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다. 망연자실, 끝내 화가 치민다. 올려다 본 하늘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뭉개구름이 점령하듯 가득하다. 차마 그 푸른색을 보여주기 민망한 하늘의 마음이리라.


"꽃에 물든 마음만 남았어라
전부 버렸다고 생각한 이 몸속에"


*벚꽃과 달을 사랑하며 일본의 헤이안 시대를 살았던 가인으로 다양한 작품을 남긴 '사이교'의 노래다.


사회적 약자들이 꽃길을 걷게 하고자 했던 그동안의 발걸음 모두에 꽃이 피었다. 이제 그 몸 마져 버렸으니 꽃에 물든 마음은 어디에 깃들어 있을까.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숙여 몸을 낮춘다.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주목하여 멈추는 일이고, 애써 마련해둔 틈으로 향기를 받아들이는 정성스런 마음짓이다. 가신 님의 발자국에 핀 꽃에 두손 모은다. 다음 생은 꽃길로만 가시라.


꽃은 보는이의 마음에 피어 비로소 향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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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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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같은 날 같은 일을 한다. 여름철 필수 사항 방역작업이다. 시골로 옮겨와 여전히 무얼 모르고 사는건 마찬가지인데 할 수 있는 것이 하나씩 늘어간다. 신기하기도 대견하기도 하다.


이왕하는 일이라 앞집, 옆집, 뒷집에 건너집까지 한다. 골목안이 온통 연기로 자욱하다. 이렇게 한차례 더 하고나면 무덥고 긴 여름은 끝날 것이다. 방역 효과가 있고 없고는 상관없이 마음은 개운하다.


모기야 물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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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한듯 낮게 드리운 구름이 하늘 가득이다. 두텁고 가볍고 깊고 얕은 구름들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며 그림을 그려 놓았다. 숨구멍을 열어두듯 구름이 만든 섬들 사이로 하늘이 말갛다.


목화꽃, 털부처꽃, 범부채, 족두리꽃, 참나리, 벌노랑이, 긴산꼬리풀, 부산꼬리풀, 해바라기, 부용, 접시꽃, 봉선화, 나무수국, 다알리아, 섬초롱꽃, 분홍낮달맞이, 꽃댕강나무ᆢ.


꽃과 눈맞춤하여 뜰을 걷는 걸음걸이가 더디지만 딱히 목적 있는 발걸음이 아니기에 하늘을 덮은 구름 닮아 가볍기만 하다.


더 사나워 지기 전에 햇살을 마주보며 여름날의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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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풀꽃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2'이다. 무엇이 되었든, 그리고 지금 어디쯤에 있든 상호작용이다. 그 상호작용이 관계의 거리와 깊이를 결정한다. 표정, 몸짓, 말 등으로 표현되는 상호작용이 꽃을 피우고 향기를 품게 한다. 여전히 뜨거울 8월, 햇볕만큼이나 서로를 여물게 하는 시간으로 채워가자.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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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모시대'
애써 두리번거리며 찾지 않아도 눈에 들어온다. 그만큼 제 철을 맞은 꽃은 흔하게 볼 수 있다. 다만, 자생지를 찾아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따라 붙는다.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오르는 길가에 많이 핀다.


여름 숲길에서 만나는 보라색의 향연 중 하나다. 풀숲에 그늘에서 고개를 쑤욱 내밀고 여러개의 꽃을 차례로 달았다. 다섯갈래로 갈라지는 종 닮은 꽃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차례차려 핀다.


도라지모시대는 뿌리는 도라지 꽃을 닮고 꽃은 모시대를 닮았다고 붙은 이름이다.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비교적 높은 산에 산다. 비슷한 식물로 모시대가 있는데 구분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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