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말이 좋아서
-김준태, 김영사

"무채색 단조를 벗고 살갗을 트며 꽃을 피우는 봄,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잎사귀로 하늘을 채우는 여름, 단풍으로 이별을 알리고 열매로 미래를 여는 가을, 배려와 존중으로 가지를 뻗어 숲을 사랑장으로 만드는 겨울까지."

오늘도 나는 숲으로 갑니다.

아무런 정보도 없지만
순전히 제목에 혹해서 손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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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성질을 부리기 전 길을 나섰다. 가까이 있어 자주 오르지만 올 봄엔 멀리 다니느라 찾지 못했던 산이다. 긴 오르막을 겨우 오르며 가픈 숨을 쉬느라 올려다 본 나뭇잎 모습에 저절로 멈춘 걸음이다.

"칠월 숲은 
나뭇잎 소리로 분주하다. 
하늘을 가득 채운 잎사귀들이 
만드는 스킨십이다. 서걱서걱 여름 소리에 마음이 열린다."

*김준태의 '나무의 말이 좋아서'의 일부다. 볕과 바람이 쓰다듬고 흔들어 대는 중에도 나뭇잎은 그 모두를 안고 자연스럽다. 알아듣고 못알아 듣고는 듣는 이의 몫이라는 듯 소근대듯 반짝이며 말을 건넨다. 

7월의 숲에 들면 꼭 찾아보는 나무가 있다. 꽃의 순하고 곱기로는 함박꽃나무와 견주어서도 결코 밀리지 않은 노각나무가 그 주인공이다. 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꽃을 보여주지만 그 꽃으로 인해 나무를 찾고 만질 수 있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꽃보러 가야겠다.

7월의 숲, 빛과 바람의 변주곡 그 리듬 속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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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래난초'
깊은 땅 속에 침잠하더니 끝내 솟아 올라 간절함을 터트렸다. 그냥 터트리기엔 참았던 속내가 너무도 커 이렇게 꼬였나 보다. 하지만, 그 꼬인 모습으로 이름을 얻었으니 헛된 꼬임은 아니었으리라. 꼬이고 나서야 더 빛을 발하는 모양새따라 널 마주하는 내 몸도 꼬여간다.


꽃을 보기 위해 연고도 없는 무덤가를 서성인다. 마음 속으로 무덤의 주인에게 두손 모으고 꽃를 보러 찾아왔으니 깊은 땅 속 꽃 많이 피어올리면 더러 나처럼 찾는 이 있어 반가움 있을거라고 넌지시 권한다. 올해는 숲으로 가는 입구에서 떼로 만났다.


전국의 산과 들의 잔디밭이나 논둑 등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뿌리는 짧고 약간 굵으며 줄기는 곧게 선다. 꽃의 배열된 모양이 타래처럼 꼬여 있기 때문에 타래난초라고 부른다.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타래난초라고 한다.


하늘 높이 고개를 쑤욱 내미는 것이 옛날을 더듬는 듯도 보이고, 바람따라 흔들거리는 모양이 마치 깡총걸음을 들판을 걷는 아이 같기도 하다. 이로부터 '추억', '소녀'라는 꽃말을 가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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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차 한잔 하시겠어요

차 한잔 하시겠어요 
사계절 내내 정겹고 아름다운
이 초대의 말에선
연둣빛 풀향기가 난다
그리운 사람을 만나
설렘을 진정시키고 싶을 때
아름다운 자연을 만나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싶을 때
우리는 고요한 음성으로
"차 한잔 하시겠어요?" 한다

낯선 사람끼리 만나
어색한 침묵을 녹여야 할 때
잘 지내던 친구들끼리 오해가 쌓여
화해의 대화를 시작해야 할 때도
우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차 한잔 하시겠어요?" 한다

혼자서 일하다가
문득 외롭고 쓸쓸해질 때도
스스로에게 웃으며
"차 한잔 하시겠어요?" 하며
향기를 퍼올린다
차 한잔 하시겠어요?"
이 말에 숨어 있는
사랑의 초대에
언제나 "네!" 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이해인의 시 '차 한잔 하시겠어요'다. 익숙한 말이지만 진정성을 가진 마음 앞에선 늘 따스한 미소와 함께 "네~"가 따른다. 누군가에게 해도 언제나 좋겠지만 오늘은 스스로를 다독이는 위안으로 삼아보자.

"차 한잔 하시겠어요?"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장미축제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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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蓮花

贈遺蓮花片 증유연화편
初來灼灼紅 초래작작홍
辭支今幾日 사지금기일
憔悴與人同 초췌여인동

보내주신 연꽃 한송이
처음에는 눈부시게 붉더니
가지에서 떠난 지 이제 몇 일이라고
시든 모습이 사람과 같네

*조선시대를 살았던 성현이 지은 용재총화에 실린 고려 충선왕과 중국여인의 슬픈 심사를 시에 담았다. 연꽃의 붉은마음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나에게 연꽃은 충선왕의 애달픈 사랑도 아니고 불교의 윤회도 아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희고 붉은 꽃잎에서 번지는 향기처럼 세파에 휘둘리지면서 가까스로 중심을 잃지않으려는 남자의 여리디 여린 마음이다. 잔잔하지만 끊이지 않고 피어나는 향기다.

도시 생활을 접고 한적한 시골마을에 터를 잡았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이지만 여기껏 무탈하게 산다. 뒷산에 올라 꽃을 보며 멀리 동악산을 바라본다. 고만고만한 산들이 둘러싼 형세가 연꽃 핀 모양과 흡사하다. 연산 아래 그 가장자리에 잡은 터가 내 보금자리다.

난 蓮花里에 산다

*2015. 07. 05 전주 덕진공원 연꽃을 보고 온 날로부터 시작된 '꽃에기대어'가 오늘로 4년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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