 어찌 동백만 꽃이기야 하겠는냐마는 동백을 빼놓고 꽃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하여 꽁꽁 언 손 호호불며 그 서늘하기 그지없는 동백나무 품으로 파고 든다.


겨울에 꽃이 핀다 하여 동백冬柏이란 이름이 붙었다. 춥디추운 겨울날 안으로만 움츠려드는 몸따라 마음도 얼어붙을 것을 염려해 동백은 붉게 피는 것이 아닐까.


서늘한 동백나무의 그늘을 서성이는 것은 그 누가 알든 모르든 동백의 그 붉음에 기대어 함께 붉어지고 싶은 까닭이다.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는 꽃말을 가졌다.


한해를 동백의 마음으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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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8-01-02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 동백 입니다. 집 화분에 종류별로 좀 있습니다. 얼마전엔 꽃이 많이 피었죠. 홑동백을 가장 좋아하는데... 사진이 정겹습니다... 2018년에도 건필하시길...^^

무진無盡 2018-01-03 18:22   좋아요 0 | URL
야생 동백은 아직 피지 않았습니다~^^
늘 겨울이면 동백이 피는 날 동백 숲에 들 꿈을 가지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