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햇살이 얼굴을 부드럽게 감싼다. 첫눈이 온다는 소설小雪도 지났지만 아직 가을을 붙잡고 싶어하는 마음에 화답하듯 포근한 날씨라 다행이다.

볕 잘드는 곳 하늘 높은줄 모르고 키만 키우는 나무 밑을 서성인다. 이맘때 쯤이면 볼 수 있는 매혹적인 자연의 선물과 눈맞춤하기 위해서다. 도로를 덮은 갈색 나뭇잎을 유심히 살피다 보면 어김없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어쩌면 이렇게 닮았을까. 도저히 흉내도 낼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의 입술과 판박이처럼 닮았다. 고운 선따라 다소곳이 다문 입술은 도발적인 열정을 넘어선 이제는 성숙한 여인의 애틋함의 마음자리 그것과도 닮아 보인다.

꽃이 귀한 시기로 접어들었다지만 꽃보는 마음에 한가할 틈이없다. 꽃이 지니 나뭇잎이 꽃으로 피고 그 잎마져 땅으로 돌아가면 열매가 다시 꽃으로 핀다. 잎지고 열매 떨어지는 것은 다음 꽃을 피울 준비를 한다는 알림장이나 다름없다. 풀, 꽃, 나무, 열매 무엇하나 허투루 보아넘길 수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계절 산과 들에서 만나는 생명, 그 안에서 사람을 만난다. 하여, 나는 오늘도 꽃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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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 하늘로 보내는 마지막 인사
김서윤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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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 기억될까?

죽음을 담보하고 사는 것이 모든 생명의 순리다하지만그 일을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잊어먹는다하여예기치 못한 순간에 허망하게 다가오는 것이라서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때론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일상을 함께하거나 마음을 나누었던 사람들의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슬픔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그 무엇을 있다.

 

이 책 그대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는 "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우리 조상들의 제문과 애사묘비명과 행장들을 모았다비록 제문이라고는 하나 이승에서 저승으로 보내는 편지다보고 싶은 그리움을 토로하고 함께 했던 지난날들을 추억하며 그동안 이승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소한 일상까지도 꼼꼼하게 적어 보낸 글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람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살다 죽음을 맞이한다이런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죽을 맞이하는 마음을 대표적인 사자성어로 담아내 죽은 자를 향한 산 자의 몫을 말한다. 이 책에서는 자식부모형제,아내친구와 여기에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살아생전 자찬묘지명을 더하여 옛사람들의 마음을 살피고 있다.

 

단장지애 斷腸之哀’, ‘할반지통割半之痛’, ‘천붕지통天崩之痛’, ‘고분지탄鼓盆之嘆’, ‘백아절현伯牙絶弦’, ‘비육지탄髀肉之嘆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형제를 잃은 고통평생의 동반자인 아내를 애도하는 마음 등곁에 있어 좋았던 사람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제문을 모으고 그 제문에서 알 수 있는 사람의 마음자리에 근본을 이야기한다.

 

저자 김서윤은 슬픔에서 찾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제문이 죽은 자를 주목하여 산자의 마음을 토로한 것이기에 오로지 죽은 자 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슬픔 그 너머의 무엇을 찾고자 한다.죽은 자와의 생전 모습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그리워하는 산자에 마음에 주목하고자 한다. 은근하면서도 폐부를 파고드는 저자의 글솜씨가 좋다.

 

죽어 무엇으로 기억될까어쩌면 사람은 남은 자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방식에 의해 그 사람의 삶이 평가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더도 덜도 말고 살아온 그것으로만 기억되길 바란다.

 

차가운 겨울밤당신이 별 따라 가신지 3년째다시간이 겹으로 쌓여도 다가오지 못하는 현실감이 여전한데 언제쯤이나 내 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우연히 손에 잡은 책에서 여전히 알 수 없는 내 마음을 활자로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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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일찍 지는 것이 마당에서 함께 바라봤던 그 하늘을 보여주고 싶은 것은 아닐까.

세번째, 그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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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텁고 깊고 무거운 기운이 멈춰있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것이 사는 길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기에 애써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곧 구름 밀어낼 바람이 불 것이고 그 사이 햇살은 눈부신 본연의 빛을 발하리라. 우리 살아오고 살아갈 모습 그것과도 같이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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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지 문 사이로 스며든 달빛이 이른 잠을 깨운다. 푸르러 더 까만 밤하늘에 넉넉한 달빛이 가득하다. 새벽의 고요함이 달빛과 어우러진 모월당慕月堂 뜰을 서성이기에 충분하다.

달무리가 깊다고 벗을 청하기엔 이른 시간이기에 미안함에도 불구하고 혼자서만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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