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다. 어찌하다 그곳에 자리잡았을까. 그것도 틈이라고 파고들어 자리를 잡고 움을 틔웠다. 폭염 속에서도 간신히 버티는 모습이라기보다는 든든한 생명의 보금자리에 든 것처럼 안정적이다. 생명의 근본이 이렇다는듯 의연하다.


7월 마지막날, 한낯 열기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 반가워할 이유도 없는데 무서울 것 없다는듯 거침없이 파고들어오는 열기에 속절없이 당하고만다. 땡볕도 제 열기를 주체하지 못하는듯 비틀거린다. 이렇게 세상이 제것인듯 날뛰는 것은 얼마 남지않은 몸부림이라는 것을 스스로 아는 까닭이다.


염덕炎德이라며 세상을 보듬었던 조상들의 마음자리는 책 속에서만 머물고, 소나기 소식은 산 너머에서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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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으로'
저절로 피고 지는 것이 있을까?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견디면서 이겨나가야 비로소 때를 만날 수 있고 꽃을 피울 수 있다.


유독 긴 꽃술을 품고 있는 저기 저 누리장나무 어린 꽃봉우리도 마찬가지다. 여리고 여린 저것이 본연의 꽃을 피우려면 조금더 이 뜨거운 볕을 이고서도 더 기다려야 한다.


바람이 쓸고간 지난밤 달빛은 유난히도 맑고 깊었다. 그 달빛이 하도 아까워 한줌 손아귀에 쥐고 품속으로 넣어두었다. 하루를 건너기 버거운 어느날 곱게 펴서 스스로를 위안 삼으리라.


기다림이란 지극한 그리움을 가슴 속 가득 쌓아두는 일 이다. 하여, 이 또한 수고로움을 견뎌내야 한다. 아프고 시리며 두렵고 외로운 이 수고로움이 가득차면 그대와 나 꽃으로 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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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비스듬히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정현종 시인의 시 '비스듬히'다. 저 홀로 살아가는듯 보여도 함께 있지 않으면 절대로 살 수 없는 것이 모든 생명들의 운명이다. 사람이 사는 일도 마찬가지여서 서로 의지처가 되며 그렇게 기대며 산다. 내 스스로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할 이유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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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문선 6 : 말 없음에 대하여
-정민,이홍식 편역, 민음사


8권부터 시작한 책 읽기가 한 숨 쉬었다가 다시 손에 들었다. 이제 6권이다.


신정하, 이익, 정내교, 남극관, 오광운, 조구명, 남유용, 이천보, 오원, 황경원, 신경준, 신광수, 안정복, 안석경


6권에는 18세기 전반기에 해당하는 영조 연간에 활동했던 인물들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익히 들었던 이름들이 많고 관심가는 사람도 있어 옛사람들의 사색의 행간을 더듬어보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한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에 만나 어떤 문장이 마음에 깃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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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길에 들었다'
익숙한 길이다. 눈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음도 편안해지는 곳이다. 찾을 때마다 늘 새로운 무엇인가를 전해 주는 숲 길이다.


그것이 술패랭이꽃이기도 하고, 앵무새이기도 하고, 누리장나무이기도 하고, 무릇이고 하늘말나리며 고라니다. 구름과 바람이며 드닷없는 소나기다. 먼 산 그림자이며, 발자국 따라 걷던 그리움이다.


하지만, 그 숲길에 들어 꼭 무엇인가를 만나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라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찾은 숲길에선 참으로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긴 공백의 시간을 메꾸느라 분주한 마음 속 일렁임을 다독인다. 딴 곳을 바라보는 마음 보다 지금 현재에 집중하라는 눈의 수고로움이다.


늘 수고로움을 감당하는 것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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