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
하늘을 향해 가슴을 활짝 열었다. 깊은 속내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햇살에 의지해 빛나는 것이 꼭 햇살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내 안에 맑고 푸름을 간직한 까닭이다.


지난해 무더기로 보았던 곳에서 한 개체도 보지못하여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알았는지 건너편 다른 숲길에 무더기로 피어 반가움으로 맞이한다. 때를 놓치면 발품이라도 부지런히 팔아야 만날 수 있음을 다시 확인한다.


용담은 산과 들의 풀숲이나 양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잎은 표면이 녹색이고 뒷면은 회백색을 띤 연록색으로 마주나고 잎자루가 없이 뾰족하다.


꽃은 8~10월에 자주색 꽃이 피며 꽃자루는 없고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와 끝에 달린다. 꽃이 많이 달리면 옆으로 처지는 경향이 많이 나타나고 바람에도 약해 쉽게 쓰러진다. 드물게 흰색꽃이 피는 것도 있다.


용의 쓸개라는 뜻의 용담이다. 한방에서 뿌리를 중요한 약재로 사용한다. '슬픈 그대가 좋아요'라는 다소 의외의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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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가을비로 이 가을 단풍잎이 반만 붉다고 했더니 하늘이 대신 붉어진다. 하늘도 붉어지며 하루를 마감하고 가을도 붉어지며 여물어가듯 하늘과 땅 사이에 사는 나도 겹으로 쌓인 시간 속에서 저절로 붉어진다.

하늘에 단풍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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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가는 길 태학산문선 106
유몽인 지음, 신익철 옮김 / 태학사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홀로 걸어 빛난 이

유몽인柳夢寅(1559~1623)은 임진왜란과 광해군 때 주로 활동했던 사람으로 '어우야담於于野談'의 저자로 익숙하다인조반정 이후 관직에서 물러나 있었지만 반정이 일어난 지 넉 달 만에 광해군을 복위시키려는 모의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처형되었다정조 때 신원되었다그의 문장은 제재와 구상이 독창적이고의경이 참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문집으로 어우집이 있으며야담집 어우야담은 수필문학의 백미로 손꼽힌다.

 

'나 홀로 가는 길'은 유몽인의 '어우집-부어우야담'의 글에서 뽑아 산문야담과 일화문예론으로 분류하고 엮어 태학산문선으로 발간한 책이다.

 

1부 산문 편에서는 이 선집의 표제작인 '나 홀로 가는 길'을 포함하여 묶음과 풀어줌’,

글로 전송하는 까닭’, ‘매학첩에 부치는 글등이 수록되어 있다유몽인 산문의 특징을 잘 나타내 주는 글로 보인다. 2부 야담과 일화에서는 황진이이애순유정석개 등 전해져 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시각으로 새롭게 엮었으며임진왜란의 참혹한 실정을 체험한 후 쓴 '홍도'나 '강남덕의 어머니'같은 작품에는 민중들의 고난과 이를 극복하는 역정이 감동적으로 기술되어 있다또한 익히 우리에게 잘 알려진 김시습노수신이항복 등과의 일화를 포함하고 있어 글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3부 문예론에서는 진정한 고문이란’, ‘사기를 배우기 어려운 이유’ 등을 통해 유몽인의 학문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을 알 수 있다.

 

누런 것은 스스로 누렇다 하고푸른 것은 스스로 푸르다 하는데그 누렇고 푸른 것이 과연 그 본성이겠는가갑에게 물으면 갑이 옳고 을은 그르다 하고을에게 물으면 을이 옳고 갑은 그르다고 한다그 둘 다 옳은 것인가아니면 둘 다 그른 것인가갑과 을이 둘 다 옳을 수는 없는 것인가? ('나 홀로 가는 길중에서)

 

지금 여기 한 사람이 있어 둘러 묶은 끈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흡사 무언가 꽉 잡아 맨 듯몸을 감고 조여오는데 스스로 풀 수가 없음은 유독 무엇 때문인가설사 누군가가 풀어주더라도 또 다른 이가 그것을 묶어 버린다푸는 사람과 묶는 사람이 서로 비슷한 적수라도 푸는 것이 쉽지 않은 법이다. ('묶음과 풀어줌'중에서)

 

유몽인의 글을 읽다보면 문장을 구성하고 이끌어가는 방식이 위의 두 글에서처럼 독톡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비슷한 글이 많다글을 읽어가는 리듬감이 살아나고 주장하는바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말이란 성정에서 나와 사악함과 올바름이 분별되는 것이다어찌 차마 네모난 마음을 지니고서 말을 둥굴게 하여 스스로 속일 수 있겠는가그러므로 문장을 지을 때면 붓을 마음껏 휘둘러 두러워하거나 꺼리낌이 없었다."

 

정치적 균형과 자유로운 문학을 추구한 인물로 평가받는 유몽인의 말이다어떤 삶을 살아왔고 추구했는지 그가 스스로의 감정과 의지를 밝힌 말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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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은 반쯤 붉다.
아랫녘으로 향하는 윗녘의 단풍 소식이 더디다. 얄궃은 가을날씨에 하늘 높은줄 모르는 메타세콰이어도 술지마을의 천연기념물 은행나무도 여전히 푸르기만 하다. 어쩌다 만나는 억새는 그나마 막 피어나고 단풍잎은 반쯤 붉다. 가을이 어정쩡하다.

다행스럽게도 늦여름부터 뚝방길을 수놓던 코스모스는 꽃잎을 떨구고 영글어간다는 것이다. 너로인해 겨우 가을이 깊어감을 짐작한다.

계절이나 사람이나 매한가지다. 때맞춰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와야 한다. 괜히 서성거리다가는 된서리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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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그리운 가을

꾸물거리는 하늘을 보니 비가 오려나 보다. 밤을 밝히며 서둘러 추수하는 농부의 애타는 마음을 외면하는 하늘이 야속타. 볕이 고픈건 들판에 곡식뿐만은 아니다.

참 야속한 가을, 사람도 그 볕이 부족하여 몸도 마음도 삐끄덕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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