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 이야기, 제1회 창비청소년도서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고 1
설흔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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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글이 무엇이기에...

자신의 이름을 걸로 세상에 나가는 글은 온전히 자신의 것만은 아니다이미 글은 쓸 때부터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만들어온 지난 시간과 자신이 사는 동시대의 반영이며 그 글을 읽은 독자들의 공유물이 된다.글을 이렇게 본다는 것은 글을 쓴 사람의 그 글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한 시각으로 읽힌다그러기에 동서고금을 통해 글을 쓰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리라.

 

조선시대 자신이 쓴 글로 인해 벼슬길에 나아가지 못하였던 사람이 있다타고난 문학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정조의 문체반정의 희생양이 된 이옥(1760~1815)이 그 사람이다도대체 글이 무엇이기에 자신의 운명과도 바꾸면서 소신을 굽히지 않았을까?

 

작가 설흔은 이 이옥과 성균관 유생으로 활발한 교유를 나누던 김려(1766~1822)와의 사이를 주목하여 글쓰기와 벗의 사귐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라는 책은 바로 이옥과 김려두 사람 사이 글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친구 이옥과 성균관 유생 강이천과의 친분관계로 인해 임금의 눈 밖에 나 유배까지 다녀왔지만 이제는 한 고을의 현감이 되어 유유자적 여생을 보내던 김려에게 어느 날 불쑥 낯익은 문장을 외는 청년이 나타난다.그는 친구 이옥의 아들 우태다이 우태를 통해 그간 잊고 있었던 글과 친구 사이의 우정을 새롭게 모색하게 되는 것이 이야기의 줄거리다.

 

글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이옥과 김려의 엇갈린 운명은 글을 대하는 가치관의 차이로 그려간다김려는 이옥이 소설류의 문체로 비난받을 때에도 그를 옹호하였고유배를 다녀온 후에는 이옥의 글을 필사하여 문집을 엮었다이들은 글을 통해 우정을 나눈 평생 친구라 할 것이다다른 듯 같은 길을 걸었으면서도 가슴에 박힌 가시처럼 늘상 발목을 잡으며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올바른 길인가를 돌아보게 한다이로부터 글이 가지는 가치에 주목하게 된다.

 

설흔의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라는 작품은 문체반정을 비롯하여 조선 18세기 후반에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들이 어떤 맥락 속에서 벌어진 일인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글이다이에 강명관 교수의 친절한 해설은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또한 이 작품의 백미는 작가 설흔의 옛글 속에 담긴 행간을 읽어내며 탁월한 능력과 이를 펼쳐가는 대단한 상상력으로 인해 역사를 현실에서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학문을 사랑했던 군주는 문체반정을 일으켜 문장을 단속하고 글을 쓰는 문인은 소신을 굽히지 않고 버티는 것은 다 글이 가지는 가치에 주목했기 때문이다글 자체가 목작이 아니라 글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달렸다고 본다글이 넘치는 세상에서 글이 가지는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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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처서處暑'다
끈질긴 더위에 지친 마음이 애타게 가을을 찾지만 정작 계절이 바뀌는 미세한 변화를 아는건 몸이 먼저다. 실질적인 변화를 가르는 처서를 맞이하는 것은 몸이 먼저라는 말이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처럼 모기의 극성도 사라지고, 풀도 더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한낮의 더위에 막바지 기승을 부리겠지만 그것도 조만간 끝이다.

새팥이 불어오는 바람에 그네를 타며 열매를 준비한다. 나도 그 살랑이는 바람결에 묻어올 가을향기를 먼저 취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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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가뭄에 벼는 목이 마르다. 온 들녘엔 양수기 소리로 요란하다. 무심코 바라보다 저 들판 가로질러 학교 다니던 시절이 떠올라 잠시 손을 멈추고 먼 산 바라보았다. 

하늘도 구름도 나무도 논밭에 곡식도 모두 가을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그리고 나도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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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콩'
빛나는 보석이 풀 속에 숨어 있다. 그렇다고 아주 숨지는 않았다. 빛나는 것을 가졌으니 보여야 하는 것이지만 내놓고 자랑하면 부정탈까봐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색감도 눈에 띄지만 그것보다는 크기가 아주작은 것이 모양도 앙증맞게 귀염을 떨고 있다.


'돌콩'은 산과 들에서 자라는 한해살이 덩굴식물이다. 산 기슭이나 들판의 반그늘 혹은 양지에서 자란다.


꽃은 7~8월에 보랏빛 기운이 감도는 분홍빛으로 핀다. 잎겨드랑이로부터 나온 짤막한 꽃대 끝에 나비 닮은 생김새로 뭉쳐서 피어난다. 꽃의 크기가 6mm 정도이니 유심히 봐야 겨우 볼 수 있다.


이 돌콩은 우리가 흔하게 보는 콩의 모태로 보기도 한다. 씨는 콩과 마찬가지로 쓸 수 있으며 식용·약용으로 이용된다.


조그마한 것이 당당하게 제 모양과 빛을 표현하고 있다. '자신감'이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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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설 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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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공부가 뭘까?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이라고 하는 사전적 의미가 상실된 현대사회에서 대학 진학을 목표로 죽자 살자하는 학습이 공부를 대신하는 말로 표현되며 그 의미를 한정시켜왔다왜곡 또는 곡해된 측면이 다분한 이 공부에 대해 옛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던 것일까?

 

학문을 통한 인격 수양에 기본을 둔 공부의 본래가치를 실현하고자 락문과 일상을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보여 지는 옛 사람들의 공부법은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면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그런 의미에서 조선시대 대표적인 학자 퇴계 이황(1501~1570)에게 공부는 어떤 의미였으며 그를 찾아온 제자들을 가르쳤던 공부법을 통해 그 실질적 예를 찾아보자.

 

조선시대 인물들의 삶과 사상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당시의 시대 상황에서 그들이 열망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이 시대의 소통방식과 언어로 재현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작가 설흔의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는 공부의 본래적 의미를 찾는 맥락에서 적합한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시대적 상황과 그 시대가 안고 있는 한계를 벗어나 철저한 신분사회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조차 잡기 어렵던 시절퇴계는 자신에게 배움을 얻고자 편지를 보낸 사람들 가운데 몇 명을 청량산 오가산당으로 오게 한다하루에 한명씩 그들에게 맞는 공부법을 일러주는 이야기를 통해 공부이고 그 공부는 어떤 자세로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알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서 퇴계는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도 세워주고자기가 알고 싶으면 남도 깨우쳐주는 것그것이 바로 인의 마음사랑의 마음공부한 자의 마음'이라는 것을 우선 전재로 한다이를 바탕으로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라는 표현으로 공부의 단계를 설명하고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일상을 통해 자신만이 아닌 주위를 이롭게 하는 공부에 주목한다.

 

공부의 의미가 달라진 시대에 퇴계의 공부가 가지는 의미와 그 공부를 하는 자세가 현대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 미지수다하지만대학을 진학하는 수단으로 하는 것이 공부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한다이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인문학 열풍이 반증하고 있다고 보인다그것이 단지 허상을 쫓는 것이 아니라면 퇴계 이황이 제시한 공부에 대한 근본적인 가르침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리라고 믿는다옛 기록 속 행간읽기를 통해 오늘을 살아갈 지혜를 얻고자 하는 작가가 주목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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