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전하는 꽃소식 듣고 불원천리 한걸음에 찾아왔다. 햇볕도 좋고 바람도 살랑거리는 정상에 서서 먼 곳으로 눈길을 둔다. 초여름으로 내달리는 노고단은 늦장부리는 봄과 성딜급한 여름이 공존한다.


지리산의 품에 잠시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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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난초'
여름으로 급하게 가는 숲에는 연이어 내린 비의 흔적이 남아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습기가 가득하다. 홀딱벗었다고 소리치는 새의 울음소리 처럼 신비한 생명들이 때를 기다렸다 올거니하고 나타나는 때이기도 하다.


한적한 숲에 홀로 우뚝 서서 자신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연한 자줏빛이 도는 갈색으로 피는 꽃이 꽃봉우리를 만들어 아래를 향해 서 있다. 알에서 막 깨어난 새끼 새들이 먹이를 찾듯 자잘한 꽃이 얼굴을 내밀고 아우성이다.


약난초라는 이름은 옛날부터 한방에서 위염, 장염, 종기, 부스럼 등의 치료제로 쓰였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한다. 꽃이 탐스럽고 진달래꽃과 같은 색으로 고운 꽃을 많이 피우기 때문에 두견란杜鵑蘭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가 원산지다. 독특한 꽃모양 주목을 받으면서 무분별한 채취로 자생지 및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였다. 환경부에서 희귀종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지정번호 식-39)


꽃을 찾아 다니다보면 무엇이든 시간과 장소가 적절한 때를 만나야 볼 수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인연'이라는 꽃말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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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어낙안沉魚落雁 폐월수화閉月羞花"
물고기가 헤엄치는 걸 잊고 물속에 가라앉고, 기러기가 날개 움직이는 것을 잊고 땅으로 떨어졌으며, 달이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었고, 꽃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이 말은 중국 고대의 사대미인 즉 서시西施, 왕소군王昭君, 초선貂蟬, 양귀비楊貴妃를 가리키는 말이다. 여기에는 각각의 일화가 전해지며 미인을 일컽는 말로 전해진다.


ㆍ침어浸魚 - 서시西施 : 개울가에서 손수건을 씻는 서시를 보자 물고기가 헤엄치는 걸 잊고 물속에 가라앉다.

ㆍ낙안落雁 - 왕소군王昭君 : 왕소군의 금琴 소리를 듣고 한무리의 기러기가 날개 움직이는 것을 잊고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ㆍ폐월閉月 - 초선貂蟬 : 초선이 화원에서 달을 보고 있을 때에 구름 한 조각이 달을 가리웠다. 이에 왕윤이 말하기를 "달도 내 딸에게는 비할 수가 없구나. 달이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었다"고 하였다.

ㆍ수화羞花 - 양귀비楊貴妃 : 양귀비가 화원에 가서 꽃을 감상하며 우울함을 달래는데 무의식중에 함수화含羞花를 건드렸다. 함수화는 바로 잎을 말아 올렸다. 당명황이 그녀의 '꽃을 부끄럽게 하는 아름다움'에 찬탄하고는 그녀를 '절대가인絶對佳人'이라고 칭했다.


*국립민속국악원의 창극 '춘향실록春香實錄-춘향은 죽었다'를 보다 변사또가 춘향을 보고 읊은 노랫말에 등장하는 "침어낙안沉魚落雁 폐월수화閉月羞花"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찾아보았다.


여인의 아름다움을 비유하여 말하는 이 미묘함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대상과 상황을 절묘하게 묘사함이 가히 하늘을 찌른다.


함축된 내용을 알지 못하면 말과 행동으로 전하고자 하는 본바탕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잠시 우스개소리로 듣고 넘기기에는 뭔가를 놓치고 가는 안타까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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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제비란'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엔 특별한 꽃들이 핀다. 난초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이 그 주인공이다. 특별하지 않은 꽃은 없고 그 중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대상이 난초 종류들이다. 올해는 제법 여러 종류의 난초를 만났으니 복받은게 틀림 없다.


처음 보는 순간 쪼그려앉아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사진 찍는 것도 잊은 채 요리보고 저리보며 눈맞춤 하고서야 겨우 주변을 돌아보며 같은 친구들을 찾아보았을 정도로 매력적인 꽃이다.


연한 홍색으로 피는 꽃 색깔도 매혹적인데 자주색 점까지 찍혀 더 눈길을 사로 잡는다. 여기에 입술모양꽃부리가 독특하다. 하얀색으로 피는 것은 흰나도제비란이라고 한다.


독특한 모양에 색깔, 앙증맞은 모습 모두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이렇게 독특하니 관상 가치가 높아 훼손이 많다고 한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라고 한다.


먼길 마다하지 않고 발품팔아 꽃을 보러가는 이유가 꽃을 보는 동안 스스로를 잊을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것 때문 일 것이다. 오랫동안 볼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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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꽃시
김용택 엮음 / 마음서재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가슴 시린 엄마들이 들려주는 따뜻한 위로

우선부끄러운 고백이 앞선다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단어가 문해학교검색을 해보니 전국에문해학교라는 이름을 가진 학교가 수없이 많다이 문해학교의 기반이 되는 문해교육의 사전적 의미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이다효과적으로 말하고쓰고경청하는 능력과 일상생활에서 요구되는 문해 능력 기술을 사용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런 목적을 가진 교육기관이 전국적으로 수없이 많다는 것은 그 대상이 그 만큼 많다는 반증이리라어쩌면 읽고 쓰는 것을 당연시하는 동안 잊고 있었던 내 어머니들의 삶의 고통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은 아닐까.

 

"가난해서여자는 학교 가는 거 아니라 해서죽어라 일만 하다가 배움의 기회를 놓쳤다이름 석 자도 못 써보고 살다 가는 줄 알았는데황혼녘에 글공부를 시작하니 그동안 못 배운 한이 시가 되어 꽃으로 피어났다손도 굳고눈도 귀도 어둡지만배우고 익히다 보니 이제 연필 끝에서 시가 나온다."

 

얼마나 기쁘고 행복했을까아니 지나온 시간이 얼마나 답답하고 원통했을까한편 한편의 시가 전하는 먹먹함으로 인해 가슴 절절하게 다가오는 어머니들의 가슴 속 이야기는 한없이 더디고 느리게 읽힌다.

 

김용택 시인이 엮은 '엄마의 꽃시'는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한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수상한 작품들 가운데 엮었다시 한편 한편에 김용택 시인의 감성을 덧붙여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세상으로 첫발을 내딛는 심정이 이러했을까살아온 시간이 고스란히 쌓인 가슴 속 이야기가 봇물처럼 터지며 글자로 옮기는 모든 말이 시가 된다읽고 쓰는 것에 한이 맺힌 어머니들이 가족과 세상 속에서 스스로 상처로 안았던 아픔이 고통으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다유쾌하게 웃음을 자아내고 가슴 뭉클한 울림으로 기어코 먹먹해진 가슴으로 읽던 책장을 덮고 한순 돌리게 만들기까지 한다.

 

그 힘은 어디에서 올까현학적 수사나 특별한 시어로 묘사된 시가 결코 담아내지 못하는 가슴 뭉클한 감동과 삶의 지혜가 주는 깊은 울림의 근원을 생각하게 만든다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을 희생하며 묵묵히 견뎌온 시간이 알게 한 노년의 통찰이 있기에 동반되는 감동일 것이다.

 

기회가 있어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어머니들의 이야기다여전히 기회마저 갖지 못한 어머니가 많을 것이다그분들에게 밝고 따뜻한 세상으로 안내하는 희망보고서가 될 것이다이 시집이 가지는 가장 큰 의미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여전히부끄러운 고백으로 책장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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