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의 침묵일까. 아니면 태풍의 예상 경로와는 달리 영향권에서 벗어난 것일까. 바람이 잦아든 사이 쏟아지던 비가 그치고 천천히 하늘을 날으는 구름 틈에서 볕이 난다.


우중충한 기분은 잠시 벗어두라는 배려일까. 창문으로 스며드는 볕이 반갑기만 하다. 살랑이는 바람에는 비내음의 음침함보다는 뽀송한 햇살의 싱그러움이 담겼다.


하늘에 고추잠자리 날고 태풍의 여파는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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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연대기'
-하창수, 북인


'달', 이것으로 선택한다. 선택은 했지만 작가와 작품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다. 무작정 달을 소재로 이야기를 엮었다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이 책을 손에 들게 했다.


"달의 거리, 달 클럽, 나는 달, 발 아래 달, 수도원의 달, 월면보행, 달, 표현할 길 없는..., 달의 귀한, 무서운 독서가의 달, 탈출마술사 코니 킴의 달, 달의 사랑"


모두 열한 편의 소설이 담겼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하창수 소설을 대하는 태도가 이 소설집을 전후로 분명하게 달라질 것이다.


이 소설집에 대한 기대를 작가의 말 첫단락으로 대신한다.


"언제부턴가, 나는 달에 가 살다오곤 했다. 소풍 가듯 딱 하루만 있다 올 때도 있었고, 수학여행 가듯 꽤 여러날을 가 있기도 했고, 기분이 내키면 한해를 온통 달에서만 지내다 오기도 했다. 내게 그건 그다지 신기한 일이 아니었다. 가령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 '5월의 첫날' 속 코모도어 호텔이 있는 뉴욕 44번가보다 신기할 게 없다는 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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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오지 않을 것처럼 쏟아 붓더니 날이 밝아오며 그쳤다. 옅은 구름 사이로 햇살도 얼굴을 내밀고 있으니 비도 잠시 쉬었다갈 모양이다.


물을 품은 뜰을 걷다 눈길이 머문다. 물이 품은 세상은 거꾸로보이나 바라보는 이의 눈이 같으니 담긴 세상 또한 다르지 않아 보인다.


반영反映으로 읽는다. 영향을 미쳐 드러남을 뜻하니 내 안의 무엇이 물그림자 곁을 서성이게 하는걸까.


7월의 첫날 아침이 말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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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어리연꽃'
한순간의 눈맞춤을 위해 시간을 거슬러 씨를 뿌리고 애써 물을 주며 수고로움을 마다안고 기꺼어 발품을 판다. 온전히 제 모습을 드러낸 순간 귀한 눈맟춤은 어쩌면 행운일지도 모르겠다.


연꽃 심은 자리에 새순이 올라오지 않았다. 다른 무엇을 심을까 하고 습지 식물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마침 방문한 집에서 귀한 나눔을 해왔다. 오자마자 보낸 주인의 마음을 안다는듯 연일 꽃을 피운다.


어리연꽃이 하얀색으로 꽃을 피우고 가운데 부분이 노랗고 꽃잎 주변에는 하얀 털이 잔뜩 나 있는 것과 달리 노랑어리연꽃은 노랑색의 꽃을 피운다.


연못이나 습지의 고인물에서 살면서도 곱디고운 꽃을 피우는 것이 경미롭기까지 하다. '수면의 요정'이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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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하 거문고 산조'
LEE JAR HA - GEOMUNGO SANJO


전주국립무형유산원에서였다. 한해가 저물어가는 어느날 한 연주자의 소리가 가슴을 파고 들었다. 처음 접하는 젊은 연주자의 소리는 그후로 내게 남아 살아 숨쉰다.


이재하의 거문고 연주였다.


연주가 끝나자 곧바로 검색하여 친구신청하고 연주 음원을 찾아 듣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른다. 여전히 그때의 가슴 떨림은 이어진다.


그때 들었던 연주가 임동식제 거문고 산조였다. 오늘 이 음반의 기초가 되는 연주도 임동식의 가락이라고하니 마음이 앞선다.


"산조란 벗어나지 않아야 할 수많은 법칙과 철저한 관계 속에 한없이 자유로워질 수 있어야 한다. 끝까지 완벽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오늘도 부족한 실력과 모자란 성음을 보완하기 위해 연마한다. 마치 투명한 유리잔에 물을 가득 채워 넘치기 직전의 상태를 끝까지 유지하는 일처럼"


*이재하
ㆍ국립 국악중ㆍ고등학교 졸업
ㆍ한양대학교 국악과 졸업
ㆍ국립국악원 민속악단 단원
ㆍ솔리스트 앙상블 4인놀이 동인
ㆍ한국민속음악연구회 회원
ㆍ작곡 듀오 흰그늘 멤버
ㆍ제22회 전주 대사습놀이 학생부 기악 장원
ㆍ제1회 서울 음악콩쿠르 대상
ㆍ제24회 동아 국악콩쿠르 금상
-사사 : 변성금, 원장현, 이용우, 정대석(가나다 순)

*거문고 이재하, 장구 윤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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