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나무'
겨울을 닮은 나무가 뭘까. 춥고 헐벗었지만 날까로운 가시로 단단하게 무장한 것이 찬바람에 눈보라치는 겨울과 닮았다. 고스란히 민낯을 보여준다지만 어디 보이는게 전부랴.


커다란 잎사귀를 떨구면서 이미 준비를 시작한 새순을 노리는 생명들이 많다. 그중에 가장 난폭하고 무자비한 것이 사람이다. 쌉쌀하고 달콤하면서 부드럽게 씹히는 맛 때문에 아는 사람들은 놓치지 않은 봄맛이다.


나무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단연코 가시다. 감히 범접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한다지만 그것도 어릴 때만 갖는다. 생존이 걸린 문제지만 성장한 후엔 여유롭기도 하다.


사는 마을 어느집 담장을 따라 제법 굵은 나무 여러 그루가 있다. 험상궂은 가시가 돋아 있는 음나무 가지는 시각적으로 귀신이 싫어한다고 생각한 것인지 벽사의 의미를 두어 담장에 많이 심었다고 한다. 몸통에서 새순까지 사람들의 삶에 깊숙히 관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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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필 무렵 당신을 보내고
이춘기 지음, 이복규 엮음 / 학지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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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리움일까

시린 겨울이면 아버지를 떠올린다어느 겨울 새벽 유난히 별이 밝았던 날 먼 여행을 떠나신 그 겨울이다가난한 농촌 집안의 장남으로 때어나 땅을 일구며 일가를 이루시기까지 말로 다하지 못할 일상을 한국 현대사와도 그 맥을 같이 한다아버지 세대들이 고스란히 겪었을 그 모든 것과 무관하지 않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다른 한 사람을 만났다전리북도 지금의 익산 지역에서 복숭아 농사를 지으며 살다 간 이춘기(1906~1991) 옹이 그분이다이 책 목련꽃 필 무렵 당신을 보내고’ 는 이춘기옹의 일기다. 1961년부터 1990년까지 30년 세월이 하루도 빠짐없이 담겨있다.

 

농촌지역에서 과수농사를 지으며 어려운 경제활동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래왔듯 자식 교육에 매진하여 아버지와는 다른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곳곳에 담겼다아내를 먼저 보내고 겪게 되는 일상의 어려움과 주변 사람들의 강압에 못 이겨 재혼하고 다시 파혼하는 과정을 비롯하여 한 농촌 가정이 겪을 수 있는 대부분의 일이 기록되어 있다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린 일꾼이나 품앗이를 비롯한 농촌지역의 공동체문화를 비롯하여 전라북도 익산 지역의 생활문화가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전쟁을 비롯한 굵직했던 현대사의 한 흐름 속에서 한 개인이나 농촌 지역사회가 공통으로 감당해야할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한 시대를 아우르는 생활문화 전반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한 개인의 이와 같은 기록이 갖는 가치는 무엇보다 크다앞선 시대인 조선의 선비들의 개인적 기록이 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대정신을 반영한 삶의 지혜를 전해주듯 목련꽃 필 무렵 당신을 보내고로 정리된 이 일상의 기록 역시 그와 같은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시대상을 반영하고 한 시대의 생활방식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민속을 증거 할 자료로도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어 그 가치는 더 높아진다고 본다.한 개인의 지극히 사소한 기록이 가지는 가치를 재발견 하는 시간이다.

 

1938년 생이셨던 내 아버지보다 한 세대 앞선 사람이 몸으로 그려온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일기다나와는 다른 세대의 이야기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로 이어지던 기억 속 농촌의 모습과 다르지 않으며내 기억 속 아버지의 삶과도 다르지 않다다른 이의 기록에서 아버지를 떠올리는 것은 같은 시대를 살았던 공감대의 발로이리라.

 

한국 땅에서 태어나 머나먼 타국에서 삶을 마감한 일상을 따라가는 것이 앞선 세대에 대한 채무의식을 가진 사람에게 감당하기에 버거운 무게로 다가온다이춘기 옹의 삶에 비추어 보며 자꾸 반복해서 먼 하늘을 바라보는 것어쩌면 그리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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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온 그 바다에 섰다. 
맨살 드러낸 뻘밭에 바닷물이 든다. 얼어 터져버린 바다도 제 속살을 붙잡고 기꺼이 울부짖는다. 바다의 서러움이 온전히 이해되는 계절이 겨울임을 와온 바다에 와서야 비로소 알게된다.


"새벽이면
아홉마리의 순금빛 용이
인간의 마을과 바다를 껴안고 날아오르는 것을 보았다"


*"달은 이곳에 와 첫 치마폭을 푼다"는 곽재구의 시 '와온 바다'의 마지막은 인간의 마을과 바다를 껴안고 용이 날아오른다고 했다.


그 아홉마리 용이 깃든 곳이 뻘밭 한가운데 외로이 박혀 있는 솔섬은 아닐까. 얼음이 터져버린 갯뻘에 발을 딛고 솔섬으로 향하는 마음을 애써 붙잡는다. 아지랑이 피어오를 봄날에 다시 이곳에 와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뻘배라도 빌려타고 그 품에 들고 싶다.


두번째 만난 와온 바다는 울부짖으며 겨울을 건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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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분분, 많지도 않은 눈이 바람따라 천지분간을 못하고 아래로 위로 마구잡이로 떠다닌다. 차가운 기온 덕분에 그나마 흔적은 곱게 남았다.


제주도를 비롯하여 섬진강가 어느 마을 언저리에도 올 해 첫 매화 피었다는 소식이다. 조만간 이곳에 매화 향기가 오늘 내리던 눈처럼 난분분할 날도 머지 않았다.


바람이 자자들며 볕에 나니 쌓였던 눈이 시나브로 사라진다. 이 좋은 볕의 분위기로 봐선 영낙없이 매화와 짝을 이룰 춘설로 봐도 좋을듯 싶다.


"매화 옛 등걸에 춘절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문득, 옛여인 '매화'가 남긴 '매화사梅花詞'가 머리 속에 난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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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남도국악원 브랜드 공연


운림산방 
구름으로 그린 숲


2018. 2. 2(금) 오후 7시 30분, 2. 3(토) 오후 3시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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