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무거위보이는 구름이 하늘 가득이다. 덕분에 차분하게 하루를 맞이한다. 

들고나는 대문 담장에 핀 능소화 꽃의 흔적이 그대로 남았다. 곧추세운 꽃자루가 하늘을 향해 마음껏 기지개를 편다. 하늘의 기운을 가득 담아 내년을 기약이라도 하는듯 간절함이 담겼다.

너에게 묻는다

꽃이 대충 피더냐.
이 세상에 대충 피는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소리 내며 피더냐.
이 세상에 시끄러운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어떻게 생겼더냐.
이 세상에 똑같은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모두 아름답더냐.
이 세상에 아프지 않은 꽃은 하나도 없다.
그 꽃들이 언제 피고 지더냐.
이 세상의 모든 꽃은 
언제나 최초로 피고 최후로 진다.

*이산하 시인의 시다.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을 치루듯 뜰에 핀 꽃들과 눈맞춤하는동안 스스로에게 묻는 그 마음자리와 닮았다.

꽃이 대충 피더냐
오늘 하루가 꽃마음이겠다.
시인의 마음을 빌려와 나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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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잔대'
여름이면 해마다 빼놓치 않고 찾아가는 곳 중 하나가 지리산 노고단이다. 성삼재에서 출발하여 쉬엄쉬엄 꽃들과 눈맞춤 하는동안 언제 올랐는지 모르게 돌탑을 쌓아 놓은 곳에서 동쪽으로 눈을 돌려 천왕봉을 바라보고 있다. 그곳을 오르는 동안 곳곳에서 만나는 식물 중 하나다.


불쑥 솟아 올라 층층이 꽃을 피웠다. 길다란 종모양도 눈에 들지만 삐쭉 삐져나온 꽃술이 특이하다. 돌려나며 피는 꽃이 층을 이루는 것으로부터 이름을 얻었다.


'백 가지 독을 풀 수 있는 것은 오직 잔대뿐'이라며 예로부터 인삼, 현삼, 단삼, 고삼과 함께 5가지 삼 중 하나로 꼽을 만큼 귀한 약재로 사용되어온 식물이라고 한다.


잔대, 왕잔대, 진퍼리잔대, 흰잔대, 톱잔대, 털잔대, 층층잔대, 숫잔대, 두메잔대, 당잔대, 넓은잔대 등 50여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 모든 것을 구분한다는 것이 내겐 요원해 보인다.


'백 가지 독을 풀 수 있다'는 것으로 부터 얻은 것인지 '감사'와 '은혜'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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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에서
김훈 지음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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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만 낯선 시간으로의 여행

글은 작가를 담아내고 작가는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를 반영한다동시대를 담아내는 작가와 작품은 그 진정성과 방향에 의해 이를 공감하는 독자들과 소통하게 된다하여작가는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정서를 대변하고 이를 표현하기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그런 의미에서 작가 김훈을 주목한다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알고 필요할 때 필요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며그 모습이 작품 속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자전거 여행풍경과 상처현의노래칼의 노래남한 선성 등으로 만났던 김훈의 작품은 무엇이든지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하지만이번 작품 공터에서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미루기만을 반복하다 이제야 손에 들었다왜 그런 것인지 이유는 모른다책에 대한 어떤 이야기일지라도 애써 귀를 닫았고 이제 막상 손에 들었지만 아직 표지도 열어보지 못했으니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다세상을 향해 가슴을 열어 두며 때를 놓치지 않고 지성인의 목소리 냈던 김훈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 참이다.

 

마씨馬氏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 마동수와 그의 삶을 바라보며 성장한 아들 마차세로 이어지는 가족사를 통해 역사의 굴곡이 한 가정과 사람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담담하게 그려간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있었고 또 있을 법한 이야기다애써 과장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축소하거나 외면하지도 않는다강물이 도도하게 흘러가는 것과 같이 역사의 구비마다 겪게 되는 부침을 받아드리면서 삶을 지속하기 위해 일상을 살아왔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그 중심에 가족이 있다아버지와 어머니,부모와 자식형과 내가 전통사회의 가족과는 사뭇 다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어쩌면 우리 사회의 단면을 확인하는 과정이 아닌가도 싶다.

 

시간을 거슬러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무렵부터 시작된 이야기다일제강점기해방, 6.25, 4.19, 5.16, 5.18, 6.10 굵직한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조차 힘겨웠던 나날들이 이어지는 격동의 시간이었다그 시간을 관통하는 이야기의 흐름이 지극히 단조롭고 건조하게 이어진다무성영화를 보듯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구경꾼으로 곁눈질하는 듯 이야기 흐름에 감정이입하는데 커다란 장벽이 있는 듯하다.

 

세상을 무섭고달아날 수 없는 곳이었다그것처럼 누구도 비켜설 수 없는 이야기지만 막상 마주대하기에 선 듯 용기를 낼 수 없는 이중성으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를 가둬버린 것은 아닐까그 막연함이 텅 비어버린 공간 속에 홀로 존재하기에 버거운 그것과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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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다. 숲에 드는 날에는 어김없이 나무에 주목한다. 특별하게 골라서 보는 나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주목하는 나무의 기준은 있다. 그 첫째가 수령이다. 땅에 발붙이고 한 자리에서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나무를 보면 한순간 모든 것을 멈추고 나무곁을 조심스럽게 탐문한다. 시간을 겹으로 쌓아온 나무의 품에서 풍기는 기품을 살피며 그에 걸맞는 수피와 가지의 모양, 상처의 흔적, 밑둥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한다.


그보다 더 정성을 들이는 것은 나무를 만지며 전해지는 온도를 느끼고 두팔벌려 껴안아 품으로 전해지는 무게를 짐작하는 일이다. 나무 껍질의 딱딱함의 정도와 일정한 온도가 전해주는 안정감을 확인하면서 품으로 전해지는 시간의 무게를 담고자 한다. 나만의 일정한 의식을 치루고 나면 나무 곁에 앉아 숲의 소리를 듣는다.


"나무는 덕德을 지녔다. 나무는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을 안다. 나무는 태어난 것을 탓하지 아니하고, 왜 여기 놓이고 저기 놓이지 않았는가를 말하지 아니한다. 등성이에 서면 햇살이 따사로울까, 골짜기에 내려서면 물이 좋을까 하여, 새로운 자리를 엿보는 일이 없다. 물과 흙과 태양의 아들로, 물과 흙과 태양이 주는 대로 받고, 후박厚薄과 불만족不滿足을 말하지 아니한다. 이웃 친구의 처지에 눈떠 보는 일도 없다.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스스로 족하고, 진달래는 진달래대로 스스로 족하다."


*이양하의 '나무'라는 글의 첫단락이다. 나무를 주제로 한 글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글이다. 나도향의 '그믐달', 박지원의 '호곡장好哭場론, '사장士章 애사哀辭'와 함께 생각날 때마다 찾아 읽는 글이다.


이양하는 이 글의 마지막 문장에서 죽어 나무로 태어나고 싶다고 했다. "불교의 소위 윤회설輪廻說이 참말이라면, 나는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다. '무슨 나무가 될까?' 이미 나무를 뜻하였으니, 진달래가 될까 소나무가 될까는 가리지 않으련다." 그 마음은 충분히 잠작하고도 남는다.


그렇더라도 나는 나무처럼 평생을 발이 묶인채로 살아갈 자신이 없다. 나무의 성가진 친구가 되는 새나 바람으로 사는 것도 탐탁치 않다. 때를 놓치지 않고 찾아와 빙그레 웃어주는 달이면 좋겠는데 그건 욕심이 과한듯 싶어 입 밖으로 내는 것은 주저한다. 하여, 가만히 속으로 읊조려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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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꾹나리'
불갑사 가는 길 가장자리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길을 가다 이 꽃을 처음 만난날 우뚝 선 발걸음은 좀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세상에 같은 꽃 하나도 없지만 어찌 이렇게 독특한 모양을 갖게 되었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한동안 널 다시 보기위해 숲을 다니면서 언제나 새로운 느낌으로 눈맞춤 한다. 올해는 유독 무더운 여름이어서 그런지 잎과 꽃이 온전하게 자란 것을 만나기 힘들었다. 안개 속 백아산 산행에서 비교적 온전한 꽃이 무리지어 있어 반가웠다. 햇볕과 습도도 넘치지 않은 반 그늘에서 자란다.


뻐꾹나리는 이름이 특이하다. 모양의 독특함 뿐만 아니라 색도 특이하다. 이 색이 여름철새인 뻐꾸기의 앞가슴 쪽 무늬와 닮았다고 해서 뻐꾹나리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뻑꾹나리라고도 부른다. 한번 보면 절대로 잊지못할 것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원히 당신의 것'이라는 꽃말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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