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깽깽이풀'
다소 늦은 계절따라 노루귀 만큼이나 애를 태우던 꽃이다. 자생지를 발견하고 꽃을 관찰하면서 기록된 옛 날짜를 따라 몇번의 발걸음을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애를 태우던 곳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의외의 곳에서 무더기로 만났다. 개발을 위해 몸살을 앓고 있는 한 복판이라 다시 볼 수 있을지 반가우면서도 염려되는 마음이다.


연보라 꽃잎이 어떤 조건에서도 제 값을 한다. 햇살 받아 환하게 빛나며 설렘을 주고, 비를 맞아도 맺힌 물방울과 함께 분명한 색감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진한 꽃술과 어우러지는 색감이 최고다. 작은키에 올망졸망 모여서 나고 가늘고 긴 꽃대에 보라색 꽃을 피우며 연잎처럼 생긴 잎을 가지고 있다.


왜 깽깽이풀일까?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풀을 강아지가 뜯어먹고 환각을 일으켜 ‘깽깽’거렸다고 해서 깽깽이풀이라고 불렀다고 하고, 개미에 의해 씨앗이 옮겨지고 깨금발거리에 꽃이 핀다고 하여 깽깽이풀이라 불렀다고도 하고, 농사를 준비하는 바쁜 철에 이렇게 아름답게 피어난 모습이 마치 일 안 하고 깽깽이나 켜는 것 같다고 해서 깽깽이풀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전해지는 말이니 무엇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이쁜 꽃에 보는 이의 마음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꽃쟁이들이 찍어 올린 사진을 보면 꽃술이 노란색을 띤 것과 진한 보라색의 다른 두 종류가 보인다. 특별한 이유는 모르지만 막 피어난 꽃과 지는 꽃이 같은 꽃술의 색을 가진 것으로 보아 종류가 다른듯 하다. 간혹 흰깽깽이풀도 보인다고 한다.


야생에서 무분별한 채취로 자생지가 파괴되는 수난을 겪는 대표적인 야상화 중 하나다. 그것을 알았을까. 이곳에 다시오면 또 볼 수 있다는 듯 '안심하세요'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통통통통~. 방앗간, 아득한 기억 속 발동기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릴 것 같은 그리움이 서려있는 곳이다. 추수한 나락의 껍질을 벗기고 알곡의 표면을 깎아 눈이 부시도록 하얀 쌀을 내어 놓던 정미소다.

넓다란 들판 한가운데 자리잡은 동네를 가로지르는 길가에 여전히 건재한 모습으로 서 있는 정미소를 만났다. 하늘과 땅의 보살핌으로 농사지어 그 풍요로움을 누렸을 영화는 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나고자란 터를 지키고 있는 늙은 농군의 가슴에 있던 그자리 그대로다.

내게 정미소는 아버지를 떠올리는 몇 안되는 기억 속에 자리잡은 공간이다. 아득한 어린시절에 들었던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아버지의 손에 의해 시작된 발동기 소리따라 움직이던 정미소는 사라졌고 아버지도 다시는 볼 수 없다. 내 기억 속 그곳과 닮은 정미소를 만났다.

잊어버리지 않고 추수철이 끝나는 때를 기다려 찾아가 보리라. 통통통통~ 다시 울릴지도 모르는 발동기 소리를 떠올려 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1세기컴맹 2017-04-10 2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 여기 가본 적이 있는데 혹시 영천, 벽화마을 근방이 아닌지요?

무진無盡 2017-04-11 03:48   좋아요 0 | URL
전남 담양에 있는 곳입니다 ^^
 

'얼레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껏 멋을 부렸다. 꽃의 사명이 매개체를 유혹하여 결실을 맺는데 있다지만 독특한 자태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꽃잎을 젖힌 모습은 넋을 잃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봄 곁이 숲 숲이르다 깊숙히 들어오는 이른봄에 피는 봄꽃치고는 제법 키도 크고 꽃도 크면서도 과도한 몸짓을 하는 이유가 있을텐데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신비의 세계다.


얼레지라는 이름은 두 장의 다소 큰 잎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잎은 녹색 바탕에 자주색 무늬가 있는데, 이 무늬가 얼룩덜룩해서 얼룩취 또는 얼레지라고 부른다.


햇볕을 좋아하는 얼레지는 아침에는 꽃봉오리가 닫혀 있다가 햇볕이 들어오면 꽃잎이 벌어지는데, 불과 10분 이면 활짝 피고 오후가 가까워지면 꽃잎이 뒤로 말린다. 꽃 안쪽에는 암자색 선으로 된 'W'자 형의 무늬가 선명하게 나 있다.


가재무릇이라고도 하는 얼레지는 숲에서 홀로 고고한 자태를 한껏 뽑내는 모습에서 비롯되었는지 '질투', '바람난 여인'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밤 벚꽃놀이'
날이 적당하여 밤길을 나섰다. 한낮 더위도 가시고 춥지도 않은 밤이다. 옅은 구름이 드리운 밤하늘에 달무리 거느린 달을 벗 삼아 구비구비 섬진강을 따라 간 길이다.


꽃보다 더 많을사람들 틈바구니에 시달리는 것이 엄두가 나지않아 낮엔 꿈도 못꾸던 그 길이다. 그렇게 몇해를 망설이기만 하다 조금은 여유로울 것 같은 시간을 택해 벚꽃십리길 화계장터에서 쌍계사 가는 그 길에 들어섰다.


만개한 벚꽃과 조명이 어울리며 만들어내는 운치가 좋다. 길을 걷는 사람들 얼굴에는 미쳐 다 피지못한 벚꽃이 미소로 피어나고 있다. 꽃 빛이 사람의 가슴에 스며들어 얼굴에 미소로 피는 꽃을 보는 것, 그보다 더 큰 꽃놀이가 있을리 만무하다.


달빛 아래 모두가 꽃으로 피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겨울호랑이 2017-04-08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진님 조명과 벚꽃의 조화가 참 아름답네요^^: 멋진 사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봄이 오면'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 들녁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봄 맞으러 가야지
바구니엔 앵두와 풀꽃 가득담아
하얗고 붉은 향기가득 봄 맞으러 가야지

앵두꽃이 피기 시작했다. 김윤아의 노래 '봄이 오면'이 저절로 흥얼거려 진다. 비로소 봄 속으로 들어온 셈이다. 작은 나무에 가지 끝에서 피어 안쪽으로 꽃이 가득 피는 동안 봄은 무르익어 갈 것이다.

앵두꽃빛 닮은 하늘에 햇님이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17-04-09 1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윤아의 저 노랫말 참 좋아해요.
앵두꽃, 저렇게 가까이 처음 봅니다. 봄꽃들은 어쩜 저리 명랑할까요^^

무진無盡 2017-04-09 12:49   좋아요 1 | URL
끝에서부터 시작하여 안으로 가득 피어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