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꽃시'
-김춘남 외 99명, 김용택, 마음서재


100명의 어머니가 쓰고 김용택이 엮다.
"가난해서, 여자는 학교 가는 거 아니라 해서, 죽어라 일만 하다가 배움의 기회를 놓쳤다. 이름 석 자도 못 써보고 살다 가는 줄 알았는데, 황혼녘에 글공부를 시작하니 그동안 못 배운 한이 시가 되어 꽃으로 피어났다. 손도 굳고, 눈도 귀도 어둡지만, 배우고 익히다 보니 이제 연필 끝에서 시가 나온다."


'엄마의 꽃시'는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한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수상한 작품들 가운데 엮었다. 시 한 편 한 편에 김용택 시인의 감성을 덧붙여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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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굽혀 눈높이를 낮추고,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 샛길을 걷고, 잠깐의 평화로운 순간을 위해 일찍 길을 나서며, 냇가를 건너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내하며, 지나온 길을 거슬러 올라가며, 스치는 풍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 차를 멈추는 것ᆢ.


순간을 놓치지 않고 주목하는 것, 마음이 이끄는대로 길을 벗어나 보는 것, 무엇이든 마음에 들어와 시선이 머무는 순간 걸음을 멈춘다.


쉽지는 않지만 못할 것도 없는 것들이다.


세상을 조금 낯설게 보고자했던 이런 시도가 몸과 마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어제 같은 오늘이면 좋고, 오늘 같은 내일이면 만족한다. 이기심의 극치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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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에 초록을 더해가는 숲은 봄에서 여름으로 탈바꿈하느라 바쁘다. 뭇생명들을 품고 기르기 위해 숲은 짙어지고 깊어진다. 풀은 땅을 덮고 나뭇잎은 하늘을 가린다. 닫힌듯 열린 숲은 숨 쉴 틈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때를 보내고 있다.


온기를 담은 품으로 생명을 기르는 일이 숲만의 고유 영역은 아니다. 사람도 사람들의 숲에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잡고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 고유한 향기를 채워간다. 사람의 숲에서는 모두가 서로를 거울로 삼고 제 길을 간다.


온기와 그늘로 생명을 품어주던 숲도 눈보라와 비바람으로 그 생명을 내치듯, 언제나 내 편으로 든든한 언덕일 것만 같던 사람들도 자신의 잇속을 챙기느라 손바닥을 뒤집는 것이 사람의 숲이다. 이렇게 생명을 낳고 기르는 일에서 풀과 나무의 숲이나 사람 숲은 서로 다르지 않다.


5월의 숲이 찬란한 빛으로 가득하듯,
돌아보면 결코 스승 아닌 이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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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앵초'
높은산 숲속에 꽃들의 잔치가 열렸다. 기꺼이 발품 팔아서라도 눈맞춤하고픈 꽃이다. 무리지어 아름다움을 뽑내는 것이 장관이지만 홀로 피어도 그 빛을 감추진 못한다.


홍자색 꽃들이 꽃대 끝에 모여 피어 머리에 화관을 쓴 듯하다. 앙증맞은 꽃이 꽃대 끝에 모여 있으니 서로가 서로를 더 빛나게 한다.


앵초라는 이름은 꽃이 앵도나무의 꽃과 비슷해서 붙여진 것으로 큰앵초는 앵초보다 크다는 의미다. 잎의 모양과 크기 등으로 구분이 어렵지 않다.


이질풀의 세상이 되기 전 지리산 노고단 인근은 큰앵초의 꽃세상이다. 순탄한 길을 걷다가 행운이라도 만나듯 큰앵초를 본다. '행운의 열쇠'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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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난 길을 걷는다. 단체로 제법 시끄럽게, 가족이 서로를 돌보며, 걷는 속도를 조절하는 사람이랑 둘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혼자도 있다. 모두가 자신들의 목적에 충실한 걸음의 속도로 걷는다. 빠르고 느리고는 더이상 문제가 아니다.


각기 뚜렷한 개성을 가진 나무와 풀들이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제 시간을 제 방법으로 사는 곳이 숲이다. 속은 아우성치지만 겉으론 평화롭기 그지없다.


숲이나 그 숲을 찾는 사람이나 속내와 겉모습의 다름이 이처럼 서로 다르지 않다. 평화와 공존을 추구한다지만 제 자리를 내놓을 마음은 없어 보인다. 다만, 서로에게 필요한 넓고 좁은 거리를 둘 뿐이다.


삶, 무엇이 공존을 가능케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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