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中伏 지난 하루가 덥다고 타박하는 건 염치 없지요. 삼복의 한 가운데이니 당연한 더위로 받아들여야지요. 그렇더라도 더운건 어쩌지 못합니다.이 더위를 어찌 나시려는지 염려되어 남으로 향한 마루에 소박한 상 차렸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오시기만 하면 됩니다.머리 위를 지나는 햇볕이 알은체하면 냉수 한잔 건네고, 먼 산 지나가는 바람이 기웃거리면 차 한잔 건네면서 그대가 선물한 단오선 만지작 거리며 가끔 사립문으로 길게 고개 내밀어 보겠습니다.늦게 도착할지도 모를 벗을 위해 나무그늘 아래 있는 우물 속에 큼지막한 수박 한덩이와 탁주는 넉넉히 준비해 두었으니 더딘 발걸음일지라도 부디 오시기만 하면 됩니다.혹여, 삼복 더위에 먼길 나들이 못하는 것이라면 더위도 멈춘다는 처서處暑가 멀지 않으니 위안삼아 기다립니다.
반가운 비다.
그 반가움이 다 전해지지 못했는지 비는 더디게만 온다.
깊은밤 잠들고 나면 몰래 오려나 보다.처마를 두드리는 빗소리에 여름밤 깊어가는줄 모른다.
'계요등'긴 원통모양에 붉은빛이 도는 것이 독특하다. 속내를 감추는듯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덩굴 중간중간 잔털이 많은 꽃을 옹기종기 모아 달았다.
대부분 꽃의 향기는 바람타고 자연스럽게 번진다. 하지만 어떤 식물의 향기는 만지거나 뿌리를 뽑는 등 실질적인 접촉이나 상처가 나야만 비로소 전해지는 것도 있다. 이 식물들은 자신을 돋보이고 매개자를 유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역겨운 냄새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인다.
'계요등'은 근처에 있는 다른 식물의 줄기를 만나면 왼쪽으로 감으며 꼬불꼬불 타고 오르는 덩굴성 식물이다.
계요등이라는 이름은 식물체 전체에서 역겨운 냄새가 나며, 썩은 닭똥오줌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졌다.
꽃은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나며, 붉은 보랏빛으로 곱게 피고, 털이 촘촘히 뻗쳐 있다. 여름에서부터 초가을까지 비교적 오랫동안 볼 수 있다.
코로 맡는 냄새보다는 눈으로 보는 모양과 색에 주목하는 꽃이다. '지혜로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아프냐?""안 아프다""아프구나"전화 받는 이는 불특정 다수다. 아파야 낡은 것이 가고, 한 번 더 아파야 새로운 것이 온다. 그런데 아무도 안 아프다고 하니, 정말 모두 아픈 모양이다.-이산하, '피었으므로, 진다' 중 '각연사' 편에서*삼복 더위 중 그 가운데날 중복이다. 그 중복날 아침 햇살이 곱다고 했더니 따가운 햇볕이 구름 사이로 숨는다. 여기에 더하여 비소식이 있으니 중복도 체면 구기게 생겼다.삼복더위가 깊은 밤까지 이어지는 나날이다. 더위야 여름이니 당연하다치더라도, 내가 발딛고 사는 땅에선 그 더위를 식혀줄 사람들의 소식은 더디기만 하다. "아파야 낡은 것이 가고, 한 번 더 아파야 새로운 것이 온다."는 이산하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한 번 더 그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이라면 좋겠다."아프냐?"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는다.
달이 비켜난 자리 유난히 빛나는 별들의 밤이다.
내겐 그 빛을 담아낼 재주가 없어 마음에 들인다.까만밤 반짝이는 별 하나 가슴에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