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醉심취

夫人之醉 在所醉之如何 부인지취 재소취지여하
不必待飮酒而後矣 불필대음주이후의
紅錄眩暈 則目或醉於花柳矣 홍록현훈 칙목혹취어화류의
粉黛?蕩 則心或醉於艶婦矣 분대태탕 칙심혹취어염부의
然則是書之?暢而迷人者 연칙시서지감창이미인자
何渠不若一石而五斗也耶 하거불약일석이오두야야

대저 사람의 취함은 
어떻게 취하느냐에 달린 것이지
반드시 술 마신 뒤를 기다릴 것은 없다
붉은 꽃과 푸른 잎이 눈앞에 어질어질하면
눈이 혹 꽃과 버들에 취한다
곱게 단장한 여인이 정신을 어지럽게 하면 
마음이 혹 어여쁜 여인에게 취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이 사람을 달콤하게 취하게 하며
몽롱하게 만드는 것이 어찌 한섬이나 다섯말 술만 못하겠는가

*이옥李鈺(1760~1812)의 묵취향서墨醉香序에 나오는 문장이다.

지난 주말 얼레지 핀 숲에서 한동안 머무르며 꽃과 눈맞춤 했다. 처음엔 화려한 자태에 넋놓고 바라보다가 그 모습이 눈에 익자 은근하게 달려드는 향기에 젖어서 나중엔 그 향기를 놓칠세라 차라리 눈을 감고 말았다.

어떤이는 반가운 벗과 술자리를 떠올리며 마음이 벌써 취하는 듯하다지만, 술 한잔으로도 취기가 넘치는 이는 딴세상이야기다.

새싹이 올라와 본연의 색을 찾아간다. 이를 축복이라도 하듯 햇살이 눈부시게도 비춘다. 

어찌 취하지 않을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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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최성현 저, 불광출판사

책을 손에 들고 글쓴이의 약력을 먼저 본다. 아~, 오래전 책으로 만났던 저자를 다시 만나는 흥미로움이 앞선다. 그의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는 숲에 관심을 갖던 초창기에 즐겁게 만났던 책이다.

스님은 편지 한 통을 내어주며 말했다.
"곤란한 일이 있을 때 이것을 열어봐라.
조금 어렵다고 열어봐서는 안 된다.
정말 힘들 때 그때 열어봐라"

이 책은 저자 최성현이 농사짓고 책 읽고 번역하는 농부 최성현이 20여 년 간 모은 선승들의 일화 모음이다.

마알간 봄 햇살에 영혼이 씻기는 개운함으로 마주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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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무릇'
몇해 전 현호색이 무리지어 피는 계곡에서 한 개체를 보고 난 후 때를 놓치거나 다시 찾지 못해 그후로 보지 못했던 꽃이다. 한번도 본 적이 없다는 꽃친구와 함께 그곳을 다시 찾았다. 여기 저기 제법 무리를 지어 많은 개체수를 확인했다. 때를 맞춰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잎은 가늘게 하늘거리는 쓰러질듯 힘없이 줄기가 서로를 지탱하느라 애쓰는 모습이 가련하다. 스님처럼 산에 사는 무릇이라는 의미로 그럴듯한 이름이지만 약하디 약한 모습에선 애처럽게만 보인다.


햇볕을 좋아해 어두워지면 꽃을 오므리고 햇볕이 많은 한낮에는 꽃을 활짝 피운다. 노란별이 하늘에서 내려와 땅에서 핀듯 반갑고 정다운 모습이다. 작고 순한 꽃이 주는 편안함으로 들과 산의 풀꽃들을 찾이나서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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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중반을 넘어섰다는 나만의 징표다. 섬진강가의 버들은 나중 일이고 동네 앞 연못 수양버들을 본다. 옮겨 심고 몇번의 봄날에 몸살을 하더니 제법 그 위용을 드러낸다. 이맘때면 물가를 살펴 자연의 선물을 놓치지 말자. 
유록柳綠, 이 색을 놓치지 않아야 봄이다. 

식목일, 흐린 하늘이라 비라도 내리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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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그랬다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김용택 시인의 시 '그랬다지요'다.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그 비에 활짝 핀 벚꽃이 떨어져 땅에도 꽃이 피었다. 어떤 이는 꽃이 피고 지는 동안 먼 산 바라보듯 지나가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마음 속에 그 꽃을 피우기도 한다. 어떤 일상을 살던지 시간은 가지만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 속에 머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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