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호흡을 한다. 최대한 호흡을 가라앉혀 안정시킨다. 때론 잠시 숨도 멈춘다. 집중하면 다른 세상을 볼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꽃과 제대로 눈맞추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이다.

바람에 흔들리고 그늘에 가리고 때론 역광으로 만나며 깜깜한 밤일 수도 있으며 안경을 놓고 볼 때도 있다. 그 모든 조건을 넘어서는 것은 바로 대상에 집중하여 바라보는 것이다.

어찌 꽃만 그러겠나. 스스로를 성찰하는 과정도 이와다르지 않으며, 다른이의 마음과 눈맞춤하는 일도 이와같다.

오늘도 꽃을 보듯 그대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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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立秋에 노고단에 오르다'
새벽 길을 나섰다.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 잠 덜깬 딸을 앞세워 나선 길이다. 이른 시간이지만 사람들 발길은 분주하다.


여름꽃이 만발한 길을 더딘 발걸음에 새벽 안개가 몸을 감싼다. 다람쥐를 앞세워 잔대, 모시대, 층층잔대, 병조희풀, 이질풀, 동자꽃, 원추리, 짚신나물, 파리풀, 노루오줌, 오이풀, 여뀌, 여로, 푸른여로, 술패랭이, 큰까치수염, 참취, 곰취ᆢ하나하나 눈맞춤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늘 아래 첫동네 심원마을엔 예전 달맞이꽃이 그대로다. 이미 계곡엔 사람들로 넘치지만 여름의 끝자락 입추立秋의 시원함은 여름의 끝인지 가을인지 시작인지 모호하다.


딸아이는 투덜대면서도 제법 잘 따라 오르고 초등학생 때의 옛기억은 없다고 한다. 시원한 바람에 먼 산은 더 아득하고 발 아래 풀들은 더 향기롭다.


'입추立秋에 딸하고 노고단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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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라도 오려나
느린 바람결에 공기의 무게에 실린 비내음이 좋다. 

밭고랑을 덮을 정도로 콩이 자라는 동안 뜨겁기만 했던 햇볕은 다정한 친구였으리라. 오늘은 잠시 쉬어가도 되는 느티나무 그늘처럼 비라도 내려 준다면 여름날 하루가 그리 더디지는 않을 것이다.

산을 넘어오는 바람이 비와 함께 오길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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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꿩의다리'
풀 숲에 키다리 아저씨다. 가냘픈 줄기를 불쑥 키워 가느다란 꽃술을 풀어 놓았다. 하나하나 빛나는 모양이 경이로움 그대로다.


'은꿩의다리'는 한국 특산식물로서 중부 이남 지방에 분포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곧게 서서 자라는데 단단하고 속이 비어 있으며 털이 없다. 줄기에서 많은 가지가 갈라진다.


꽃은 7월에 붉은색을 띤 흰색의 꽃이 줄기 끝에 모여로 달리는데 꽃잎은 없고 꽃받침조각은 4개이다.


꿩의다리, 금꿩의다리, 산꿩의다리, 자주꿩의다리, 연잎꿩의다리, 좀꿩의다리 등 종류만 해도 20여 종에 이른다. 좀처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꿩의다리'라는 이름은 줄기에 마디가 있고 자주빛이 돌아 꿩의 다리와 비슷한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은꿩의다리'는 꽃의 색깔이 아니라 잎의 뒷면에 흰색이 돌기 때문에 이라고 한다.


꿩의다리는 '순간의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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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 도시의 시인들 - 삶의 진부함에 맞서는 15개의 다른 시선, 다른 태도
김도언 지음, 이흥렬 사진 / 로고폴리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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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통해 세상을 보는 각기 다른 시각

나와는 다른 가슴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같은 시공간에서 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른 언어로 다른 감성을 표현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들이다내게 있어 이렇게 특별한 사람은 바로 시인이다우리나라 시인의 숫자가 3만을 넘어선다고 해도 여전히 그 특별함은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이런 믿음에는 전재되는 것이 있다시인이 시인으로서의 자기 위상을 확실하게 정립해가야 한다는 것이다누구나 시인이 될 수는 있을지라도 아무나 시인으로 불릴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시인과의 만남은 시를 통하는 것이 맞다자신만의 독특한 시어를 통해 세상과 나눈 감정과 의지를 담은 시 속에 시인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그렇지만 시를 이해하는 정도는 시를 읽는 내 감정과 의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이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시인이 스스로 세상을 바라보는 감정과 의지를 밝히는 기회를 만난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도언의 세속 도시의 시인들은 무척이나 반갑고 의미 있는 기회가 된다. "좌고우면 하지 않고 화이부동을 실천하는 태도 속에서 만들어진 시인의 스타일"이 있는 시인을 선별하여 김도언이 시인들을 만났다. “편애를 무릅쓰고 현 단계 우리 시단을 대표한다고 믿는 시인을 만나 삶의 진부함에 맞서는 열다섯의 다른 시선과 다른 태도를 담았다.”고 한다.

 

김도언의 특별한 선정기준에 의해 만난 시인으로는 1950년대생 시인(김정환황인숙이문재)부터 1960년대(김요일성윤석이수명허연류근권혁웅김이듬), 1970년대(문태준안현미김경주), 1980년대생(서효인 황인찬시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인 열다섯 명이다.

 

김도언은 이 시인들을 만나면서 궁금한 것을 돌직구로 물어보는 화법을 사용한다다소 어색한 분위기를 만나기도 하지만 시인에게 궁금한 점을 풀어가는 확실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이런 대화를 통해 각 시인들에 대한 상징적 문장은 시인을 대표하는 인상으로 남는다.‘이문재 불가능한 것과 대치하기분노와 체념의 태도’, ‘김요일 보고 듣는자퇴폐에 거하다’, ‘류 근 도취통속과 초월의 시학’, ‘김이듬 건강한 백치의 관능과 용서’, ‘안현미 고아의 균형과 고독한 여제사장등과 같은 표현들이 그것이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의 마음과 마지막 장을 닫을 때의 마음이 사뭇 다르다상상했던 것이 맞았거나 의의의 발견을 했거나와 같은 긍정적 마음보다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답답함이 남는다는 것이다이는 시인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싶은 갈증과 더불어 인텨뷰를 진행하고 이를 글로 남긴 김도언의 난해하고 현학적인 문장도 한 몫 한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어보고서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겨우 짐작만 할 뿐인 문장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세속 도시에서 일반인들과 별 다름 없는 일상을 살면서도 시인의 독특한 삼을 살아가는 시인의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쉽게 시인에게 다가갈 수 있는 언어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을까저자의 애쓴 수고로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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