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배반


봄이 와 있다
잔디밭에 봄이 와 있다.
어, 어, 저것봐!
저 햇빛 좀 봐!
매화가지 끝에 꽃망울이 터지 잖아?
내가 나를 배반한 것 같은
봄이


나는 무섭다.


*김용택의 시 '배반'이다. 긴 겨울 끝에 봄을 맞이하고픈 간절함을 이토록 역설적으로 그려놓은 시가 또 있을까. 무심히 온듯 싶은 봄이지만 모든 생명이 수고로움으로 애쓴 결과다. 봄을 맞이하는 이들의 마음도 이와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또가원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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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던 생명의 숨을 회복시키느라 바람이 찾아와 살랑거리더니 이내 토닥거리듯 비님이 오신다. 봄을 마중하는 비다. 얼어붙은 속내를 녹이느라 온기를 받아들이는 땅 속에도 햇볕의 신호를 감지하는 나뭇가지 끝에도 물을 타고 숨구멍이 열리는 것이다. 봄을 마중하는 비다.


생명이 갖는 본연의 리듬을 깨우러 비가 오신다.
봄을 품은 그대 마음이 먼저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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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타령

꽃아 꽃아 사랑 사랑한 꽃아
임아 임아 사랑 사랑한 임아
임이 좋냐 꽃이 좋냐 꽃이 좋지 임이 좋냐
에라요년 요망할 년아 너하고 나하고 헤어지자
임아 임아 뒤에 있길래 꽃이 좋다고 한 것이지
임아 꽃필 때 안 오면 꽃이 좋다고 할 것이다.
임아 임아 그 말을 마오 임이 이내 먼저 오면
꽃이 좋다구 하겄는가
얼씨구에 저절씨구 아니나 놀지는 못하리라


꽃아 꽃아 고운 꽃아
봄 한철은 어따가 두고 구시월에 핀 꽃아
노래 불~지를 알았더면
노래줌치(주머니) 갖고 올 것을
벽장 안에 걸어 놓고
이리 저리 지내는~ 고로 아니를 갖고 왔네
초록 비단 금초 갓끈 연초대를 반만 잡고
빵그작작 웃는 양은 해당산의 꽃일레라


*전라남도 화순군에서 전승된 민요로서 꽃을 소재로 한 노래다. 이 꽃타령은 꽃을 소재로 한 민요로 혼인날 신부가 부른 노래라고 한다. 꽃을 소재로한 노래들이 많다. 꽃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리라. 이로써 유난히 꽃타령이 심한 스스로를 위안 삼는다.


복수초, 변산바람꽃, 노루귀로 이어지는 꽃과의 눈맞춤이 매화가지 끝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한다. 꽃놀이의 시작은 꽃봉우리 벙그러지는 때로부터다. 꽃은 반 만 핀 꽃이 좋고 술은 조금 취하도록 마시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다. 반쯤 핀 꽃이 주는 기대감으로 저만치 앞선 마음따라 발걸음이 분주하다.


봄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인양 백매의 불그스레한 속내를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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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들이'
볕 좋은날 느긋한 주말을 봄마중 나갔다. 궁금한 몇가지 꽃들의 만나기 위해 비워둔 시간이라 급할 것도 없이 나선 길이다. 이제 시작되는 나무와 풀의 몸풀이가 궁금하다.


변산바람꽃 앞엔 꽃보다 사람들이 더 많다. 쓸고 닦고 치우고 말끔해진 자리에 돗자리까지 펼치고 심지어 물까지 뿌려대며 대포를 쏘느라 정신없는 사람들 틈에 겨우 눈맞춤 한다. 싹이 나고 꽃봉우리 맺고 활짝피고 이제는 시든 모습까지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그것으로 위안 삼는다.


잘 찍은 사진 속 야생화는 분명하게 좋아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신경써서 식물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금방 알 수 있다. 인위적으로 꾸민 사진인지 아닌지 말이다. 잘 찍힌 사진 속 야생화보다 우선되는 것은 야생화들의 삶이고 그것을 보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다. 다시 보고 싶으면 그 터전을 보호해야 한다. 내년에도 다시 볼 수 있기를ᆢ.


남도는 이미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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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동안 벙그러지는 미소를 나로써는 감출 재주가 없다. 게슴츠레 감은 눈이 작다고 탓하기보다는 내 눈도 따라서 저절로 감게 된다. 안경까지 썻으니 감은 눈에 더 주목 한다. 툭 튀어나온 턱에 두툼한 입술이 주는 천연덕스러움은 닮고 싶지않지만 그것을 뺀다면 무엇이 남을까 싶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둘 수밖에 없다.


새벽 잠을 깨우는 처마밑 풍경소리, 들판 가운데서 맞이하는 아침 햇살, 손바닥만한 뜰 안 나뭇가지 사이를 오가며 새들의 몸짓, 토방 아래 가득 핀 꽃의 풍성함, 서산을 넘는 붉은 노을, 저물녘 가냘프게 피어오르는 굴뚝 연기, 까만밤 쏟아질듯 품으로 안기는 별빛, 서재 깊숙히 안겨드는 달빛까지 내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요소들이다. 무엇하나 뺄 것이 없다. 여기에 무엇을 더하랴.


안분지족安分知足, 분수에 만족하여 다른 데 마음을 두거나 구속되지 않고 편안히 생을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것을 갖추었기에 누리는 것이 아니다. 제 삶의 조건에 어울리는 마음가짐의 바탕이 이와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안분지족安分知足이면 이와 같을까. 몆번을 보고도 차마 사진으로 담을 수 없었던 모습이다. 수많은 고사성어를 떠올리면서 내 일상의 거울로 삼고자 했으나 이 표정앞에서 무력화되었다.


살아가는 동안 내 마음의 표정이 이와같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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