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알게하는 표식이다. 코끝을 파고드는 차가움이 상쾌함을 전한다. 본격적인 추위에 적응해가라는 자연의 선물이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한다. 서리 내렸으니 가을은 끝자락에 와 있다.

서리가 수놓은 그림으로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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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풍등'
붉은 공모양의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다. 꽃의 생김새가 독특하여 주목받고 열매 역시 앙증맞은 모습과 붉은 색으로 눈길을 사로 잡는다.


무성했던 잎들이 지면서 드러나는 열매들이다. 새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 화려한 색으로 치장하는 것이다. 어떤 맛일까 호기심에 손이 가다가 멈춘다. 독이 있는 식물이라고 한다.


꽃은 7~8월에 흰색으로 핀다. 꽃잎은 5갈래로 깊게 갈라지고, 갈래조각은 뒤로 젖혀진다. 열매는 9~10월에 둥글고 붉게 익는다.


배풍등(排風藤)이라는 이름은 '풍을 물리치는 덩굴'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경기도 이남에 자생하기에 추운 지방에서는 보기 힘들다. '참을 수 없어'라는 독특한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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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이며 공감이다. 간절함으로 이해한다. 고르고 하나 둘 쌓아올리듯 한마음으로 집중한다. 어쩌면 당연하듯 때론 장난스러운 마음이 그 출발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결과를 보는 이의 마음도 제 각각이라 눈맞춤하는 때에 주목할 뿐이다.

수능일, 살아가는 동안 오늘 하루를 보네는 그 마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늘 지나고나서야 아는 것이 다하지 못한 아쉬움이다. 그렇더라도 모든 이가 원만하게 그 결과를 수용할 수 있길 바란다.

들어가다 스친 마음을 돌아나오며 온전히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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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나무'
윗지방에는 눈이 왔다지만 남쪽은 포근한 날의 연속이라 곳곳에 늦가을의 정취가 남아있다. 그 정취를 누리는 마음에는 열매가 주는 이미지도 한몫한다.

이 붉디붉은 속내가 어디에 숨었다가 드러나는 것일까. 여리디여린 잎과 연초록의 꽃으로는 짐닥되지 않은 색감이다. 붉게 물든 잎이 떨어지며 남긴 아쉬움까지 덤으로 담아 열매는 더 붉어지는 것일까.
어쩌면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코르크로 한껏 부풀린 가지와는 상반된 이미지다. 쉽게 보여야 열매의 몫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이리라.

대상을 향해 날이 선 이름이다. 줄기에 화살의 깃을 닮은 코르크의 날개가 발달하여 화살나무라고 한다. 덕분에 잘 기억되는 나무이기도 하다. 구분이 쉽지 않은 비슷한 나무로는 줄기에 화살깃 같은 코르크가 발달하지 않은 종류를 회잎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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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창
최옥정 지음 / 예옥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돌아보면 한순간도 아름답지 않은 날이 없었다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옛글에 관심이 많다글을 찾아 읽어가는 동안 만났던 독특한 이력의 사람들이 있었다황진이이옥봉매창홍랑 등 신분적 한계를 넘어서 당대에 주목을 받았던 여류시인들이 그들이다그 중에서도 가슴 절절한 사랑의 마음을 노래했던 매창에 주목했다.

 

매창’(1573 ~ 1610)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가 관계매창을 중심으로 유희경과 허균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이들 관계의 무게 중심을 무엇으로 삼고 이해해야하는가가 그 중심에 있었다매창과 유희경매창과 허균의 중심엔 여인인 매창이 있다이 관계는 보고자 하는 이의 필요에 따라 무게 중심이 각기 달라진다매창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심적인 시각은 매창과 유희경에 있지만 한발 물러서서 매창과 허균의 관계를 상상해보는 것이다.

 

최옥정의 소설 매창을 읽으면서도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일반적인 시각으로 보면 유희경과의 관계에서의 중심은 매창이 확실하지만 허균과의 관계로 옮아가면 그 중심이 흔들린다매창과 허균은 상호 동등하든지 아니면 허균에게로 무게 중심이 약간 이동한 것처럼 읽힌다는 점이 그것이다최옥정의 소설 매창도 이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한 여자가 있었다아전의 서녀로 태어나 기생이 되었지만 시와 거문고에 뛰어난 재주가 있어 그 이름을 한양까지 떨친 부안의 기생 매창이다매창에게 천민 출신의 이름난 여항시인 유희경 찾아온다둘은 첫눈에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다짧은 만남 후 긴 이별이다다른 남자가 곁에 머문다은일한 삶을 꿈꾸면서도 현실을 떠나지 못하고 끊임없이 세상과 불화하는 백 년 일찍 세상에 태어난 사람 허균이다유희경에게는 소외된 자가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이귀에게는 두루 세상과 노니는 법을 배웠다허균에게는 세상에 자기가 가진 것을 내보이고 더불어 변화를 만들어내는 패기를 배웠다.”

 

너를 잃지 않겠다는 명분으로 너를 놓아 주었다는 허균의 말로 매창의 유희경에 대한 그리움을 대신한다면 작가의 말에서 남긴 일생 동안 누군가를무언가를 그리워하며 기다리며 산다면 그 삶의 샅에는 죽음의 씨알이 뿌리를 박고 자라고 있을 것이다.”라는 의미를 짐작할 수더 있을 듯싶다각자가 살아가는 삶의 감당할 몫은 오롯이 제 목숨을 담보로 할 때 기능해지는 것은 아닐까.

 

이 소설을 한 여인이 한 남자에 대한 애절함만으로 읽는다면 매창의 삶을 온전히 이해해주는 것이 아닐 것이다삶의 마지막 순간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으로 그려가는 작가의 마음속에 이 책이 사랑을 잃었던 사람,사랑을 의심하는 사람사랑에 붙들려 있는 사람의 잠을 축내며 곁에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행간에 흐르는 무겁고 깊은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릴 것만 같은데도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데 유연하다작가가 대상에 몰입한 결과가 주인공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글로 나타난 것으로 이해한다간결하고 담담한 짧은 문장이 주는 글의 힘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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