飮茶之法은 客衆則喧이니 喧則雅趣索然이라 獨日神이요 二客日勝이요 三四日趣요 五六日泛이요 七八日施也니라


차를 마시는 법은 한 자리에 차 마시는 손님이 많으면 주위가 소란스러우니, 소란하면 고상함을 찾을 수 없다. 홀로 마시면 신神이요, 둘이 마시면 승勝이요, 서넛은 취미요, 대여섯은 덤덤할 뿐이요, 칠팔 인은 그저 나누어 마시는 것이다.


*동다송東茶頌의 한 구절이다. 동다송은 조선 후기 승려 초의草衣가 다도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우리나라 차에 대하여 송頌 형식으로 지은 책이다. 모두 31송으로 되어 있고, 송마다 옛사람들의 차에 관한 설이나 시 등을 인용하여 주를 붙였다.


첩첩산골 길이 끝나는 마지막 분지에 둥지를 틀었다. 주인은 자연 속에 잘 어우러진 터전에서 도자기를 굽는다. 그곳에 둥지를 튼 이의 다실에 붙은 동다송이다. 번잡함을 피한 곳이라 굳이 사람을 청하지는 않으나 오는 이를 막아서지도 않아 보인다. 주인장의 익숙하게 차를 우려내는 모습에서 차향이 배인 단정함이 묻어난다.


언젠가 주인이 자리를 비운 그곳에 앉아 나 스스로를 위한 차를 우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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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섬으로 가다 - 열두 달 남이섬 나무 여행기
김선미 지음 / 나미북스(여성신문사)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사계절 나무를 찾아간 사람이야기

숲에 든다사계절 열두 달을 같은 곳에 들어 식생의 변화를 살핀다계절에 따라 변하는 숲은 한순간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며 마법과도 같은 생명의 힘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뿌리내리고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들이 보여주는 변화로 시기를 알 수 있고 다음에 벌어질 상황을 미리 짐작할 수도 있다매번 같은 숲을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전히 나무는 매력적이다한겨울 나무의 민낯을 보면 나무의 사계절이 보인다새 잎이 나서 푸르러 단풍이 들고 낙엽 지는 생의 짧은 주기를 한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다사람보다 긴 세월을 살지만 1년 주기로 사계절의 변화를 확인하는 매력이 있다나무에 주목하여 사계절을 함께 지내는 것이 주는 흥미로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이다.

 

그 나무에 관한 내용이다남이섬은 강원도 춘천 북한강 가운데 자리한 섬이다남이섬은 수목원이 아니지만 메타세쿼이아전나무왕벚나무은행나무잣나무튤립나무자작나무중국굴피나무산딸나무 등220여 종의 나무가 숲을 이룬다숲은 1960년대부터 모래땅에 나무를 심어 가꾼 결과라고 한다.

 

나무 여행자 김선미의 남이섬으로 나무 여행의 결과물이 이 책으로 엮였다입춘 무렵부터 대한 즈음까지 매달 사나흘밤낮으로 나뭇길을 걷고 숲속을 떠돌며 나무와 무언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깊은 사색에 빠져든 이야기다같은 길을 시간을 달리해서 찾고 유심히 바라보며 걷는 동안 나무가 보여주는 신비로운 변화를 확인한다.

 

소나무참죽나무와 가죽나무가래나무모감주나무산딸나무와 미국산딸나무버드나무산수유와 생강나무비자나무와 개비자나무수국불두화백당나무이팝나무자귀나무자작나무목련쪽동백튤립나무히어리 등의 나무가 등장한다대부분 알고 있고 구분할 수 있는 나무라 저자의 이야기가 한결 친근하게 다가온다.

 

알 수 없었던 나무의 이름을 알게 되는 재미와 그 이름을 알고 난 후 한층 가깝게 보이는 나무를 만나 교감하는 이야기다다른 장소로 옮겨 심는 나무먼 곳으로부터 남이섬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온 나무의 사연그런 나무를 심고 가꾸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양념처럼 곁들여진다이 책에서 김선미의 의미 있는 행보는 시간을 달리해 같은 곳을 반복해서 방문하고 그곳의 나무를 살핀다는 점이다그 의미 있는 행동이 주는 변화는 바로 관찰자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나무는 남이섬이나 깊은 산숲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사람이 사는 어느 곳이든 크고 작은 수많은 나무들이 함께 산다한번 보고 마는 나무보다는 늘 가까이 두고 자주 눈맞춤할 수 있는 나무 하나를 두고 사계절을 함께 지내다보면 나무가 전하는 계절별 인사를 통해 내 일상을 돌아보게 된다이처럼 이 책이 내 옆 나무에게 눈길 주며 인사 나누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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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 곱디고운 새색시 얼굴에 피어나는 수줍은 미소처럼 눈이 내린다. 입춘이 코 앞이라 새벽에 내리는 눈은 춘설임에 틀림 없다. 저만치 오는 봄을 버선발로 마중하는 내 반가움의 표현이리라.


눈을 마중하는 의식을 치르듯 까치발로 토방을 내려서 디딤돌 밟고 살포시 대문을 연다. 골목길에 내려앉아 반짝이는 눈을 마주한다. 아까워 차마 발자국도 남길 수 없어 가만히 돌아서고 만다.


황병기님의 춘설이 함께하는 고요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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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맞춤이다. 향하는 눈은 산을 넘어오는 해에 있지만 주목하는 것은 잠깐 피는 꽃에 있다. 긴 밤의 찬기운과 서리가 만든 마음의 절정을 같은 시간을 꼬박 채운 내 마음이 만나 이뤄가는 눈맞춤으로 성글게 내린 서리가 새로운 꽃을 피웠다.


그대와 나의 눈맞춤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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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福壽草'
겨울 끝자락에 잦은 눈이 싫지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먼데서 들려오는 꽃 피었다는 소식에 자꾸 먼데로 가는 마음을 눈이 내려 애써 다독인 까닭이었다.


꽃 보니 욕심이 저절로 생긴다. '설련화', '얼음새꽃'이라는 이름에 맞게 눈 속에 핀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마침 눈도 내렸기에 설렘 가득담은 발걸음에 귀한 모습과 눈맞춤 했다.


"꽃철 질러온 게
죄라면 죄이리"


*홍성란의 시 '복수초'의 일부다. 서둘러 향기를 피웠으니 눈을 뒤집어 쓴다고 대수랴.


봄이 오는 속도보다 자꾸만 서두르게 되는 마음의 속도를 탓하지도 못한다. 간혹 들리는 꽃소식에 이미 봄맞이로 벙그러진 얼굴에 향기 넘치는 미소가 머문다. 꽃 보러 길 나서는 마음으로 현재를 살면 일년 삼백예순날 내내 꽃으로 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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