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시작하더니 내리는 폼이 멈출 기미가 없다. 봄비치곤 제법 많은 양이라서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마냥 비라서 좋다. 더욱 봄비이니 더 할 말이 없다.

사계절 다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움이지만 봄만 것도 없고, 봄 중에서도 새잎나서 푸르러가는 이 시기가 으뜸이다. 산벚꽃 하얀꽃과 초록의 어울림이 시시각각 변해가는 산허리를 보자면 신록의 예찬에 말이 필요없는 감탄이 저절로 터진다.

이미 물오른 감나무에 새싹이 돋아나 그 연하디 연한 잎에 물을 가득 품었다. 이제 막 시작된 봄 햇살에 비친 연초록의 향연을 과하다 싶은 비로 인해 못보는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그대, 잠시 눈을 들어 새잎이 전하는 봄기운 품으시길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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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붓꽃'
연분홍 진달래가 지고 산철쭉이 피기시작하면 꽃을 찾는 고개는 땅에서 눈높이를 점차 높여간다. 그럴때 아직은 아니라는듯 키는 작지만 특이한 모양으로도 강렬한 색으로도 단연코 눈을 사로잡는 꽃이 있다.


삼각형 모양에 보라색의 길다란 꽃잎에 선명한 무늬를 세기고 하늘향해 마음껏 펼쳤다. 꽃줄기 하나에 꽃이 한 송이씩 달린다. 햇살이 잘 들어오는 양지바른 곳에 주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큰 군락을 이루는 곳은 별로 없고 대부분 군데군데 모여 핀다.


붓꽃 종류 중 가장 먼저 피고 키가 가장 작기 때문에 갓 시집온 새색시처럼 귀엽고 이쁘다고 '각시붓꽃'이라 한다.


미인박명이라 했던가 봄이 가기 전 꽃과 잎이 땅에서 모두 없어지고 만다. 옮겨 심는 것을 싫어하는 품종이어서 가급적 자생지에서 피어난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좋다. 노란색의 금붓꽃과 함께 숲으로 발길을 잡아 끄는 꽃이다.


피는 모습에서 연유한 듯 '기별', '존경', '신비한 사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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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다시 그날이다.

"그대들 앞에
이런 어처구니 없음을 가능케한
우리의 모두는
우리들의 시간은, 우리들의 세월은
침묵도, 반성도 부끄러운
죄다"

*함민복의 시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의 일부다. 이 시는 "아, 이 공기,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이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아픔을 간직한 곳에 해마다 무리지어 피어난다는 피나물이 유난히 노랗다. 사람들 가슴에 꽃으로 피어나 언제나 머물러 있길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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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바람꽃'
이른 봄부터 꽃쟁이들의 가슴을 설레게하는 꽃으로 단연코 앞서는 것이 바람꽃이라는 이름이 붙은 꽃들이다. 변산바람꽃부터 시작되어 만주바람꽃, 꿩의바람꽃, 너도바람꽃에서 한숨 쉬다가 홀아비바람꽃과 남방바람꽃, 들바람꽃 등으로 다시 시작되어 꽃앓이를 하게 만든다. 발품도 팔았지만 더욱 운이 좋아 몇 종류의 바람꽃과 눈맞춤 했다.


연분홍빛이 도는 꽃잎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햇볕을 받아 그 빛이 더 선명해지는 때에 뒷모습이 특히 아름답다. 갓피어나는 꽃잎에서부터 활짝 펼친 모습까지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전라남도 구례에서 처음 발견되었다는 남방바람꽃은 순창군 회문산에서도 자생하고 있다. 2009년 국립수목원에서 발행하는 '한국 희귀 식물 목록'에 멸종 위기 식물로 등록되었으며 회문산에는 철조망에 갇혀 보호를 받으며 생태복원 중이다.


남바람꽃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국가생물종지식정보에는 남방바람꽃으로 등록되어 있다. 한적한 숲에서 피어 바람에 흔들거리는 모습에서 유래한듯 '천진난만한 여인'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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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 신영복 유고 만남, 신영복의 말과 글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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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 다시 부르는 이름신영복

여전히 글이 가지는 힘에 대해 생각한다당연히 글의 힘이란 무엇인가도 함께 따라 붙는다여기에서 주목하는 것은 누구의 글인가라는 사람이다지은이를 떠난 글이 독립적으로 힘을 가진 경우가 없진 않을 것이지만 글쓴이와 결부되었을 때 글이 가지는 힘은 배가될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고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시대의 어른으로 주목받는 이들 중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신영복이다.

 

선생님과의 첫 만남은 당연히 책을 통해서다.1988년 출간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당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며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다우선 책을 출간한 사람이 통혁당이라는 사건관련자로 20년 동안이나 옥살이를 하였다는 점과 그 과정에서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글이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내용이 담고 있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주요한 이유였다고 생각된다.

 

그로부터 오랫동안 발간되는 책을 통해 만남이 거듭될수록 글이 가지는 힘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며 곧 글을 통해 내 일상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게 되었다한 번도 직접 대면하지도 않았으면서 시대를 공감하고 삶을 꾸려 가는데 필요한 적절한 조언을 얻을 수 있는 가까운 어른과도 같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었고 작고 하진지 벌써 1년이 지났지만 그 역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는 신영복 선생(1941~2016)이 생전에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재구성하다생전에 책으로 묶이지 않은 글들을 모은 유고집이다특히 20대 청년 시절 신영복의 자취를 보여주는 글을 만나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지극히 단편적으로밖에 알 수 없었던 신영복의 성장배경이나 청년 시기에 겪었던 일상적인 이야기들은 선생님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에 충분하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강물따라 가고싶어 강으로 간다/강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넓은 세상 보고싶어 바다로 간다

 

이 노래는 쉽게 부르는 동요다하지만 신영복 선생님에게 이 노래는 그저 동요일 수는 없었다갇힌 몸으로 냇물이 흘러 강으로 바다로 가듯 감옥 담장을 넘어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을 심정이 짐작케 하는 노래다이처럼 노래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얼굴을 위하여라는 200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중앙일보에 발표한 글처럼 시대를 뛰어 넘어 세상을 보는 혜안을 담고 있다.

 

긴 겨울 광장에서 촛불로 이뤄낸 국민의 힘으로 나라와 국민을 대표할 대통령을 뽑는 선거기간이다여전히 혼란스러운 이때 신영복 선생님이 생존에 계신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무엇을 어떻게 판단하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지 선생님의 글을 통해 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017년 우리 모두는 어른이 그리운 시대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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