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발란'
가까이 두고도 보지 모하는 꽃들이 있다. 이유야 많겠지만 때가 아닌 것으로 여기면 그나마 아쉬움이 덜하다. 이 식물 역시 그랬다. 피었다는 소식이 올라와도 딱히 가볼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번엔 달랐다. 그 이유는 그곳에 가서야 짐작할 수 있었다.


연분홍 꽃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것이 마치 하늘의 별들을 보는 것만 같다. 한참을 올려다보며 눈에 익히고서야 하나씩 눈맞춤 한다. 하나씩 보든 집단으로 모여 있는 모습이든 환상적인 모습이다.


열악한 환경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사람의 시각이고 그 식물에겐 최적의 환경일 것이다. 바위에 붙어 생을 어어가는 그 절박함은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줄기에 잎이 붙은 모습이 기어가는 지네를 닮아서 지네발난이라고 한다. 멸종위기식물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있는데 올해 그곳은 풍성한 모습이어서 좋았다.


몇해에 걸쳐 그곳을 찾는다는 이들을 만나 들어보니 올해의 생육상태가 가장 좋았다고 하면서 놀란 표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올해 이곳을 찾은 것은 꽃이 불러서 온 것이라고 억지를 부려볼만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시_읽는_하루

8월의 시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 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하는 달이다. 

*오세영의 시 '8월의 시'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도 중반이다. 덥다덥다 하지만 달라진 기온을 느낀다. 저만치서 손짓하는 가을을 맞이하기 위해 잠시 뒤를 돌아보는 때로 삼는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장미축제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쇠털이슬'
초록이 대세인 숲에서 작디작은 꽃을 피우지만 금방 눈에 띈다. 녹색과 흰색의 대비가 주는 선명성으로 인해 숲에서 살아가는 지혜로 보인다.


이슬처럼 매달린 열매에 털이 잔뜩 난 모습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한겨울 눈쌓인 숲에서 다리가 수없이 달린 곤충 닮은 이상한 열매로 만났다. 이후 가끔 보지만 털이슬, 쥐털이슬, 말털이슬, 쇠털이슬 등이 있는데 다 비슷비슷하여 구분이 쉽지 않다.


잎 지고 마른 줄기에 수북히 털을 달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열매가 특히 인상적이었던 식물이다. '기다림'이라는 꽃말은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나 눈밭에서 보았던 그 경이로운 모습을 기다려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얄궂다. 볕은 바늘끝 같은데 스치는 바람결의 변화가 느껴진다. 순전히 기분탓이겠지만 조만간 실감할 것이기에 그 기운을 미리 품는다.

노랗게 물들이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 벌써 부풀어 올랐다. 결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지만 나는 황금빛으로 빛나던 꽃보다 이 열매를 더 기다렸다. 땡볕에 온실 효과일지도 모를 공간에서 여물어갈 내일을 향한 꿈에 기대를 거는 까닭이다.

7월 마지막날, 한낯 열기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 반가워할 이유도 없는데 무서울 것 없다는듯 거침없이 파고들어오는 열기에 속절없이 당하고 만다. 땡볕도 제 기세를 주체하지 못하는듯 비틀거린다. 이렇게 날뛰는 것은 갈 때가 얼마 남지않은 몸부림이라는 것을 스스로 아는 까닭이다.

염덕炎德이라며 세상을 보듬었던 조상들의 마음자리는 책 속에서만 머물고, 비 소식은 산 너머에서만 들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기다림으로'
저절로 피고 지는 것이 있을까?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견디면서 이겨나가야 비로소 때를 만나 꽃을 피울 수 있다.


여름 대밭의 주인공으로 피어날 때를 기다린다. 적당한 그늘과 습기, 온도가 만들어 주는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질 때를 기다려 비로소 문을 연다. 이미 시작되었으니 오래걸리지 않을 것이다. 화려한 치마를 펼치고 자신만의 리듬으로 춤을 출 때가 오고 있다.


바람이 쓸고간 새벽의 달빛은 유난히도 깊었다. 그 달빛이 하도 아까워 한줌 손아귀에 쥐고 품속으로 넣어두었다. 하루를 건너기 버거운 어느날 곱게 펴서 스스로를 위안 삼으리라.


기다림이란 지극한 그리움을 가슴 속 가득 쌓아두는 일 이다. 하여, 이 또한 수고로움을 견뎌내야 한다. 아프고 시리며 두렵고 외로운 이 수고로움이 가득차면 그대와 나 꽃으로 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