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와 많은 눈을 예보하는 것에 걸맞게 바람 끝에 차가움이 더해진다. 그 틈에 잠깐씩 나타나는 볕에 의지해 매화 나무 근처를 서성인다.


아직 매화 피었다는 소식은 없지만, 성급하게 그 자취를 찾아 나선 것이다. 탐매의 성급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가지 끝에 겨우 꽃몽우리를 맺었다. 앞으로 몇번의 추위와 눈보라를 더 견뎌야 잘 여물어 벙그러지는 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여, 눈과 매서운 한파에 단련된 향기는 깊고 그윽하다. 이 향기기 탐매에 나서는 이들의 공통된 관심사 중 하나다.


'탐매', 기다림의 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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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나무'
매혹적아 붉은 색의 꽃이 피는 날이면 늦봄에서 여름의 강렬한 기운을 느끼게 된다. 열매의 알맹이와 꽃의 그 붉음 그리고 한겨울 말라가는 열매의 껍질이 서로 닮았다.


나무는 제법 오랜시간을 쌓았다. 나무만 보고서는 이름 불러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을까. 말라버린 열매를 떨구지 못하고 있다. 그 열매 위에 서리도 눈도 앉았다가 온 곳으로 간다. 늙은 나무는 더이상 많은 꽃을 피우지 못하지만 피는 꽃은 그 어느 나무보다 곱다. 꽃피는 때면 그 밑을 서성이게 하는 나무다.


한국에는 이란에서 중국을 거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1400년대에 쓰인 양화소록 養花小錄에 석류를 화목9품 중 제3품에 속하는 것으로 쓴 기록이 있는 점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재배된 것으로 추정된다.


석류나무 꽃의 아름다움은 오늘날 우리가 흔히 뭇 남성 속의 한 여인을 말할 때 쓰는 '홍일점'의 어원이라고 한다. '원숙미', '자손번영'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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形解 진고개 신과의 문답


"내 자네에게 한번 물어보겠네. 나는 흙을 몸으로 삼고 물을 쓰임으로 삼고 있는데, 자네는 나를 흙이라 부르겠나? 아니면 물이라 부르겠나? 흙의 성질은 고요하고 물의 성질은 움직이니 나는 고요함과 움직임의 기회를 타야하나? 흙의 바탕은 무겁고 물의 바탕은 가벼우니 나는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 처해야 하나? 흙의 덕은 굳세고 물의 덕은 부드러우니 나는 굳셈과 부드러움의 중용을 취해야 하나? 흙빛은 흐리고 물빛는 맑으니 나는 맑음과 흐림이 나뉜 곳에 처해야 하나?


큰 덩어리는 감싸 안을 수 없고 가는 흙은 갈 수 없네. 한 움큼도 적다 할 수 없고 큰 덩어리도 많다 할 수 없지. 섞이거나 가라앉으며 때에 맞춰 나아가며, 깔끔하고 담박하여 하나의 이치를 안고서 편안함을 누리네. 만 가지 형상이 뒤엉켜 있어도 나는 홀로 그칠 곳을 알고, 온 세상이 맑고 높은 데에 머물고자 해도 나는 홀로 누추한 곳에 사네. 오로지 그대만이 변변찮아 내 질박함을 편안히 여기니 그대가 세상을 마칠 때까지 서로 보살피며 싫증내지 않도록 하세."


*한국산문선 7권 '코끼리 보고서' 홍양호(1724~1802)의 글 형해形解에 나오는 대목이다. 진흙길 고개인 진고개에 집을 짓고 사는 주인과 진고개 토지신과의 가상 대화다.


진흙泥을 구성하는 요소를 들어 진흙을 어떻게 치장하여 부를지에 대한 주인의 제안에 답하는 토지신의 이야기가 의미심장하다. 온갖 치장하는 말을 버리고 도공의 손에 의해 수많은 종류의 그릇으로 변신하면서 그릇에 걸맞는 직분을 묵묵히 수행한 뒤 다시 흙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누구나 무엇으로든 자신을 돋보이게 치장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간혹, 이런 노력이 부질없다는 생각에 이를 때가 있다. 무엇을 나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토우는 무월리 송일근 선생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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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분의 부음訃音을 접한다.

황병기
국악 연주가
1936~2018, 향년 81세

선생님이 남기신 귀한 마음이 족적마다 두고두고 깊은 향기로 피어오를 것이다. 그분이 남기신 '소엽산방'을 가슴에 담고 '침향무沈香舞'를 대신 올린다.


황병기(Hwang Byung-ki) - 가야금 <침향무(沈香舞)>(Gayageum <Chimhyangmoo>), 국악한마당(Gugak Hanmadang) 20150912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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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愚民)ngs01 2018-01-31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시_읽는_하루


그대 앞에 봄이 있다


우리 살아 가는 일 속에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 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김종해의 시 '그대 앞에 봄이 있다'다. 꽁꽁 언 한겨울인듯 싶어도 어느 사이 봄이 코 앞에 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농가찻집_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전남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또가원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http://blog.naver.com/beesil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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