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솜대'
큰키나무들이 잎을 내어 이제 숲은 그늘로 드리워지는 때다. 그 숲에 하얀 꽃들이 불어오는 바람따라 흔들린다. 발밑에 꽃을 찾아 걷는 사이에 빛이 들어 더욱 환하게 빛나는 순간을 마주한다.


꽃이 솜대를 닮았다고 풀솜대라는 이름을 붙였다는데 솜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고 한다. 지장보살이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린다. 옛날 춘궁기 때 풀솜대를 구황식물로 이용되었는데, 절에서 죽을 쑤어 먹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 중생들을 구제하는 풀이라는 뜻으로 풀솜대를 '지장보살'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뭉처서 피는 햐얀꽃이 지고나면 둥글고 붉은색의 열매가 달린다. 의외의 열매라 가을 산행에서 주목하게 만드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와 비슷한 식물로 우리나라 고유종인 자주솜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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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봄도 끝자락이다. 매서운 겨울의 눈보라가 봄의 화려한 꽃향기를 준비했듯 나풀거렸던 봄향기로 맺은 열매는 이제 여름의 폭염으로 굵고 단단하게 영글어 갈 것이다.


미쳐 보내지 못한 봄의 속도 보다 성급한 여름은 이미 코앞에 당도해 존재를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짐작되는 변화보다 예측할 수 없이 당면해야하는 폭염 속 헉헉댈 하루하루가 버거울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그 숲 속을 걷거나, 숲 속에 서 있었던 시간을 떠올리며 숲이 전해준 위안을 꺼내보며 스스로를 다독일 일이다.


볕을 품어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저 잎사귀 만으로도 충분한 봄도 오늘로 그 끝자락에 와 있다. 봄 숲에서 함께 품었던 밝음을 봄을 건너 여름으로 가는 마음의 위안으로 삼는다.


시간에 벽을 세우거나 자를 수 없다는 것을 진즉에 알았다. 그렇더라도 맺힌 것은 풀어야 하듯이 때론 흐르는 것을 가둘 필요가 있다. 물이 그렇고 마음이 그렇고 시간이 그렇다. 일부러 앞서거나 뒤따르지 말고 나란히 걷자.


이별은 짧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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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삼'
못보던 녀석이 길 아래 숲에서 고개를 쑤욱 내밀고 손짓 한다. 어찌 그냥 지나치랴. 망설임도 없이 비탈을 내려가 눈맞춤 한다. 의외의 만남은 늘 설렘을 동반하기에 언제나 반갑다.


흰색의 꽃이 뭉쳐서 피었다. 연한 녹색에서 점차 흰색으로 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느다란 꽃대는 굳센 느낌이 들 정도니 꽃을 받치기에 충분해 보인다. 녹색의 숲과 흰색의 꽃이 잘 어울려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삐쭉 올라온 꽃대가 마치 노루꼬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노루삼이라는 이름이 여기서 유래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녹두승마라고 부르며 약재로 사용된다고 한다.


멀리서 바라본 모습이 마치 숲 건너편에 서 주변을 경계를 하고 있는 노루를 보는 느낌이다. 꽃말은 ‘신중’, ‘허세 부리지 않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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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무꽃'
할 말이 많은듯 하지만 그 말이 시끄럽거나 원망섞인 아우성은 아니다. 봄날 살랑거리는 햇볕마냥 경쾌한 감탄사 정도로 탄성을 내뱉는다. 어버이날 양지바른 곳에 잠들어 계신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에 만났다.


자주색의 꽃이 꽃대에 모여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며 핀다. 색감이 주는 강렬함에 이끌려 눈맞춤하지만 특이한 모양도 은은한 향기도 매력적이다.


골무꽃, 독특한 이름이다. 골무는 옛날 여인들이 바느질을 할 때 손가락에 끼고 바늘을 꾹꾹 누르던 것을 말한다. 이 꽃의 열매를 감싸고 있는 꽃받침통의 모양이 그 골무를 닮았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참골무꽃, 광릉골무꽃, 산골무꽃, 그늘골무꽃, 좀골무꽃, 구슬골무꽃, 흰골무꽃?등등 복잡한 집안의 꽃이라 고만고만한 차이로 구분이 쉽지 않다.


머리를 우뚝 치켜세운채로 고고한 자태가 돋보이는 모습에 어울리는 '고귀함'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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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애기나리'
일부러 발품 팔지 않으면 못보는 꽃이기에 기꺼이 나선 길이다. 길이 멀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꽃이 주는 설렘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인가를 만나기 위해 시간을 내고 일부러 찾아갈 수 있다는 것, 지금 내가 누리는 마음의 평화에서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한다. 유난히 고운 꽃을 지리산 노고단에서 만났다.


워낙 작은 꽃들이 많고 또 그렇게 작은 꽃에 주목하다 보니 작게 느껴지지 않지만 이 역시 작은 꽃이다. 앙증맞은 크기에 연한 황백색의 꽃이 하나에서 둘, 더러는 세개까지 핀다. 얼굴 가득 자주색 반점을 가져서 더 눈길을 끈다. 작지만 꽃잎이 뒤로 젖혀져서 나리꽃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 꽃처럼 꽃에 '애기'라는 이름이 붙으면 대부분 작고 앙증맞은 경우가 많다. 애기나리, 큰애기나리, 금강애기나리가 서로 비슷비슷한데 금강애기나리는 얼굴의 자주색 반점으로 구분하면 쉽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어 '진부애기나리'라고도 한단다. 애기처럼 귀여운 금강애기나리는 '청순'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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