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판나물'
때론 예상을 빗나가는 모습으로 꽃을 피우는 식물들을 만나면 호기심이 발동하기 마련이다. 그런 호기심이 또다른 눈맞춤을 기대하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튼실한 꽃대와 넉넉해보이는 잎과는 상관되는 인상이다. 보통의 꽃들이 매개체를 유인하기 위해 위로 활짝피는 것과는 다른 모습에서 더 주목 받는다. 수줍게 고개숙인 모습이 세월의 무게를 담담하게 받아들인 원숙한 여인이 너그러움 그것과 비슷해 보인다.


윤판나물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지리산 주변에서는 귀틀집을 윤판집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식물의 꽃받침이 마치 윤판집의 지붕을 닮아서 윤판나물이라고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봄의 숲에서 잘 어울리는 색감을 가졌기에 눈여겨 보게되는 식물 중 하나다. 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아 식용이 가능하다고는 하나 독성이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식물이라고 한다.


전체적 모양이 둥굴레나 애기나리하고도 비슷하다. 대애기나리, 큰가지애기나리라고도 하는 윤판나물은 고개숙여 꽃을 피운는 모습에서 전해지는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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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는 기준은 지극히 개인적일 수밖에 없지만 때론 다른 시각으로 접하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흥미를 유발시키에 충분하다. 

호불호는 있다. 어느 분야로 손이 먼저 갈까. 책을 나눠주신 고운마음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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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꽃을 꽂아 놓는 데는 각각 알맞은 곳이 있다. 매화는 한 겨울에도 굴하지 않으니 그 매화꽃을 몇 바퀴 돌면 시상詩想이 떠오르고, 살구꽃杏花은 봄에 아리땁게 피니 화장대에 가장 알맞고, 배꽃에 비가 내리면 봄 처녀의 간장이 녹고, 연꽃이 바람을 만나면 붉은 꽃잎이 벌어지고, 해당화海棠花와 도화桃花, 이화梨花는 화려한 연석宴席에서 아리따움을 다투고, 목단牧丹과 작약芍藥은 가무歌舞하는 자리에 어울리고, 꽃다운 계수나무 한 가지는 웃음을 짓기에 충분하고, 그윽한 난초 한 묶음은 이별하는 사람에게 줄 만하다. 비슷한 것을 이끌어 실정實定에 전용轉用하면 맞는 취향趣向이 많다.


*허균(許筠, 1569~1618)의 '성소부부고'에 등장하는 글이다. 무엇이든 저마다의 조건과 준비 정도에 따라 어울리는 때와 장소가 있기 마련이다. 꽃도 이럴진데 하물며 사람은 말해 무엇할까.


바라볼 때마다 가슴에 온기가 전해지며 위안받는 사람이 있다. 바라볼 때마다 슬픔이 묻어나 가슴이 애잔해 지는 사람이 있다. 바라볼 때마다 피하고만 싶은 불길함을 전해주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지닌 인품으로 인해 저절로 전해지는 그 사람의 빛과 향기가 있다는 말이다.


한 나라를 책임지는 대통령이라는 자리 역시 마찬가지다. 저마다 다른 역할이 보이는데 억지를 부린 결과로 인해 그 아픔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았다. 스스로 제 몫을 모른다면 꽃을 선택하여 실정實定에 전용轉用하듯 권력의 주인이 제 몫을 다하는 것이 올바름일 것이다.


이번엔 어떤 선택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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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뜰을 마련하고 고르고 골라 나무를 심었다. 여러 나무들 중에서 특별히 마음을 더 쓴 나무가 회화나무와 이팝나무다. 무럭무럭 성장하여 어느덧 그 나무의 생애 첫 꽃을 피웠다. 다소 엉성하지만 첫 꽃을 피워낸 그 생명의 힘을 아침이면 나무 곁에 서서 가만히 떠올려 본다.


어느 5월, 어버이날 무렵 고향집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전남 화순읍내의 가로수로 만났던 여리디여린 순백의 이팝나무 꽃이 내내 가슴에 남았었는지도 모른다. 고향과 부모님을 향한 어쩌지 못하는 무거운 심사가 그 꽃에 투영되었으리라 짐작만 한다. 그것이 이팝나무를 뜰의 중앙에 심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李씨의 밥'이란 의미로 조선왕조 시대에는 벼슬을 해야 비로소 이씨인 임금이 내리는 흰쌀밥을 먹을 수 있다 하여 쌀밥을 '이밥'이라고 했던 것에서 유래했던, '입하立夏' 때 핀다는 의미로 '입하나무'로 불리다가 '이팝나무'로 변한 것인지와는 상관없이 나는 이팝나무에 담긴 정서에서 애잔함을 읽는다.


'꽃이 많이 피고 오래가는' 정도에 따라 한해 농사를 예측했다는 나무의 꽃이 하얀 쌀밥으로 보였다는 것이 풍성하게 핀 꽃을 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천연기념물 307호로 지정된 경남 김해시 주촌면 천곡리 신천리에 있는 이팝나무 곁에 서 보고 싶은 마음이다.


쌀밥을 알지 못하는 서양인의 눈에는 눈꽃나무로 보였다고 하는 아팝나무는 '영원한 사랑', '자기 향상'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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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이틀 하늘은 제 빛을 잃어버렸다. 그 하늘아래 무엇인들 제빛을 온전히 나타낼 수 있을까. 찬란한 5월의 푸르름은 파아란 하늘빛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싶은 것이라면 이제 황사에 갇힌 하늘은 멈춰도 될 것이다. 귀찮기만하던 어제의 바람도 멈춰버린 오늘은 숨쉬기 조차 버겁다.

저 숲에 들어 가뿐숨 몰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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