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은 안개가 들판을 더 깊고 풍부하게 한다. 텅 비어서 오히려 가득찬 그 품이 새생명을 품는 터전이 된다는 것을 알만한 나이가 된 것이다.

겨울로 가는 길목에 하루를 여는 품이 너그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구골목서'
금목서의 도발적으로 진한 향기가 사라질 즈음 목서의 은근한 향이 머문다. 두 향기 잊혀질 때쯤 다시금 강한 유혹을 하는 것이 이 녀석이다.


아버지 별따라 가신 후, 매년 같은 때 같은 곳에서 이 꽃과 더불어 다른 꽃을 함께 본다. 아버지와 내가 한 학교 동문인 그 초등학교 앞에서 말이다. 이번에도 일부러 아버지를 만나러가듯 그곳에 갔다.


구골목서는 바닷가에서 자라는 늘푸른 작은키나무다. 가지는 연한 회색빛을 띤 갈색으로 무성하며 어릴 때에는 돌기 같은 누운 털이 난다.


꽃은 11월에 잎겨드랑이에 뭉쳐나며 흰색으로 핀다. 향기가 매우 강해 멀리서도 그 존재를 알 수 있을 정도다.


그 때문인지 '유혹'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조선 민중 역모 사건 - 재판 기록으로 살펴본 조선의 두 얼굴
유승희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모 사건 기록으로 살펴본 조선의 두 얼굴

2016년 가을 대한민국엔 변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촛불집회라는 외형으로 보이지만 그 속내는 권력의 핵심부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의식의 발로다혼란스러워 보이는 오늘의 정치정세는 바로 그 변혁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이런 저항의식의 발로로 권력의 출발점이었던 국민들의 힘에 의해 권력의 속성을 바꾸었던 경험이 우리에게 있다. 1987년 6월 항쟁이 바로 그것이다자신의 권력을 위임하고 일상을 수고로움으로 엮어가는 백성이 필요할 땐 그 힘을 되찾아 역사의 맥을 세운다. 2016년 가을지금 우리의 모습에서 힘을 확인하는 중이다.

 

이 책 조선 민중 역모 사건은 절대 권력에 반기를 든 민중이 어떻게 저항과 반란을 시도했는지 들여다본다이 책의 모태가 되었던 것은 추안급국안이란 기록물이다. ‘추안급국안은 '추안 및 국안'이란 뜻이다이 기록은 왕명을 받고 수사를 개시하는 특별 사법기관인 의금부에서 만들어진 사건 기록이다.추안은 일반적인 심문인 추문의 결과를 담은 문서이고국안은 고문이 수반된 심문인 국문의 결과를 담은 문서다이 추안급국안에는 1601(선조 34)부터 1905년까지 약 300년간 각종 사건을 다룬 추안 331개가 담겨져 있다.

 

추안급국안에 담긴 다양한 기록물 중에서 국가가 정한 모반대역謀反大逆·저주咀呪·조요서요언造妖書妖言·난언亂言·무고誣告·대역부도大逆不道” 등 여섯 가지 죄목과 이에 해당하는 아홉 가지 사건의 전말을 살펴당시 민중의 저항과 반란의 담론을 제시하고 있다여기에는 실세를 잃은 양반부터 무당·승려·노비·일반 양인·무사·궁녀 등 다양한 계층에서 시도한 저항과 반란을 조선왕조는 어떤 방식으로 통제했는지도 함께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 민중 역모 사건에 실린 사건으로는모반대역의 사건 길운절과 소덕유의 역모 사건거사패와 유배죄인의 역모 사건박업귀의 역모 사건명화적 이충경의 역모 사건과 저주사건으로는 인조 대 궁중 저주 사건을 살피며, ‘조요서요언사건으로는 요승 처경의 역모 사건 난언사건으로는 차충걸의 난언 사건 무고’ 사건으로는 어느 광인의 역모 고변 사건 대역부도오재영과 이성세의 대궐 침입 사건 등이 다뤄지고 있다.

 

나아가 이 책에는 [더 알아보기]라는 코너를 통해 추국과 관련되어 더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추국과 추안 속 고신의 종류추국을 진행했던 의금부의 위상과 이 기록에 등장하는 죄인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모반대역죄인의 재산을 몰수했을까 등의 추국과 관련된 여섯 가지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의금부라는 국가기관에서 왕조의 존립을 위협하거나 유교 윤리의 근간을 해치는 작은 행위도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이 기록으로만 볼 때 권력의 시각에서 바라본 사건에 대한 기록물이라는 한계가 분명하게 있지만 이를 통해 당시 사회의 분위기를 역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곶감이다. 볕이 잘 들고 바람도 통하는 곳에 감을 깎아 말린다. 곶감의 '곶'은 감열매를 곶이처럼 묶었다는 뜻이라고 한다. 햇볕에 말라가는 동안 색이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이미 그 달콤한 맛을 음미한다.

시간이 응축되어 감으로 맺고 그 감이 옷을 벗고 햇볕에 말라 곶감(건시乾枾)이 된다. 쓴맛이 특유의 단맛으로 바뀌는 것이다. 

단맛이 배이는 동안 긴 기다림의 안타까움을 달래라고 눈으로 먼저 맛보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투명하리만치 맑은 하늘 아래 볕이 좋다. 그 볕으로 인해 포근함이 스며든다. 굳이 양지바른 곳을 찾지 않더라도 좋은 이미 충분한 볕이다. 풍부한 일조량을 가슴에 품어 느슨해진 마음 깃 여밀 수 있길 소망한다.

남으로 열린 곳을 서성이며 여민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햇볕을 품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