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김현아 지음, 유순미 사진 / 호미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그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어떤 책을 읽고 그 저자의 전작을 찾아 읽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그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는 [그녀들에 대한 오래된 농담 혹은 거짓말 : 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2]를 읽고 일부러 찾아본 책이다. 내용도 만만찮은 것이지만 저자의 맛깔스런 글맛에 더 매료되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는 독특한 답사기다. 우리 역사에 굵직한 흔적을 남겼던 여성들을 찾아가는 길에 시대를 넘나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교류와 소통이 없는 삶] 우리역사에서 여성을 표현하는 말로 이보다 더 적적한 말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봉건사회, 남성주의, 신분적 한계 등 자신을 옭아매는 숱한 제약 속에 한 인간으로 가지는 본질적 가치를 표현할 수 있기까지 겪어야 했을 정신적 고통은 어떠했을까? 교류와 소통이 없는 삶이 스스로 결정한 자의적 단절이 아니기에 그로부터 받는 심적 갈등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 책 속에는 승자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았지만 흐르는 세월 속에 사라져가는 신라의 당당했던 여성이 있다. 이름조차 없이 누구의 부인이라 불리면서 망부석으로 존재하는 박제상의 부인이 있고, 삼국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전쟁의 시기를 온몸으로 맞서 이겨냈던 선덕여왕, 진덕여왕이 있다. 한 세대 터울로 강릉이라는 같은 고장에서 나고 자란 허난설헌과 신사임당 역시 시대를 넘어선 예술을 추구하던 자유로운 정신이 그들이 남긴 작품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어쩌지 못하는 신분의 굴레를 짊어지고 태어났지만 신분적 한계가 어쩜 예술로 승화된 것인지도 모를 부안의 매창이 있다. 어수선 했던 해방 전후 신여성이라는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에 앞장선 자유영혼의 소유자 김일엽, 나해석이 있고, 온몸으로 시대의 아픔을 안고 시를 통해 사람에 대한 애정을 실천했던 고정희가 그들이다.

경계에서 살았던 사람들
그들을 찾아가는 길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시간과 공간, 억압과 자유, 현실과 피안의 경계를 살았던 그들을 오늘의 시점에서 해석한다는 것이 또 다른 의미를 세워가는 길이기에 그녀들의 꿈과 그녀들의 정신과 예술작품을 오롯하게 되살리는 고단한 작업인 것이다. 그들이 첨예하게 서 있었던 그 경계는 그 시대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남녀를 떠나 인간으로써 자존을 지켜내고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두가 서 있는 경계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시대를 앞서가는 자유를 가슴에 담은 사람들은 외로울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그 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이 책은 여성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다분히 저자의 의도가 개입되어 있고 그것을 솔직히 표현하는 책이지만 감칠맛 나고 따사로우며 때론 도발적이기까지 하는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시간을 거슬러 1000년을 훌쩍 넘는 그 자리에 있는 느낌을 받는다. 결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여성들을 따라가는 과정에 그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나기에 저자의 주장에 억지스럽지 않다. 이것이 이 책을 가지는 커다란 장점이다.

[내 생각이 아닌 생각은 얼마만큼 내 안에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혈액처럼 나를 채우고 있는 수많은 생각들](본문 241페이지)

남성 이데올로기가 지배했던 시대 지금도 여전히 그 뿌리가 깊은 시대에 여성인 저자가 여성의 눈으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나 역시 남성중심 이데올로기에 젖어있는 내 시각을 부인하지 못한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불쑥불쑥 나타나 내 앞을 흐리는 것들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 역사, 우리 땅 어디에도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여성은 눈으로 발굴하고 정리해서 새롭게 해석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고 저자의 기본 시각에 공감을 표하고 싶다. 그래서 역사의 당당한 두 축으로 남녀가 평등하게 미래를 개척하는데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

이 책의 주인공들이 오늘날 다시 깨어날 수 있는 것은 그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사는 현시대를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누군가의 기억으로 남아 후대에 전해지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교 초보 탈출 100문 100답 - 김성철 교수의 체계불학
김성철 지음 / 불광출판사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교로 가는 안내서
불자라고 생각하는 내게 불교는 어떤 의미일까? 마음 편안한 휴식처를 찾아 사찰을 방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경전에 대한 학문적 접근으로 불교경전을 접했던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불교교리에 대한 공부가 지금은 멈춰진 상태라 해야 맞을 것이다. 그렇게 된 이유야 많고도 많을 것이지만 그 근본은 신앙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것 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늘 그 자리를 맴돌게 되고 늘 초보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리라.

[불교 초보 탈출 100문 100답]을 손에 들게 된 것은 순전히 호기심의 발로로 본다. 초보수준에 머물며 내내 해쳐가지 못하는 불교에 대한 의문을 이렇게라도 접해보고 싶은 소심한 욕망말이다. [불교 초보 탈출 100문 100답]이 출간되게 된 배경을 보니 디지털시대의 혜택을 톡톡히 본 책이다. 저자 김성철 교수의 개인 홈페이지에 3년 반에 걸쳐 올라온 네티즌들의 질문에 대한 답을 모은 책이라고 한다.

[불교 초보 탈출 100문 100답]은 수행, 교리, 생로병사의 윤리, 불교와 이웃종교로 크게 4부분으로 구분되어 있다. [수행]편에는 종교로써 불교의 신앙과 관련된 부분이 많다. 도대체 무엇이 도를 닦는 것입니까? 라는 물음을 비롯하여 초기불교, 부파불고, 대승불교, 밀교에 이르는 심오한 불교신앙에 대한 물음들이 대분이다. 나로썬 어려운 부분이 많다. [교리]편에서는 불교에서 우주를 보는 것이나 시간관를 비롯하여 불교의 핵심인 연기론. 오온, 12처, 유식론에 이르기까지 불교 핵심교리에 관련된 질문들이 대부분이다. [생로병사의 윤리]편에는 계와 율에 대한 이야기로 생로병사를 비롯한 선과 악 등 인간으로써 근본적인 의문이 주를 이룬다. 눈에 띄는 질문으로 '음행에는 플라토닉 러브와 같은 것도 포함되는지'의 여부는 출가자나 재가자 모두에게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라 본다. 마지막으로 [불교와 이웃종교]편에서는 불교와 다른 종교의 근본적 차이와 종교가 추구하는 근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비롯하여 유교까지 망라된 종교이야기다.

[궁금하면 물어라] 이 말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전부가 아닐까 싶다. 깨달음의 종교인 불교에서 의심하고 의심하여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의심나는 무엇이든 해결해야 할 것이기에 경전이든 스승에게서든 반드시 그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책을 손에 들고 우선 질문들부터 살펴봤다. 지금 내 마음속에 있는 의문을 포함하여 다양한 내용들이다. 한편으론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질문도 있다. 초보자인 나로써는 이해하지 못하는 질문이나 그 답변은 나 두고서라도 마음을 붙잡는 질문부터 읽어간다. 한 장 한 장 읽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생각할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 질문을 올린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사람들임을 질문을 하나하나 읽다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우문현답도 있지만 처지나 조건 등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해결되지 않은 의문점을 제시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저자의 탁월한 식견이 보이는 부분이다.

이 책은 종교로써 불교를 바라보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는 사람이든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불교라는 종교에 대한 의문을 해결해 주는 친절한 안내서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이 책을 덮으며 감성적 공감이 아닌 머리로만 이해하는 불법은 수행에 어떤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을 가져 본다. 이 책에 그 답이 나와 있지만 신앙으로 불교에 감성적 접근이 어려운 나로써 학문보다는 신앙이 우선적으로 다가서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가랑비에 옷이 젖어가듯 그렇게라도 출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상주의 - 영원한 빛, 움직이는 색채 마로니에북스 아트 오딧세이 1
가브리엘레 크레팔디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원한 빛 인상주의를 만나다
화가를 만나는 일은 책읽기에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 감동받았던 책의 저자를 만나는 일 만큼이나 매력적인 일임에 분명하다. 책을 쓰는 저자나 그림을 그리는 화가 모두 자신의 가슴에 담아둔 이야기가 더 이상 담기지 못하고 넘치고 흘러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그 무엇이라고 본다. 나에게는 그런 의미에서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창작자들이다.

시, 공간을 초월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는 그림이 있다. 미술사조의 한 측면을 이야기하기 전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 선두에 인상주의라고 불리는 미술사조가 있다. [인상주의]는 19세기 후반에서 출발하여 20세기 초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예술운동이라고 한다. 인상주의 특징은 빛의 변화에 따라 변화되는 자연의 모습을 묘사하고 눈에 보이는 세계를 비교적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기록했다.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로는 카미유 피사로, 폴 세잔,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클로드 모네, 에두아르 마네, 에드가르 드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 미술시간에 익히 들었고 보았던 사람들이다. 이러한 미술사조는 미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당시 음악 등을 비롯한 예술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인상주의 : 영원한 빛, 움직이는 색채] 이 책은 이러한 인상주의에 대해 태동에서부터 주요활동 시기 그리고 인상주의 전반에 걸친 작품과 화가들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더불어 화가들의 작품뿐 아니라 그림과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있어 당시 시대상황을 이해하고 미술과 관련된 풍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게 한다. 단순히 눈을 끄는 그림과 화가들에 대한 막연한 이해를 넘어 이 책은 한 미술사조에 대해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주요 관심 대상이 자연풍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창 발달하고 있던 도시풍경을 비롯해 자신의 자화상을 포한한 인물화까지 다양한 범위를 보이고 있다. 이 책은 크게 4가지 분류를 통해 인상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들의 주요관심의 대상이였던 자연과 도시, 사람 그리고 표현의 한 축이였던 에로시티즘의 매력까지를 포괄하고 있다. 인상주의에 대한 포괄적인 학습서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책이 주는 포스가 대단한 만큼 그 책속에 담긴 그림들 또한 대단히 인상적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페이지 구성이 잘 되어 있다. 화면전체를 이용해서 보여주는 그림은 실물을 대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자세하다. 특히 42개의 작품 해설은 한층 더 그림에 다가설 수 있는 훌륭한 안내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클로드 모네의 인상, 해돋이를 비롯하여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에드가 드가의 목욕 등의 해설이 눈에 들어온다.

자연주의 대표 작가인 에밀 졸라의 이야기도 흥미를 끈다. 학창시절부터 세잔과 깊은 교류를 하였던 졸라는 [작품]이라는 소설로 인상주의 화가들로부터 자신들을 곡해했다는 비난을 받으며 서로 결별하는 계기가 된다.

한 시대의 전반을 지배했던 사조를 책 한권으로 다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당시 시대상황과 주류였던 화가들과 그들의 그림을 이해하는 출발점으로 삼아도 좋을 만큼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친근한 화가의 작업실을 방문하고 작업에 몰두하는 화가의 가슴을 익히 봐왔기에 그림과 화가에 대한 이해를 하는데 이 책은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책을 통해 세상과 만나는 즐거움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행자는 청소부입니다
정호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바로 내가 영자입니다.
깨달음을 위해 속세와 단절하고 용맹 정진하는 스님들을 보면서 늘 부러움이 있는 속인이다. 그 부러움이란 호적한 산속에서 생활하는 여유로움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모습도 물론 아니다. 내가 부러워하는 것은 자신이 바라는 깨달음의 길을 가기 위해 스스로에게 용감했던 그 결단의 순간이 부럽고, 쉼 없이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마음이 부러운 것이다. 그 부러운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분을 만난다. 고요한 마음으로 쉼 없이 대중과 만나며 대중들이 편안한 마음을 얻고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시는 분이다. [수행자는 청소부입니다]라는 책으로 만난 정호스님이 그분이다.

[수행자는 청소부입니다] 이 책은 용인 대각사의 정호 스님이 깨달음의 수행생활과 대중과 만나는 과정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엮었다. 그러기에 이 책에는 현실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생활인들의 속내가 담겨있다. 태어난 사람으로 어쩌지 못하는 생, 노, 병, 사 등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도 있고 생활인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내내 가슴에 피멍이 들게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있다. 이 책은 나눔, 지혜, 명상 세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지만 모두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그 속에 담긴 저자 정호스님의 사람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로 당신이 영자입니다] 라는 머리말 속의 일침에서 자신 스스로와 대면하게 만들고 있다. 모두가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스스로 돌아봄이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모두에게 출발점임을 제시한다. 살아가는 동안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그 어떤 문제를 대하더라도 이렇게 스스로를 돌아본다면 그 해결책이 분명하게 있다는 말일 것이다. 단지 불교라는 한 종교의 틀 안의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남편과의 불화, 거식증, 경제적 어려움, 알코올 중독, 고부 갈등, 학업문제, 동성애 등 인간세상 삶속에 누구라도 겪게 되는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그 어려움을 벗어나는 길이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말이기에 더 친근함으로 다가오는 이야기들이다.

[수행자는 청소부입니다]는 수행의 길을 가는 스님의 자기고백이며, 함께 그 험난한 길에서 있는 도반들을 향한 일침이며, 여러 가지 제약으로 수행의 길에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먼저 길을 가는 사람으로서 안내문 같이 느껴진다. 기약도 없는 길을 나선 나그네처럼 깨달음의 순간이 맞이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 길이지만 그 길에선 수행자들의 내면을 볼 수 있어 미약하게나마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

[자연스러워지자. 좋고 잘하는 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고, 제철에 피는 꽃이 가장 아름다우며, 자기 자리에서 제 몫을 하는 사람이 가장 훌륭하다. 여기는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52페이지)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느끼게 될 때면 누구나 찾는 것이 있다. 대상은 각기 다를지라도 뭔가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에 대한 생각이다. 그 힘든 순간의 위안을 삼고자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의지하고 안주하려는 마음 역시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일지라도 그 해결의 주체는 나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험난하고 고통의 인간세상일지라도 살아갈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수행자는 청소부입니다]의 저자 정호스님의 주석하시는 사찰이 쓰레기장임을 선언한 의미가 그것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을유세계문학전집 13
에밀 졸라 지음, 최애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어떤 꿈을 꾸는가?
꿈은 희망을 이야기 한다. 누구나 그 희망으로 현실에서 오는 무게를 버티며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다. 하지만 꿈은 희망과 동시에 가지지 못한 현실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꿈을 꾸는 것이 가능해 지는 것이리라. 미래를 희망하는 그 꿈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을 담보로 잡고 삶을 짓누르는 무게를 감당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이 점점 더 크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러한 꿈에 대한 이야기를 만났다. 에밀 졸라의 꿈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내가 꾸는 꿈이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에밀 졸라(1840~1902), 이름만 들었을 뿐 이 책 꿈을 통해 새롭게 만나는 저자다. [목로주점]으로 유명한 그는 프랑스 파리 출생이다. 목로주점으로 자연주의 문학을 확립했으며 1902년 의문의 가스 사고로 죽었다. 토목기사인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 생활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중학교에 들어가 거기서 화가 세잔과 사귀게 되어 시와 예술을 논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극심한 가난으로 1858년 파리로 옮겨 생루이고등중학교로 전학했지만 학업에 의욕을 잃었고, 에콜드 폴리테크니크 입학자격 시험에 두 번이나 실패한 것을 계기로 문학의 길로 나간다. 빅토르 위고 등을 동경하여 열심히 장편 서사시를 써보았으나 크게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1862년 아셰트 서점에 취직이후 당시의 과학적, 실증주의적 사상과 결부된 사실주의적인 문학 조류에 눈을 뜨고 콩트나 평론을 쓰기 시작했다. 1866년 서점을 그만둘 때에는 젊은 비평가가 되어 있었는데, 이 해 봄의 미술전 비평을 써서 기성의 대가들을 비판하고 마네, 피사로, 모네, 세잔 등 신진의 불우한 인상파 청년화가들을 강력히 지지했다. 이무렵 공쿠르 형제의 작품을 본받아 처음으로 자연주의적인 작품들을 발표하였고, 이론적으로도 자연주의 소설관을 명확히 했다. 목로주점, 나나, 제르미날, 대지, 수인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만년에 드레퓌스 사건이 일어나자 사이비 애국자들에게 항거하고 군부의 부당성을 공격했으며, 끝까지 드레퓌스의 무죄를 주장하여 결국 승리하였다.

에밀 졸라의 [꿈]은 루공-마카르가 시리즈의 열여섯 번째 소설이다. 자연주의 선두주자 에밀 졸라가 살았던 시대는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사이에는 과학, 특히 생리학의 괄목할 만한 발전이 있었고, 이에 작가들은 과학이 일구어 낸 방법론과 성과를 문학에 차용하고자 했다. 자연주의는 실증주의 정신, 과학과 진보에 대한 믿음이 부여한 진리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그 시대정신을 정통 혈통인 루공 가와 사생아 혈통인 마카르 가가 여러 대에 걸쳐 사회 여러 분야로 퍼져 나가는 양상을 그린 이야기로 20권에 달하는 시리즈가 [루공-마카르가]다.

이 책 [꿈]은 앙젤리크라는 한 고아 소녀가 불후한 환경에서 태어나 자라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손에 잡히지 않은 무지개 같은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버지를 알 수 없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앙젤리크는 성직자의 제례복에 수놓는 일을 하는 양부모와 함께 살아가며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가진 기질과 양부모로부터 받은 교육을 통해 만들어지는 환경사이에서 갈등하며 신데렐라 같은 꿈을 가진다. 그 중심에 성당 유리창 수선공 페리시앵과의 사랑이야기가 있다. 황금빛 전설에 열광하는 앙젤리크가 성장하며 갖는 소녀의 꿈이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는 이 소설의 주제는 타고난 유전적 요인과 교육과 환경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꿈에 등장하는 인간상의 묘사 중에서 양어머니 위베르틴과 장 오트쾨르 주교다. 위베르틴 자신 역시 어머니의 반대로 결혼 당시 어려움을 겪었고, 아이를 잃었으며 어머니로부터 용서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앙젤리크을 엄격하게 교육하고 자신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이는 딸에게 사랑의 방해꾼으로 나서고 있다. 딸을 사랑하지만 그 딸의 사랑을 막아야하는 어머니의 입장이 잘 묘사되어 있다. 장 오트쾨르 주교 역시 아내를 잃고 아들마저 버린 아픔을 간직하면서도 자신이 갖는 절대적 지위로 앙젤리크와 페리시앵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이 두 사람의 묘사는 당시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된다.

에밀 졸라의 [꿈]을 통해 찔레꽃과 장미꽃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각색된 이미지가 적절한 표현이 될까?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 어쩌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해가는 인간의 자각적 의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