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같은 곳에서 새로운 시간을 맞이한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면 좋고, 오늘 같은 내일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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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함께한 책

일상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책읽기다.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차 줄어드는 것은 책을 대신할 관심사가 생겼다는 것이다. 아쉬움 보다는 주목하는 바를 채워가는 다른 통로가 주는 만족감이 크다는 것으로 이해한다.

올해 읽은 책 중에 주목 한 것은 수필이다. 한국산문선을 비롯하여 '누비처네'의 목성균과 '근원수필'의 김용준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힘 있는 글의 매력에 흠뻑 빠진 시간이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분량의 책이다. 맞이하는 새해도 이와 다르지 않길 바래본다.

01)녹파잡기 - 한재락(휴머니스트)
02)고마워 영화 - 배혜경(세종출판사)
03)조선의 생태환경사 - 김동진(푸른역사)
04)가끔 찌질한 나는 행복하다 - 최정원(베프북스)
05)한국산문선 7 - 박지원 외(믿음사)
06)한자, 인생을 말하다 - 장석만(책들의정원)
07)목련꽃 필 무렵 당신을 보내고 - 이복규(학지사)
08)나무, 섬으로 가다 - 김선미(나미북스)
09)한국 산문선 8 - 서유구 외(믿음사)
10)차의 기분 - 김인(웨일북)
11)이옥 문집 - 이옥(지식을만드는지식)
12)책벌레와 메모광 - 정민(문학동네)
13)초의선사의 동다송 - 김대성(동아일보사)
14)추사에게 나를 지키는 법을 배우다 - 설흔(위즈덤하우스)
15)동심언어사전 - 이정록(문학동네)
16)나무가 말하였네 - 고규홍(마음산책)
17)눈빛이 마음이 된걸까 - 최남길(소통)
18)병서, 조선을 말하다 - 최형국(인물과사상사)
19)의순공주 - 설흔(위즈덤하우스)
20)추사 김정희 - 유홍준(창비)
21)엄마의 꽃시 - 김용택(마음서재)
22)한국의 붓 - 정진명(학민사)
23)계절성 남자 - 이만근(나비클럽)
24)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 - 류근(해냄출판사)
25)춤추는 식물 - 리처드 메이비(글항아리)
26)초짜들을 위한 짧고 쉬운 지식의 역사 -대니얼 스미스(지식서재)
27)박상률의 청소년문학 하다! - 박상률(자음과모음)
28)달의 연대기 - 하창수(북인)
29)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 - 아흐메드 사다위(더봄)
30)삶을 바꾼 만남 - 정민(문학동네)
31)안녕, 평양 - 성석제 외(엉터리북스)
32)한국 산문선 6 - 이천부 외(믿음사)
33)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 황현산(난다)
34)조선의 잡지 - 진경환(소소의책)
35)여백을 번역하라 - 조영학(메디치미디어)
36)인간도리 인간됨을 묻다 - 한정주(글담)
37)살구나무 빵집 - 김보일(문학과행동)
38)문장의 온도 - 이덕무(다산초당)
39)시인의 붓-김주대(한겨레출판사)
40)한국 산문선 5 - 김창협 외(믿음사)
41)조선에 놀러간 고양이 - 아녕(위즈덤하우스)
42)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 허수경(난다)
43)토닥토닥, 숲길 - 박여진(예문아카이브)
44)누비처네 - 목성균(연암서가)
45)오후 세 시의 사람-최옥정(삼인행)
46)그럴 수밖에 없는 그릴 수밖에 없는 - 나현정 외(청색종이)
47)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 허난설헌(알에이치코리아)
48)매창 - 최옥정(예옥)
49)가문비 탁자 - 공원국(나비클럽)
50)석복 - 정민(김영사)
51)소로의 나무 일기 - 리처드 히긴스(황소걸음)
52)새 근원수필 - 김용준(영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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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12-31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진님 언제나 묵묵하게 매일 꽃과 글로 밝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19년 새해 복 맣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2018년 새롭게 만난 꽃


설날, 금둔사 납월홍매를 시작으로 순천 눈밭의 복수초와 뒷산의 노루귀에 머물던 꽃나들이가 변산의 변산바람꽃, 영광의 나도수정초를 만나고 지리산과 회문산, 남덕유산, 덕유산을 돌았다. 남동쪽으로는 진주, 서쪽으로는 변산, 북쪽으로는 안면도에 이르기까지 동분서주 하며 꽃과 눈맞춤 했다. 올해는 유독 새로운 꽃과의 눈맞춤이 많았던 시간이었다.


01)미선나무, 02)등심붓꽃, 03)노루삼, 04)숙은처녀치마, 05)개미자리, 06)나도수정초, 07)약난초, 08)새우난초, 09)나도제비란, 10)금강애기나리, 11)복주머니란, 12)구슬붕이, 13)감자난초, 14)두루미꽃, 15)민백미꽃, 16)참기생꽃, 17)참골무꽃, 18)호자덩굴, 19)모래지치, 20)갯장구채, 21)흰제비란, 22)부산꼬리풀, 23)흰알며느리밥풀, 24)박새, 25)냉초, 26)바위떡풀, 27)순비기나무, 28)어리연꽃, 29)가시연꽃, 30)애기앉은부채, 31)대상화, 32)닥풀, 33)과립작은깔데기지의, 34)좀딱취


30 종류가 넘게 새로운 꽃과 첫눈맞춤의 설렘이 고스란히 남았다. 여기에 멀고 가까운 거리를 발품 팔며 보았던 풀꽃과 나무꽃을 더하면 300종도 넘는다.


이제 겨울의 시작에 불과한데 이미 납매, 풍년화는 피었고 복수초와 매화까지 피었다고 한다. 겨울도 없이 꽃나들이는 계속된다.


돌아보니 모든 순간이 꽃이더라.


얼레지

등심붓꽃

나도수정초

약난초

나도제비란

금강애기나리

두루미꽃

참기생꽃

복주머니란

애기앉은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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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라고 했다.
셀 수야 있겠지만 숫자가 더이상 의미없을 나무는 나이테를 하나 더하는 중이리라. 살아온 흔적을 몸에 새기며 기억하려는 것일까. 덥고 춥고 바람불고 비오고 눈오는 모든 밖의 자극에 섬세한 마음 작용이 더해져야 새길 수 있는 나이테다.

한그루 나무로 살자고 했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소망을 담아 가지를 내고 몸통을 부풀렸다. 나무가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유다. 나무 곁에 사람이 머무르고 싶어하는 까닭이다.

살아가는 동안 비켜갈 수 없이 품어야 하는 마음에 주름이 더해지는 것과 무엇이 다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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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 연적硯滴을 산 이야기

골동집 출입을 경원한 내가 근간에는 학교에 다니는 길 옆에 꽤 진실성 있는 상인 하나가 가게를 차리고 있기로 가다오다 심심하면 들러서 한참씩 한담閑談을 하고 오는 버릇이 생겼다.
하루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이 가게에 들렀더니 주인이 누릇한 두꺼비 한 놈을 내놓으면서 “꽤 재미나게 됐지요”한다. 
황갈색으로 검누른 유약을 내려씌운 두꺼비 연적硯滴인데 연적으로서는 희한한 놈이다.
사오십 년래로 마든 사기砂器로서 흔히 부엌에서 고추장, 간장, 기름 항아리로 쓰는 그릇 중에 이따위 검누른 약을 바른 사기를 보았을 뿐 연적으로서 만든 이 종류의 사기는 초대면이다.
두꺼비로 치고 만든 모양이나 완전한 두꺼비도 아니요 또 개구리는 물론 아니다.
툭 튀어나온 눈깔과 떡 버티고 앉은 사지四肢며 아무런 굴곡이 없는 몸뚱어리―그리고 그 입은 바보처럼 ‘헤―’하는 표정으로 벌린 데다가 입속에는 파리도 아니요 벌레도 아닌 무언지 알지 못할 구멍 뚫린 물건을 물렸다.
콧구멍은 금방이라도 벌름벌름할 것처럼 못나게 뚫어졌고 등허리는 꽁무니에 이르기까지 석 줄로 두드러기가 솟은 듯 쪽 내려 얽게 만들었다.
그리고 유약을 갖은 재주를 다 부려 가면서 얼룩 얼룩하게 내려부었는데 그것도 가슴편에는 다소 희멀끔한 효과를 내게 해서 구석구석이 교巧하다느니보다 못난 놈의 재주를 부릴 대로 부린 것이 한층 더 사랑스럽다.
요즈음 골동가들이 본다면 거저 준대도 안 가져갈 민속품이다. 그러나 나는 값을 물을 것도 없이 덮어 놓고 사기로 하여 가지고 돌아왔다. 이날 밤에 우리 내외간에는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쌀 한 되 살 돈이 없는 판에 그놈의 두꺼비가 우리를 먹여살리느냐는 아내의 바가지다.
이런 종류의 말다툼이 우리 집에는 한두 번이 아닌지라 종래는 내가 또 화를 벌컥 내면서 “두꺼비 산 돈은 이놈의 두꺼비가 갚아 줄 테니 걱정 마라”고 소리를 쳤다. 그러한 연유로 나는 이 잡문을 또 쓰게 된 것이다.
잠꼬대 같은 이 한 편의 글 값이 행여 두꺼비 값이 될는지 모르겠으나 내 책상머리에 두꺼비 너를 두고 이 글을 쓸 때 네가 감정을 가진 물건이라면 필시 너도 슬퍼할 것이다.
너는 어째 그리도 못생겼느냐. 눈알은 왜 저렇게 튀어나오고 콧구멍은 왜 그리 넓으며 입은 무얼 하자고 그리도 컸느냐. 웃을 듯 울 듯한 네 표정! 곧 무슨 말이나 할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왜 아무런 말이 없느냐. 가장 호사스럽게 치레를 한다고 네 놈은 얼쑹덜쑹하다마는 조금도 화려해보이지는 않는다. 흡사히 시골 색시가 능라주속綾羅紬屬을 멋없이 감은 것처럼 어색해만 보인다. 
앞으로 앉히고 보아도 어리석고 못나고 바보 같고...
모로 앉히고 보아도 그대로 못나고 어리석고 멍텅하기만 하구나.
내 방에 전등이 휘황하면 할수록 너는 점점 더 못나게만 보이니 누가 너를 일부러 심사를 부려서까지 이렇게 만들었단 말이냐.
네 입에 문 것은 그게 또 무어냐.
필시 장난꾼 아이 녀석들이 던져 준 것을 파리인 줄 속아서 받아물었으리라.
그러나 뱉어 버릴 줄도 모르고.
준 대로 물린 대로 엉거주춤 앉아서 울 것처럼 웃을 것처럼 도무지 네 심정을 알 길이 없구나. 
너를 만들어서 무슨 인연으로 나에게 보내주었는지 너의 주인이 보고 싶다.
나는 너를 만든 너의 주인이 조선 사람이란 것을 잘 안다.
네 눈과, 네 입과, 네 코와, 네 발과, 네 몸과, 이러한 모든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너를 만든 솜씨를 보아 너의 주인은 필시 너와같이 어리석고 못나고 속기 잘하는 호인好人일 것이리라
그리고 너의 주인도 너처럼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성격을 가진 사람일 것이리라.
내가 너를 왜 사랑하는 줄 아느냐.
그 못생긴 눈, 그 못생긴 코 그리고 그 못생긴 입이며 다리며 몸뚱어리들을 보고 무슨 이유로 너를 사랑하는지를 아느냐.
거기에는 오직 하나의 커다란 이유가 있다.
나는 고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의 고독함은 너 같은 성격이 아니고서는 위로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두꺼비는 밤마다 내 문갑 위에서 혼자 잔다. 나는 가끔 자다 말고 버쩍 불을 켜고 나의 사랑하는 멍텅구리 같은 두꺼비가 그 큰 눈을 희멀건히 뜨고서 우두커니 앉아 있는가를 살핀 뒤에야 다시 눈을 붙이는 것이 일쑤다.

*김용준의 수필 '두꺼비 연적硯滴을 산 이야기'다. 제법 긴 글을 옮겼다. 읽어가는 내내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 읽고 나서야 알았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수록된 글이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누구나 완상玩賞하는 물건 하나쯤은 있다. 새해 출발부터 붓을 잡을 계획이 있기에 어디서 그럴듯한 연적하나 구할 수 있었으면 한다. 아껴보며 미소지을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게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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