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숲이다. 짙어지는 녹음 속으로 아직은 부드러운 햇살이 만나 꽃으로 피어난다. 잎과 햇살 사이를 부지런한 바람이 길을 터주고 있다. 숲이 주는 다독거림으로 옮긴 발걸음이 한없이 느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각나무 수피를 만지다 올라다본 잎이 수줍어 보이는 것이 아직은 덜 여물었다. 잎만큼 수줍은 하얀꽃을 기다리며 쓰다듬는 손길에 은은한 꽃향이 머문다.


적당한 그늘에 아무 곳이나 주저앉아도 좋다. 그렇게 멈춘 걸음에 나뭇잎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을 가슴에 품어 그 싱그러움을 채워둔다.


마주본 빛이 나뭇잎을 통과하는 동안 나도 빛으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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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애기나리'
꽃소식 듣고 일정을 변경하여 찾아갔다. 일부러 발품 팔지 않으면 못보는 꽃이기에 기꺼이 나선 길이다. 가는 길이 멀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첫만남이라는 설렘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인가를 만나기 위해 시간을 내고 일부러 찾아갈 수 있다는 것, 지금 내가 누리는 마음의 평화에서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한다.


워낙 작은 꽃들이 많고 또 그렇게 작은 꽃에 주목하다보니 작게 느껴지지 않지만 이 역시 작은 꽃이다. 앙증맞은 크기에의 연한 황백색의 꽃이 하나에서 둘이 보통이나 더러 세개나 핀 것도 있다. 얼굴 가득 자주색 반점을 가져서 더 눈길을 끈다. 작지만 꽃잎이 뒤로 젖혀져서 나리꽃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 꽃처럼 꽃에 '애기'라는 이름이 붙으면 대부분 작고 앙증맞은 경우가 많다. 애기나리, 큰애기나리, 금강애기나리가 서로 비슷비슷한데 금강애기나리는 얼굴의 자주색 반점으로 구분하면 쉽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어 '진부애기나리'라고도 한다. 애기처럼 귀여운 금강애기나리는 '청순'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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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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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추사를 만난다

글씨금석학고증학그림주역차 이 모든 것의 공통분모에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있다.우리나라 사람으로 추사 김정희를 모르는 사람을 없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막상 추사 김정희하면 무엇을 이야기해야하는지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 ‘완당평전을 출간 후 다시 추사 김정희의 일대기를 따라 추사의 전기를 쓴 저자 유홍준은 이 책의 이 말로 머릿말을 산숭해심山崇海深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로 마무리 한다한마디로 추사의 삶을 요약하는 말로 이해된다.

 

유홍준이 들려주는 김정희의 일대기를 따라가는 책 '추사 김정희'는 어쩔 수 없이 더디게 읽고 일부러 느리게 읽었다저자의 전작완당평전과 이상국의 추사에 미치다등으로 영역을 달리하여 접근하는 몇몇 사람들의 시각에 의지한 채 만났던 추사 김정희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일천하다.

 

전공자가 읽으면 학술이 되고 일반 독자가 읽으면 문학이 되는’ 교양서로 추사 김정희 일대기를 담은 것이라는 이 책에는 저자의 김정희 연구에 쏟은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보인다일대기를 조명한다는 것과 남긴 예술세계를 비롯하여 학문적 업적을 밝히고 기린다는 것이 서로 조화를 이뤄 추사 김정희를 이해하는데 한층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이 책을 더디고 길게 읽었던 주요한 이유는 수록된 수많은 글씨와 편액을 찬찬히 들여다보아야했기 때문이다.그 중에서 유독 오랜 여운을 남기는 것이 '유재'글씨가 주는 느낌과 그 의미를 풀어내는 글이 모두 좋다. '유재留齋', '남김을 두는 집'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유재留齋기교를 다하지 않고 남김을 두어 조화로움으로 돌아가게 하고녹봉을 다하지 않고 남김을 두어 조정으로 돌아가게 하고재물을 다하지 않고 남김을 두어 백성에게 돌아가게 하고내 복을 다하지 않고 남김을 두어 자손에게 돌아가게 하라.

留不盡之巧以還造化留不盡之祿以還朝廷留不盡之財以還百姓留不盡之福以還子孫

 

추사 김정희가 제자로 이조참판을 지냈던 천문학자 남병길(18201869)에게 그의 호인 '유재'를 써준 현판이다유재의 출전은 명심보감 성심편으로 그 내용이 아주 좋아 옛 선비들이 달달 외우던 글귀 중 하나였다고 한다이 유재를 결과로 판단하기보다는 출발과 과정의 마음가짐으로 이해한다면 추사로 나아가는 한걸음 더 걸어간 듯싶다살아가는 동안 시간과 공간에 머무르는 것에 남김의 여유를 챙길 수 있다면 스스로의 가치를 더해갈 기회가 아닐까盡 속에 유가 있어 성이 머무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추사를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아는 사람도 없다는 유홍준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 본다아는 것은 알고 모르는 것은 모른 채 책장을 열었고 여전히 아는 것은 알고 모르는 것은 모른 채 책장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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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窓을 내다'
들고 나는 숨의 통로를 여는 일이다. 풍경을 울려 먼 곳 소식을 전하려고 오는 바람의 길이고,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도록 물방울이 스며들 물의 길이다. 저곳으로만 직진하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가고 오는 교감의 길이며, 공감을 이뤄 정이 쌓일 여지를 마련하는 일이다.


내다 보는 여유와 들여다 보는 배려가 공존하고, 누구나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지만, 마음을 내어준 이에게만 허락된 자리이기도 한ᆢ.


'정情이 든다'는 것은 바로 이렇게 '내 마음에 구멍을 뚫어' 그 중심에 그대가 정착할 터전을 만드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 창窓에 드림캐쳐Dreamcatcher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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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수정초'
가까이 두고도 못 보는 경우가 많다. 몰라서 못보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알고도 때를 놓치거나 사정이 있어 못보게 되면 몹시도 아쉽다. 비교적 가까이 있어 많은 발품을 팔지 않아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습기를 많이 품고있는 건강한 숲에서 봄의 마지막을 장식이라도 하려는듯 불쑥 솟아난다. 무리지어 또는 홀로 다소곳히 고개숙이고 멈칫거리듯 조심스런 모습이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는듯도 하다.


나도수정초는 부생식물이다. 부생식물이란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지 못하고 다른 식물에 의지해야 살 수 있는 품종을 말한다. 그래서 옮기면 죽는다.


나도수정초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수정난풀이 있다. 피는 시기와 열매의 모습 등으로 구분한다지만 수정난풀을 보지 못했으니 구분할 재간도 없지만 곧 만날 기회가 있으리라고 믿는다.


수정처럼 맑은 모습에서 이름도 얻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숲속의 요정'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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