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화초 무슨 수목이 좋지 않은 것이 있으리요마는 유독 내가 감나무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그놈의 모습이 아무런 조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고풍스러워 보이는 때문이다. 나무 껍질이 부드럽고 원초적인 것도 한 특징이요, 잎이 원활하고 점잖은 것도 한 특징이며, 꽃이 초롱같이 예쁜 것이며, 가지마다 좋은 열매가 맺는 것과, 단풍이 구수하게 드는 것과, 낙엽이 애상적으로 지는 것과, 여름에는 그늘이 그에 덮을 나위 없고, 겨울에는 까막 까치로 하여금 시흥詩興을 돋구게 하는 것이며, 그야말로 화조花朝와 월석月夕에 감나무가 끼어서 풍류를 돋우지 않는 것이 없으니 어느 편으로 보아도 고풍스런 운치 있는 나무는 아마도 감나무가 제일일까 한다."

*김용준의 수필을 엮은 책 '근원수필近圓隨筆'에 담긴 '노시산방기老枾山房記'에 나오는 문장이다. 감나무 예찬으로 이보다 더 감성적인 글이 또 있을까 싶다.

제법 오래된 감나무가 지키고 있는 골목을 끼고 산다. 경계목을 겸한 감나무는 이제는 늙어 열매보다는 그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그 어떤 나무보다 사람과 함께 살아온 나무만이 갖는 정情이 으뜸인 나무가 감나무다. 들고나는 길 든든한 벗이 되어줄 감나무가 오랫동안 버티고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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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근원수필 - 우리 문화예술론의 선구자들 근원 김용준 전집 1
김용준 지음 / 열화당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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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갖은 글을 만나는 즐거움

"댁의 매화가 구름같이 피었더군요가난한 살림도 때로는 운치가 있는 것입니다."로 시작하는 글 '매화梅花'을 읽었다글이 주는 매력에 읽기를 반복한다멀리서 매화 향기가 전해지는 듯하여 문득 고개를 들어본다글쓴이가 궁금하여 찾아보니 김용준이라는 사람이다.

 

김용준(金瑢俊, 1904-1967), 동양화가이자 미술평론가한국미술사학자로호는 근원(近園), 선부(善夫),검려(黔驢), 우산(牛山), 노시산방주인(老枾山房主人)이다서울대학교 동양화과 교수동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1950년 9월 월북해 평양미술대학 교수조선미술가동맹 조선화분과위원장과학원 고고학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했다저서로는 근원수필’(1948), ‘조선미술대요’(1949),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1958)등이 있으며회화작품으로는 수묵채색화 (1957)이 있다.

 

새 근원수필近圓隨筆은 2001년에 발간된 근원 김용준 전집 1권으로 이미 1948년에 발간된 근원수필에 스물세 편을 더해 엮은 김용준 수필 완결판이라고 한다기존에 발간된 형식을 유지하며 화인전과 같은 미술관련 글을 구분하여 엮었다.

 

툭 튀어나온 눈깔과 떡 버티고 앉은 사지四肢며 아무런 굴곡이 없는 몸뚱어리그리고 그 입은 바보처럼하는 표정으로 벌린 데다가 입속에는 파리도 아니요 벌레도 아닌 무언지 알지 못할 구멍 뚫린 물건을 물렸다콧구멍은 금방이라도 벌름벌름할 것처럼 못나게 뚫어졌고 등허리는 꽁무니에 이르기까지 석 줄로 두드러기가 솟은 듯 쪽 내려 얽게 만들었다.”

 

두꺼비 연적硯滴을 산 이야기이디서 읽었을까읽어가는 내내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 읽고 나서야 알았다교과서에 수록된 글이었다뿐만 아니라 '노시산방기老枾山房記'에 나오는 문장이다감나무 예찬으로 이보다 더 감성적인 글이 또 있을까 싶다.

 

김용준의 글의 영역은 제한이 없다일상에서 마주하는 아주 익숙한 것들이 중심이면서도 전혀 새로운 시각을 선보인다친근하여 거부감이 없고 세심하여 새로움을 전해준다또한 활동하던 시기의 문화상을 그대로 담고 있어 후대 사람이 글을 통해 시대상을 엿보기에도 충분하다또한, 2부에서 접하는 미술과 관련된 글 역시도 수필에서 느끼는 자유스러운 사유의 영역을 확인하게 된다.

 

남에게 해만은 끼치지 않을 테니 나를 자유스럽게 해달라.”

 

근원수필의 발문에 나오는 문장이다. ‘무엇보다도 자유스러운 심경으로 살고자 했던 김용준의 마음이 담긴 글을 통해 지금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힘을 가진 글이 주는 혜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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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이레 달이 떳습니다. 여전히 밝고 둥근 달입니다. 연일 미세먼지로 답답했던 하늘이 어제밤 병아리 눈물같은 비에도 맑아졌습니다. 그 하늘에 뜬 달이라 더 가깝고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겨울이 깊은듯 하나 이제 겨우 동짓달 보름이 지난 때입니다. 섣달(납월)에 핀다는 납매가 벌써 꽃망울을 터트렸으니 꽃을 보고싶어 하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도 하지만 꼭 반가운 것만은 아닙다. 모든 것은 제 때에 맞아야 하고, 이름 있는 것은 이름 값을 해야하기 때문이지요.

달빛을 품은 뜰을 느긋하게 서성이며 문득 먼 곳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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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송년의 시

이제 그만 훌훌 털고 보내야 하지만
마지막 남은 하루를 매만지며
안타까운 기억으로 서성이고 있다.

징검다리 아래 물처럼
세월은 태연하게 지나가는데
지난 시간만 되돌아보는 아쉬움!

내일을 위해 모여든 어둠이 걷히고
창살로 햇빛이 찾아들면
사람들은 덕담을 전하면서 또 한 해를 열겠지

새해에는 멀어졌던 사람들을 다시 찾고
낯설게 다가서는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올해 보다 더 부드러운 삶을 살아야겠다.

산을 옮기고 강을 막지는 못하지만
하늘의 별을 보고 가슴을 여는
아름다운 감정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윤보영의 시 '송년의 시'다. 다시 범위를 넘기 위해 짧은 시간을 남겨뒀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마음에 위안을 보텐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지만 내일을 향한 마음엔 온기가 더해지길 바란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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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뿌연 미세먼지로 기운을 잃은 햇볕이 간신히 비춘다. 그것과는 상관 없다는 듯 겨울날 오후를 건너는 시간이 봄날과도 닮아 있다. 바람은 잔잔하고 기온은 높아 더없이 느긋한 오후다.


벗겨지는 소나무 껍질 사이에 겨울볕이 머문다. 붉은 빛으로 온기를 전하는 소나무의 겨울날의 오후가 따스하다. 눈맞춤의 순간은 지극히 짧지만 가슴에 들어온 온기는 춥고 긴 겨울을 건너는 힘이다.


온기는 어디에도 어느 순간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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