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속을뻔했다. 파아란 하늘에 볕이 그만이다. 이 볕이면 꽃나들이 가자고 한들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멀리서 혹은 제법 가까이에서도 꽃소식 들리니 마음은 벌써 꽃아래 서 있다. 살랑이는 바람결이 얼굴을 스칠때 잠시 봄내음이 머문다.


"잎사귀가 없어서 볕이 잘 드는 나무다
그 나무 아래 할아버지가 볕을 쬐고 있다
나무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다
설산에서 내려온 긴 수로가 곁을 지나고
관광객들이 이리저리 어슬렁거리고 있다
가끔은 낡고 해진 것들 곁에 가방을 내려놓는다
잎사귀 없는 할아버지
더 이상 푸른빛 없는 할아버지 곁을
배낭을 멘 젊은이들이 지나간다
가끔 길이나 물으면
가끔 길이나 가르쳐준다
언젠가 나도 볕 잘 드는 나무 아래
앉아 있을 것이다
누군가 곁을 서성이며
물어올 것이다
젊은이가 부러운가요
그야, 물론이지
그러면 다시 한 번 사시겠습니까
아, 그건 아니고
그냥 이 볕으로 괜찮아"


*하상만의 시 '볕 잘 드는 나무'다. 언듯 내 미래의 소망이 담긴듯 하여 읽는 내내 마음 속 포근함이 머문다. 시 속에 등장하는 할아버지 처럼 "가끔 길이나 물으면/가끔 길이나 가르쳐준다"는 소소한 일상이면 좋겠다. 내 멀지 않은 미래가 "그냥 이 볕으로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길 소망한다.


뜨락에 앉아 마알간 하늘 보며 빙그레 웃는다.

아ᆢ, 환장換腸할 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새해 첫날부터 꽃소식이 들려온다. 동해시의 복수초를 시작으로 진주와 태안의 납매와 풍년화 등 일찍 피는 꽃들의 소식이 반갑기만한 것은 아니다.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일이라 꽃소식 들리는 곳으로 향하는 마음만이라도 다독이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


꽃을 못 보니 모든게 꽃으로 보인다. 알알이 맺힌 얼음방울을 들여다보다 만난 우연의 산물이다. 간혹 빛과 대상을 일직선 상에 놓고 눈맞춤하다보면 만날 수 있다. 아침 햇살이 만들어준 꽃이 있어 그것으로 간신히 아쉬움을 달랜다.


병이 깊다. 오늘밤 꿈속에는 눈 속에서도 꽃이 피는 산골짜기 꽃밭에 오랫동안 머물러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백당나무'
아파트 화단에서 말라가던 나무를 데려와 심었다. 다행히 잘 자라서 일부가 새로운 집으로 가서도 꽃을 피웠다. 제법 등치를 키워가면서도 뿌리를 통해 몸을 나누어 새로운 가지를 낸다.


늦은 봄에 산수국 닮은 하얀꽃이 둥그런 모양으로 테두리를 장식하며 꽃을 피운다. 꽃도 꽃이지만 초가을 붉은색으로 익는 열매는 눈 내리는 겨우내 매달려 있어 꽃이 귀한 철에 볼거리를 제공한다. 꽃을 본지 몇년 만에 열매를 본다.


꽃이 달리는 모습이 수국과 같아 목수국 또는 백당수국이라 부르기도 하나 수국과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암술과 수술이 모두 없는 꽃으로 이루어진 나무는 불두화라 부른다.


특이한 꽃에 주목하여 뜰에 심었다. 집 근처 야산 계곡에도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확인했다. 중성화로 벌과 나비를 불러오는 모양에서 유래한 것인지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비가 오려나 싶다. 온통 회색으로 점점 짙어지는 하늘이다. 갇힌듯 답답함이 짓누르는 오후를 멈춘 바람보다 더 더디게 건너고 있다.


한 나무에 위 아래로 까치가 앉았다. 그 아래 묵은 집이 있으니 까치 사이가 짐작은 되지만 한 나무에 함께 앉은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라 의아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마주보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혹 서로 내외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짐작만 할 뿐이다.


까치에 주목하고 있는 사이 하늘 문이 열렸나 보다. 는개비가 소리도 없이 내린다. 비를 피할 마음도 없이 까치가 앉아 있는 키다리나무를 본다. 기다리는 눈이 아니지만 서운한 마음이 하나도 없다.


멈춰버린 오후를 염려하는 하늘 마음이 비로 내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회화나무'
시골집이 생기면서 함께 들어온 나무다. 회화나무가 가로수로 있는 곳에서 보도블럭 사이에 난 어린 묘목을 가져와 심었다. 그 나무가 자라 제법 키와 등치를 키워간다. 지금처럼 잘 자라서 훗날 이 집의 역사를 이야기해 줄 것이라 여긴다.


'학자수學者樹'라는 별칭이 있다. 나무의 가지 뻗은 모양이 멋대로 자라 '학자의 기개를 상징한다'라는 풀이가 있다. 옛 선비들이 이사를 가면 마을 입구에 먼저 회화나무를 심어 ‘학문을 게을리 하지 않는 선비가 사는 곳’임을 만천하에 천명했다고 한다.


한여름에 나비모양의 연노랑 꽃을 나무 가득히 피우지만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아 보인다. '동의보감'에 "회화나무 열매, 가지, 속껍질, 꽃, 진, 나무에 생기는 버섯까지 모두 약으로 쓴다"라고 했듯 꽃과 열매 보다는 나무의 쓰임새에 주목한다.


회화나무 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되 보호받고 있는 나무로는 경기도 인천 신현동의 회화나무(제315호), 충청남도 당진군 송산면 삼월리의 회화나무(제317호),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육통리의 회화나무(제318호), 경상남도 함안군 칠북면 영동리의 회화나무(제319호)가 있다.


회화나무를 문 앞에 심어두면 잡귀신의 접근을 막아 그 집안이 내내 평안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망향'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별이랑 2018-01-12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사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천연기념물로 보호 받고있는 숫자가 4그루나 되는군요?
선비가 심는 나무면 향기는 어떤지....
그나저나, 회화 나무도 잡귀를 쫓는다는 설이 있었군요. 복숭아 나무나 남천도 그렇다고 들은거 같은데....나무 하나 심으면서도 여러 의미를 부여하는 건 정말 재미있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