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어떻게 될지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다만, 오래된 염원을 이제 시작했다는 것에 방점을 둔다.

일단,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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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발을 동동거리게 할 때는 언제고 겉옷을 벗고도 여민 옷깃을 풀어헤치도록 볕이 좋다. 이 아까운 볕을 조금이라도 더 품고자 볕바라기를 한다.

"겨울 철 따사한 볕을 님에게 보내고저
봄 미나리 살진 맛을 님에게 드리고저
님께야 부족한 것 있으랴만 늘 못잊어 하노라."

*지은이가 알려지지 않은 글이다. 누군지도 모르면 어떠랴. 그리운 이를 향한 마음에 온기가 가득하다. 마치 겨울날의 한없이 포근한 볕과도 같다.

볕이 하도 아까워 느린 걸음으로 걷는다. 나처럼 볕이 아까워 볕바라기를 하는 나무의 잎을 만나 문득, 걸음을 멈춘다. 볕의 기운을 한껏 품어 춥고 긴 겨울을 건너야하는 새 잎의 모습이 꽃처럼 이쁘다.

발자국 남기려고 하면 녹고 없어지는 봄 눈 처럼 감질나는 것이 겨울볕이라고 했다. 겨울 차가운 밤에게 빼앗기기 전에 가슴을 열고 달아나지 못하도록 품어두어야겠다.

볕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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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탈한 오늘
문지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날마다 특별한 오늘을 산다

매일 똑같은 날의 반복이라고 푸념한다늘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는 이들에겐 이 문장이 가지는 의미는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단조롭고 무의미하다는 이 이미지는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을까.

 

곡절曲折을 겪고 난 후의 대부분 사람들의 마음 상태는 '일상'에 대해 필경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아무 일 없다는 듯 곁에 머물러 있는 오늘이 언젠가 가슴 아리도록 그리워할 일상이라는 것으로 그 일상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이는 몸이나 마음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곡절은 사람마다 다르며 통과하는 시간이나 과정도 다르기 마련이다이런 차이가에고 불구하고 한번 곡절을 겪고 난 후는 분명 달라진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조금은 특별한 시간을 살아왔기에 무탈한 오늘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된 문지안의 무탈한 오늘’ 역시 그 곡절이 가져다 준 결과라 여겨진다가구 공방 애프터문을 운영하며여섯 마리의 개와 다섯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그 무탈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그의 소소한 일상을 엿보며 행복한 나날을 이어가는 근거를 찾아본다.

 

이 책에 드러난 문지안이 누리는 무탈한 일상의 한 축에는 여섯 마리의 개와 다섯 마리의 고양이가 있다.이 생명들과 만나게 된 인연이나 함께하는 동안 있었던 에피소드를 비롯하여 지금 현재의 모습까지 자잘한 이야기들이 따스하게 펼쳐진다개와 고양이 그리고 이들을 돌보며 형성된 이 특별한 관계가 만들어 내는 일상에 누리는 행복이다.

 

무탈한 하루의 다른 한 축은 그런 일상의 의미를 아주 특별하게 의미부여하며 가꾸고 누려가는 이야기들이다. “어떤 하루도 어제와 같지 않음을어떤 내일도 오늘과 같지 않을 것을 알기에 무탈한 오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 그 안에 있다.

 

무탈한 하루가 담고 있는 구체적인 모습과 내용을 다르지만 무탈한 하루가 전하는 온도는 나의 경험으로도 충분하게 공감할 수 있다자동차로 10여분 달리면 끝나는 지극히 짧은 거리를 왕복하며 느끼고 누리는 그것과 다른지 않다무엇하나 달라질 만한 개연성이 적은 거리와시간이지만 그 속에서 찾아내고 주목했던 사소한 것들의 무게는 평범한 하루를 아주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그렇게 주목한 것의 중심에 오늘이 있다내가 살아온 어제의 합이며 살아갈 내일의 근거가 될 오늘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그 오늘에 충실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과 일상을 살아가는 태도에 따라무탈한 오늘이 전해주는 온도는 달라진다오늘에 주목하고 그 오늘을 충실하게 사는 것이 무탈한 오늘이 담보한 행복의 열쇠다.

 

따스함이 넘치는 사진과 일상을 다독여주는 문장으로 어제 떠난 사람들이 간절히 원했던 오늘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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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다. 아침 햇살도 기세를 꺾지 못하는 냉기가 대지 위를 가득 채우고 있다. 온기를 잃어버린 잘린 감나무 가지에 앉은 서리는 여전히 제 모습을 지킨다. 비로소 겨울임을 실감하는 아침이다.

그믐으로 달려가는 새벽 달빛이 명징明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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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화'
부지런한 사람들의 이른 꽃소식에 마음이 앞선다. 귀한 때 귀한 꽃을 보고자 하는 마음을 익히 알기에 마음따라 몸도 부지런해져야 할 때다. 유난히 포근한 겨울이라 꽃소식도 빠르다.


아직은 한겨울인데 꽃을 피우는 나무들이 있다. 납매와 풍년화가 그 주인공이다. 추위에 움츠려드는 몸과 마음을 파고드는 꽂 향기에 취할 수 있어 그 고마움이 참으로 크다.


잎도 없는 가지에 꽃이 먼저 풍성하게 핀다. 꽃잎 하나 하나를 곱게 접었다가 살며시 펼치는 듯 풀어지는 모양도 특이하지만 그 꽃들이 모여 만드는 풍성함도 좋다.


봄에 일찍 꽃이 소담스럽게 피면 풍년이 든다고 풍년화라 한다. 힘겹게 보리고개를 넘었던 시절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배고픈 사람들의 염원을 담았는지도 모르겠다. 원산지의 이름이 만작?作이라고 한다.


가까운 곳을 살피기도 전에 먼 곳에서 들리는 꽃소식에 찾아가 만났다. 아직은 제 철이 아니라 다소 외소한 규모라지만 꽃이 귀한 때 만났으니 꽃을 맞이하는 반가움은 몇 배나 된다.


벌써 납매, 매화, 복수초에 노루귀 꽃봉우리까지 봤으니 올해의 꽃놀이는 빠르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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