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물'
왜 자꾸 마음이 그곳으로 가는 것일까. 몇 년 전 어느 시인에게서 억울한 영혼들이 묻힌 곳에는 어김없이 피어난다는 피나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일부러 꽂 필 때를 기다려 찾아갔다. 지천으로 핀 다른 꽂 보다는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피나물 곁에서 더 오랫동안 머무르다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더디게 옮겼다. 그 후로 눈에 밟히는 그곳의 피나물 모습에 꽃 피는 때를 기다려 해마다 다시 찾아간다.


샛노랗다. 꽃잎도 꽃술도 온통 노랑색이어서 더 강한 울림이 전해지는 것일까. 과한듯 하면서도 한없이 포근한 온기를 전해주는 것이 할 수만 있다면 저 무리 속에 누워 한동안 안겨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피나물'이라는 이름은 연한 줄기와 잎을 꺾으면 피血와 비슷한 적황색의 유액이 나와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여름이 되면 잎과 줄기는 없어지고 무 열매를 닮은 열매를 맺는다. 유사한 종류로 '애기똥풀'과 '매미꽃'이 있다. 주의깊게 관찰하면 구분이 어렵지 않다.


노랑매미꽃, 선매미꽃으로도 부른다. 홀로서도 빛나지만 무리지어 그 빛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숲에서 마주하면 나비가 날아가는 듯한 연상이 되는데 '봄나비'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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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언어사전
이정록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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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다시 새겨야할 동심언어

봄날노오란 개나리가 피어 있는 담장 아래 볕 바라기하는 마음과 닮았다따스하고 여유롭기에 무엇이든 다 품에 안을 수 있는 봄날처럼손에 들면 노랗게 봄물이라도 들 것 같은 속삭임이다책이 주는 느낌이 이 봄날의 볕처럼 따스함이 있다독특한 장정도 주목되지만 봄볕마냥 샛노란 표지에 혹시 손때라도 묻을까 염려되어 조심스럽다.

 

'동심언어사전', 사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니 형식은 짐작되는 바가 있으나 어떤 내용을 담았을지 몹시 흥미롭다이 책을 발간한 이정록은 2001년 김수영문학상, 2002년 김달진문학상, 2013년 제8회 윤동주 문학 대상을 수상했으며, ‘제비꽃 여인숙을 포함한 다섯 권의 시집과 동화와 동시를 쓰는 시인이다시인도 처음이고 시인의 글도 처음이기에 첫걸음 내딛는 아이 같은 설렘이 있다.

 

책의 독특한 형식에도 관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책을 주목한 이유는 따로 있다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보다 문학작품이나 역사와 인문 서적에 더 관심을 가졌던 사람으로 영어사전보다 국어사전을 더 가까이 했던 경험 때문이다. 30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하루에도 십여 차례 사전을 찾아 사용하는 낱말의 뜻을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이런 경험과 일상이 이 책 제목과 형식이 주는 흥미로움을 넘어 내용까지 주목하게 만들었다.

 

시인 이정록의 말에 의하면 이 책은 새로운 방식의 시집이다. '가갸날'부터 '힘줄'까지 익숙하거나 생소하거나 때론 의외의 낯선 낱말들로 쓴 316편의 시를 엮었다는 것이다낱말이 가진 본래의 뜻을 물론 낱말과 낱말이 만날 때 생동하는 새로운 의미와 재미와 성인과 아이들 모두의 상상력과 언어적 감수성을 깨우는단어설명서와도 다름 아니다이 책에 수록된 낱말은 모두 순 우리말로 된 복합어로 이루어졌다는 의미 또한 특별하게 다가온다.

 

개미허리가//아무리 잘록한 잔허리라도//맛있는 건 다 지나간다(개미허리 중에서)

사람이 따면//그제야 꽃이 핀다.//슬픈 꽃이 핀다.(꽃상여)

작은 싹눈과 꽃눈이//겨울눈이 되어//함빡눈을 맞습니다.(눈싸움 중에서)

애국 조회 때//한문팔면//그 흐린 군눈들이//언 운동장에 봄을 데려온다.(먼눈 중에서)

출생 기념으로//하느님이 주신 선물이지요.(배꼽시계 중에서)

내 잘못에는 경찰방망이//네 잘못에는 솜방망이//둘 다 마음으로만.(솜방망이 중에서)

 

시인의 시로 다신 탄생하는 낱말들처럼 단어에는 담고 있는 본래적인 의미도 있지만 단어와 단어가 만나 새롭게 형성된 이미지를 만들어 내어 본래의 뜻을 더 깊고 넓게 담아내기도 한다이런 작용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은 언어가 가지는 역할의 확장이며 사용하는 사람에게 상상력을 한층 강화시켜주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탁월한 선택이다낱말의 뜻에 관심을 가져온 사람으로 이런 감성과 상상력으로 가득 찬 시를 만난다는 것은 행운과고 같다낱말 하나하나가 전해주는 봄날의 기운이 가슴에 온기로 스며들어 봄앓이를 하게 만드는 것과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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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다. 길고 짧은 매 순간 틈으로 교감하는 일이다. 

오랜 시간 준비한 생명이 빛과 만나 새로운 세상을 연다. 

말하지 않고도 모든걸 말해주는 힘이다.


순하디 순한 이 순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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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다시 그날이다.


"그대들 앞에
이런 어처구니 없음을 가능케한
우리의 모두는
우리들의 시간은, 우리들의 세월은
침묵도, 반성도 부끄러운
죄다"


*함민복의 시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의 일부다. 이 시는 "아, 이 공기,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이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아픔을 간직한 곳에 해마다 무리지어 피어난다는 피나물이 유난히 노랗다. 사람들 가슴에 꽃으로 피어나 언제나 머물러 있길ᆢ.


4년, 무엇이 달라졌을까.


https://youtu.be/xjju_5aJBJ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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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땅을 뚫고 생명이 움튼다. 채 피지도 못한 벚꽃을 떨군 비라지만 새싹에겐 틈을 열어준 고마움이 있다.


봄은 빛으로 오고 그 빛은 하늘이 아니라 땅속에서 솟아난다고 말하는 이의 마음이 더해져서 봄은 꿈을 꾼다. 그렇게 봄이 꾼 꿈이 영글어가는 동안 빛을 품은 식물은 초록에 초록을 더하며 겹으로 짙어진다.


기억에도 없는 눈의 호통을 견딘 봄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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