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노루발'
닮은듯 다른 존재가 한없는 궁금증을 불러왔다. 이곳 어디에도 분명 있을텐데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만 더하다가 다른 꽃 보러가는 길에 우연히 눈맞춤 했다. 그렇게 만났던 꽃을 올해는 먼길 나서서 원없이 본다.


하얀꽃이 아쉬움 가득하게 달렸다. 꽃대 하나에 하나씩 피는 것이 못내 아쉽다. 일찍 맺힌 꽃망울이 피기까지는 한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꽃보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래서일까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모습으로 피는 노루발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꽃이 매화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매화'가 붙여진 이라고 한다. 고고한 매화의 매력을 여기서도 찾아 누리려는 옛사람들의 그 마음을 알 것도 같다. 꽃을 찾고 꽃과 함께 일상을 누리는 마음이 곱다.


숲 속의 나무 그늘에서 좀처럼 들지않은 햇볕을 기다리듯 오랜 기다림 끝에 피는 꽃이어서 그런걸까. '소녀의 기도'라는 꽃말에서 먼 미래를 그리는 아련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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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그 황홀한 빛의 숲에 들다. 이른 시간 숲은 이미 빛의 세상이다. 한낯 햇살의 뜨거운 기운이 맹위를 떨치기 전 숲으로 파고드는 햇살의 느긋함이 담긴 때의 숲이 좋다. 터벅터벅 적막을 깨는 스스로의 발자국 소리의 리듬에 귀 기울이는 시간으로의 나들이다.


계곡 돌틈에 떨어진 꽃잎 위의 빛, 정상의 이야기를 전하는 바람 소리, 반가움과 경계를 넘나드는 새의 울음, 눈 보다는 코의 예민함을 건드리는 숲의 향기에 넘실대는 산그림자의 손짓, 오랜만에 만난 동무를 반기는 다람쥐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숲 속 한 식구가 누리는 시간의 공유다.


숲, 숨에 틈을 내는 시공時空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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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사람의 무늬'
-이순호, 글상걸상

적당한(?) 집을 발견하고는 앞 뒤 재볼 생각도 없이 샀다. 사는데 필요한 부분만 손보고 나서 이사를 오면서부터 집을 가꾸기 시작했다.

전 주인과 나의 사는 방식이 다르니 집의 모습은 분명하게 달라진다. 그것을 살아가는 동안 수시로 느낀다. '집은 사는 사람의 결'을 닮아가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집은 짓는 것보다 가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 너무 크거나 화려하고, 넓고 복잡한 집은 시간을 낭비하고 잡아먹는 사치이며, 쏟아야할 노력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귀신(욕심)일 따름이다. 그 순간 집은 사람에게 폭력적이고 착취적일 수밖에 없다."

제주도에서 손으로 책을 엮는 사람, 글상걸상의 대표 이순호의 집 짓는 이야기를 담은 책 '집, 사람의 무늬'는 그런 의미를 잘 담아내고 있다. 섬 머슴 같은 외모와는 전혀 다른 감성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이기에 사람을 만나는 마음으로 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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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充實之謂美 충실지위미'
충실充實한 것을 아름다움이라고 한다.


"하고자 할 만한 것을 '선善'이라 하고, 선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을 '신信'이라 하며, 선이 몸속에 가득 차서 실하게 된 것을 '미美'라 하고, 가득 차서 빛을 발함이 있는 것을 '대大'라 하며, 대의 상태가 되어 남을 변화시키는 것을 '성聖'이라 하고, 성스러우면서 알 수 없는 것을 '신神'이라 한다."


*맹자孟子 진심하盡心下편에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선善, 신信, 미美, 대大, 성聖, 신神"의 여섯 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이 말에 비추어 내가 추구하는 아름다움美은 무엇일까.


책을 손에서 놓치 않으나 문자에만 집착해 겨우 읽는 수준이고, 애써 발품 팔아 꽃을 보나 겨우 한 개체의 아름다움에 빠지고, 가슴을 울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몰입하나 그 찰라에 머물뿐이다. 이렇게 지극히 개인적이고 단순하게 대상을 한정시켜서 아름다움을 보는 것에 나를 맡긴다면 스스로에게 미안할 일이 아닐까.


마른 땅을 뚫고 솟아나는 죽순에서 지극한 아름다움을 본다. 숨죽여 기다렸을 시간과 때를 알아 뚫고 나오는 힘 속에 아름다움의 근원인 충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꽃을 보러 발품 파는 이유도 모든 꽃이 그 충실의 결과임을 알기 때문이다.


애써서 다독여온 감정이 어느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은 스스로를 무척이나 당혹스럽게 한다. 쌓아온 시간에 수고로움의 부족을 개탄하지만 매번 스스로에게 지고 만다. 그렇더라도 다시 충실에 주목하는 이유는 스스로를 이기는 힘도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으로 스스로를 충실充實하게 채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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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생꽃'
참으로 오랫동안 가보지 못해던 길을 나섰다. 근래들어 연달아 권역의 봉우리를 오르면서도 엄두가 나지 않았던 곳인데 불쑥 새벼길을 나선 것이다. 두어시간 걷는 동안 30년 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뭉클해지기도 했다.


꽃이 무엇이길래ᆢ. 꽃의 힘이 아니라면 나서지 않았을 길이다. 첫눈맞춤할 마음에 힘든지도 모르고 여유롭게 오르다보니 새로운 것들도 눈에 자주 보인다. 꽃 때문에 달라진 마음이다.


깨긋하다. 맑고 순한 모습이 마냥 고맙다. 이렇게 피워줘서 이렇게 볼 수 있어서 말이다. 순백의 아름다움이 여기로부터 기인한듯 한동안 넋을 잃고 주변을 서성이게 만든다. 막상 대놓고 눈맞춤하기에는 미안함 마음이다.


참기생꽃, 기생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흰 꽃잎이 마치 기생의 분 바른 얼굴마냥 희다고 해서 지었다는 설이 있고, 옛날 기생들이 쓰던 화관을 닮아서 기생꽃이라고 한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여기서 참이란 작다는 의미라고 한다.


우리나라 특산종이라고 한다. 지리 능선의 기운을 품어 더 곱게 피었나 보다. 다시, 꽃보러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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