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르는 모란송가牡丹頌歌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김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일부다. 도대체 모란이 뭐라고 묘목을 사다 심기를 그토록 반복하는 것일까.


올해 새로 심은 백모란만 해도 10여 그루다. 5년 만에 첫 꽃으로 슬프도록 붉은색의 모란 두송이를 피웠던 나무는 잎만 무성하고, 지난해 첫 꽃을 피웠던 순백의 숭고한 백모란 다섯 송이로 늘었다.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을 심고 가꾸며 꽃을 피울 봄날을 기다리는 심정이 이 말 말고는 무엇으로 다할 수 있을까. 남은 다섯 날 만이 그 꽃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긴긴 삼백 예순 날을 기꺼이 기다린다.


어찌 모란뿐이겠는가. 앞으로 몇 번 더 모란이 피는 것을 볼 수 있을까. 매 해 새 봄이라 부르며 맞이할 숭고한 시간을 그 누구도 장담 못하기에 이 모란이 피는 봄날이 눈부시도록 찬란한 나의 봄이다.


날마다 화양연화花樣年華를 읊조리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숭고하게 피어올라 처절하게 지고마는 모란이다.


다시,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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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핸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박현옥 옮김, 위즈덤하우스

소박한 농촌 마을에 삶의 터를 옮기고 어느덧 7년, 넓은 하늘과 막힘 없는 전망, 밤하늘의 달과 별빛, 아침 안개에 많은 눈, 다양한 새와 먼 산 고라니 소리까지 눈과 귀를 예민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차고 넘친다.

딱히, 무엇을 원하는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태생이 시골 출신이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변화다. 달라진 것은 촌스러운 겉모습이 아니라 더 부드러워진 마음가짐이다.

'월든', 2년 2개월 2일, 시간의 무게 보다는 깊이를 생각해 본다. 보았는지 들었는지 겪었는지 알 수 없고 내용도 가물거리지만 지극히 익숙한 이야기다.

지금 나는 '월든'에서 무엇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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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바짝 붙어서 꽃을 피웠다. 이렇게 꽃을 피운 민들레는 씨앗을 퍼뜨릴 때가 되면 꽃대를 불쑥 키워 높이를 확보하고 때를 기다린다. 바람따라 멀리 씨앗을 보내기 위함이다. 민들레 첫 비행은 그렇게 시작된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 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신영복의 '만남' 필사노트의 첫 페이지에 나오는 처음처럼의 한대목이다. 첫걸음, 첫만남, 첫눈빛, 첫마음ᆢ그 모두를 가능하게했던 처음처럼.


처음처럼ᆢ. 뜰에 민들레 한쌍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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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초'
올 봄, 조그마한 내 뜰에 유난히 많은 종류의 풀꽃이 들어왔다. 대부분 꽃 같은 향기로운 마음을 가진 이들의 나눔이고 간혹 화원에서 사들이기도 했다. 들꽃은 들어온 첫 해에 꽃을 보는건 쉽지 않지만 미처 자리를 잡기도 전에 꽃을 피웠다.


제법 투툼한 질감에 털 많은 잎을 바닥 삼아 하트 모양으로 갈라진 다섯장의 홍자색 꽃이 둥그렇게 모여 핀다. 야생에서 본 적이 없으니 제대로 된 멋과 맛을 다 알 수 없지만 충분히 유추해볼 수는 있겠다.


앵초라는 이름을 가진 종류로는 잎이 거의 둥근 큰앵초, 높은 산 위에서 자라는 설앵초, 잎이 작고 뒷면에 황색 가루가 붙어 있는 좀설앵초 등이 있다.


꽃이 마치 앵두나무 꽃처럼 생겼다고 해서 앵초라고 하였다는데 그 이유에 의문이 들지만 꽃에 걸맞게 이쁜 이름이긴 하다. ‘행복의 열쇠’, ‘가련’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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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한 비는 내리지 않는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어느사이 푸른 잎으로 단장한 건너편 키다리나무가 쉴 틈이 없다. 뿌연하늘로 답답한 마음에 이 바람으로 인해 청량함이 더해진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四時)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로 시작하는 이양하의 '신록 예찬'의 일부다.


이런저런 이유로 때맞춰 보내주는 자연의 신비로운 선물을 놓치고 산다. 멀리 또는 특별한 무엇을 찾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지금 내 눈을 들어 바라보는 곳에 펼쳐진 5월의 하늘과 그 하늘아래 신록으로 물들어가는 세상과 잠시 눈맞춤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출근길 삼거리 카페 앞 등나무에 꽃이 피었다. 기어이 차를 멈추고 눈맞춤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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