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소나무 조각에 모양을 냈다. 옹이로 인해 구멍이 생긴 곳을 이용하고자 했다. 거친 나무 결이 그대로 드러나 눈으로 보는 맛도 좋지만 만지면 닿는 느낌이 더 좋다.

사람들과 공간과 시간을 나누고자 문을 열었다. 들고나는 곳에 주인이 자리를 비웠다는 것을 알리고자 걸어둘 알림판이 필요하다. 적당한 글귀를 세겨 대문에 걸어 귀한 걸음을 한 이의 마음에 미안함을 전하고자 한다.

쓸까, 세길까. 아직 정해진 바가 없으나 자주보고 눈에 익힌다면 어울리는 무슨 방법이 떠오를 것이라 짐작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느긋하게 바라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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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장풀'
익숙한 것엔 눈길이 뜸하기 마련일까. 건성으로 봐 온 것이 때론 대상이 가진 본래의 멋과 맛을 놓치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무엇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진다는 것을 경험하면 허투로 대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길가 풀숲이나 닭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뚜렷한 꽃잎과 꽃술의 조화가 어우러져 근사한 자태를 만들어 낸다. 주변과 대비되는 색의 조합 또한 특징 중 하나다. 포에 쌓여있는 꽃은 크고 둥글며 파란색의 위쪽의 2장과 작고 흰색을 띠는 아래쪽의 1장으로 핀다. 드물게 하연색으로만 피는 꽃도 보인다.


닭의장풀이라는 이름은 닭장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꽃잎의 모양이 닭 벼슬을 닮아서 닭의장풀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달개비라고도 한다.


아침에 꽃이 피었다가 해가 저물면 지는 하루살이 운명이다. 이런 가련함을 가지고 태어난 꽃에 사람들은 얄궂게도 '순간의 즐거움'이라는 꽃말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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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경림
이경자 지음 / 사람이야기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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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시와 삶을 오롯이 들여다 보다

신경림, '농무'로 기억되는 신경림 시인은 그 시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서로를 연결 지을 수 있는 것은 순전히 학교교육의 혜택(?)이다계절도 내 삶의 시간도 가을의 문턱 즈음에서 '산다는 것'에 주목하는 때에 오롯이 '시인 신경림'을 만나는 의식을 치루 듯 시인의 시를 찾아본다.

 

첫 시집 농무(1973이후 새재(1979),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1998), 낙타(2008) 등 다 수의 시집을 출간했으며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한 시인으로 동시대의 사회적 요구에 때를 놓치지 않고 바른 목소리를 내 온 시인이자 시단의 어른이며 시대가 필요로 한 지식인이다.

 

이 책 시인 신경림은 연작소설집 절반의 실패’ 이후 그 매듭은 누가 풀까’, ‘순이’ 등의 작품과 산문집 딸아너는 절반의 실패도 하지 마라’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이경자의 눈으로 본 시인 신경림에 대한 이야기다.

 

시인 신경림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림을 그려가듯 펼쳐놓고 있다할아버지의 커다란 보호막 아래 살았던 유년기학교 진학과 문학 그 틈바구니 속에서 꿈꿔가던 문학도 시절경제적 몰락으로 가족의 파괴와 더불어 장남으로 가족의 힘겨운 생활을 책임져야 했던 중 장년기를 거쳐 정기적으로 산을 오르며 묵묵히 삶을 꾸려가는 노인의 일상인 현재까지 시인의 삶을 7가지 테마로 나누고 이를 통해 삶과 문학세계를 담담하게 그려가고 있다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간 중간 싱니의 대표적인 시와 함께 시가 탄생한 배경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섬세한 이야기를 통해 시인 신경림의 시와 삶을 한꺼번에 들여다보는 맛이 보통이 아니다.

 

작가 이경자의 시각으로 신경림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이 글은 사람의 삶을 돌아본다는 것그것도 살아 있는 사람을 다른 이의 눈으로 살핀다는 것이 가지는 무게를 상쇠하고도 남을 만큼 글이 가지는 힘이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흐른다묵직한 삶의 이야기지만 멈춤이나 거부감이 아니라 글이 진행되어 감에 따라 가슴에 따스함으로 저절로 스며들게 하는 힘을 가졌다이것으로 인해 시인 신경림에 대해 한발 더 나아간 이해를이 이야기를 펼쳐가는 작가 이경자의 글맛까지를 동시에 알아가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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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사는 생명이 뭍에 살았었던 생명에 깃들어 뭍으로 올랐다. 어디서 무엇으로 존재하든 바라보는 마음에 의해 삶과 죽음이 갈리는 것이기에 이제 영생을 얻은 것이리라.


섬진강을 코 앞에 두고 자동차길과 기찻길의 사이에 끼어 둥지를 틀었다. 물길, 차동차길, 기찻길과 함께 나란히 길 위에 선 것이다. 이 모든 길이 땅을 딛고 사는 운명인지라 길 위의 인생이라고 할 사람이 제 자리를 잡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혼이 자유로운 이의 마음이 바람 길 위에 있으니 비로소 모든 길은 이곳 '푸른낙타'로 이어지겠다.


'푸른낙타'를 벗삼아 지구별을 여행하는 이가 벽조목霹棗木으로 만들었다. 요사妖邪한 기운을 물리친다 하니 '푸른낙타'가 없는 나는 이제 영생을 얻는 물고기와 벗을 삼고자 한다.


물길을 벗어나 뭍길에 오른 물고기 한마리가 벗으로 내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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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노랑이, 서양벌노랑이'
새로난 국도변 유난히 노오란 꽃이 눈을 사로잡는다. 혹시나 하고 한적한 갓길에 차를 멈추고 조심스런 첫대면을 한다. 사진으로 눈에 익혀둔 이미지라 낯설지 않게 이름을 부를 수 있다.


샛노랗게 핀 꽃이 콩과식물들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햇볕을 반갑게 맞이하듯 더 찬란하게 빛난다. 거의 똑같은 모양으로 피는 '서양벌노랑이'가 있는데 '벌노랑이'와 구분이 쉽지 않다. 모여피는 꽃의 갯수로 구분한다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벌노랑이라는 이름은 노랑이에서는 꽃의 색깔을 벌은 꽃이 벌을 닮았다는 것에서 유래된듯 하다. 벌의 뒷모습이 언듯 닮아 보이기도 하지만 나비를 더 쉽게 연상하게 된다.


푸른 풀 사이에서 유난히 돋보이며 주목받는 벌노랑이는 노랑돌콩이라고도 한다. '다시 만날 때까지'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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